[한겨레 설 특집]
개콘 남하당 박영진- 여당당 김영희 ‘조금 특별한 설날토론’
설은 모처럼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오순도순 가족의 화목을 나누는 날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명절이 가족에게 부담스러운 날이 되어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최근 한 대학병원이 주부들의 명절 스트레스를 점수화했더니 가까운 친구의 죽음보다 더 높게 나왔다고 한다. 남편은 남편대로 부인이 쏟아붓는 스트레스 직격탄에 또다른 스트레스를 받는다.
스트레스 쌓이는 명절, 어떻게 바꿔볼 방법은 없을까? <개그콘서트>의 인기 코너 ‘두분 토론’ 주인공 개그맨 박영진과 개그우먼 김영희가 설을 맞아 <한겨레> 스튜디오에서 남지은 <한겨레> 기자의 사회로 명절 토론을 펼쳤다. 21세기에 19세기 여성관으로 막무가내 저항하는 박영진(31), 신인답잖은 강단으로 늘 선배 박영진에게 한방 먹이는 김영희(27). 과연 누가 이겼을까? ‘두분 토론’에서는 말끝마다 싸우던 ‘두분’은 한겨레 토론 마지막 부분에 이르러 서로에게 위로의 덕담을 날렸다.
박 남자는 하늘이다. 안녕하세요, 남하당 대표 박영진입니다.
김 여자가 당당해야 나라가 산다. 안녕하십니까. 여당당의 김영희입니다.
박 오늘 <한겨레>에서 명절의 추억을 토론하러 왔는데 말야, 명절에 추억할 게 뭐 있어. 친척들 만나고 집에서 제사 지내는 거지. 명절이 무슨 크리스마스야? 우리 때 추억할 수 있었던 것은 초등학교 때 쥐불놓이한 것 말고는 없었어. 신나게 돌리다가 트럭에 떨어져 불 한번 크게 내고 그런 거지. 명절 하면 새벽까지 놀고 폭죽놀이 하는 재미가 있었는데 요즘은 그랬다가는 잡혀가. 이젠 그런 시끌벅적한 게 사라졌어.
김 남자들 밖에서 쥐불놓이하며 즐거운 추억 만들 때 우리 여자들 어떻습니까. 세뱃돈 받으면서도 차별당했습니다. 남동생이 거액의 세뱃돈 챙길 때 전 기껏해야 5천원, 만원 받았어요. 너 한번 당해봐라며 동생 돈 몇 번 슬쩍했더니 어떻습니까. 없어진 만큼 또 줍니다. 커서는 또 어떻습니까. 음식은 여자들이 다 만들었는데 우리는 절도 못합니다. 음식은 우리가 다 했는데 잠은 왜 지들이 잡니까. 막말로 남는 시간에 가족여행이라도 갔다 오면 어디 덧납니까.
박 여자들이 명절날 놀러 갈 생각 하는 것 자체가 문젭니다. 집 나가면 고생인 걸 그렇게 모르나. 집에 가면 아들 왔다고 부모님이 다 알아서 해주는데 내 집에 있는 게 편하지. 부모는 안 보고 싶나. 명절에 뭐~어? 해외여행? 해외여~해~~~앵? 명절날 친구 만날 것 다 만나고, 여행갈 것 다 가면 소는 누가 키울 거야? 소한테 친구를 만나라고 하란 말이야. 소가 만나는 친구가 ‘트친소’야.
김 트친소 같은 소리 하고 자빠졌네. 리트위트는 할 줄 압니까. 정말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죠? 이런 남자들 어떻습니까. 연휴 내내 자다가도 친구 전화 오면 바로 튀어나갑니다. 친정 갈 날만 손꼽아 기다렸는데 술이 떡이 돼서 돌아와서는 다음날 시체처럼 또 잡니다. 이런 남편 만날까 봐 우리 엄마가 시집도 못 가게 합니다. 밥도 해주고 아기도 봐줄 테니 들어와서 살 사람 만나랍니다. 이제부터 명절에 이렇게 잠만 자는 남자들은 장인 장모 모셔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박 남자의 장인장모 사랑을 매도하지 마~. 나도 한때는 <순풍산부인과> 박영규처럼 장인장모랑 북적북적 사는 게 꿈이었어 왜 이래. 형제끼리 살아서 낯가리고 무뚝뚝한 성격을 어쩌란 말이야. 말로 하는 사랑만 사랑이 아니야. 실수해서 괜한 구설수 오를까 술도 집에서 혼자 마시는 남자라고.
김 어이, 어이. 완벽주의 타령 좋아하네. 그렇게 철두철미하신 분이 본인 건강은 왜 안 챙기는지 모르겠네. 연습할 때마다 만날 머리 아프다고 하면서 병원에는 죽어라 안 가고. 혹시 내 모성애 자극하는 겁니까.
박 남자의 참을 인자 세 개를 매도하지 마~. 이런 김영희씨, 자기는 어떻습니까. 수요일 밤 10시 <개콘> 녹화 끝나면 잠도 안 자고 다음날 코너 완벽하게 짜옵니다. 열정은 알겠지만 과욕 부리다 쓰러집니다.
김 뭐라고요? 날 안고 쓰러지겠다고요? 난 그렇게 들었는데에에~.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박미향 기자 mh@hani.co.kr
의상협찬 박술녀 한복
평등하고 당당하게…토끼처럼 지혜롭게
평등하고 당당하게…토끼처럼 지혜롭게
평등하고 당당하게…토끼처럼 지혜롭게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