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설특집] 방송 프로그램
‘칸 각본상’ 이창동 감독의 시
명화극장 <시>(K1 밤 12시35분) 칸 국제영화제 각본상 수상작. 국외 호평과 달리 국내 흥행기록은 좋지 않았다. 소재가 낯선데다 지성적인 이창동 감독 작품이라 난해할 거라는 지레짐작이 작용한 탓이다. 하지만 영화는 까탈스럽지도 어렵지도 않다. 영화는 시 쓰기를 배우는 60대 노파 손미자(윤정희)가 10대 손자가 일으킨 사건을 뒤처리하고 이를 소재로 한편의 시를 유서처럼 완성해가는 과정을 훑어간다. 시인의 입을 통해 시를 말하고 시낭송 모임을 통해 시가 유통되는 현장을 보여주기도 한다. 영화는 시의 아름다움과 시를 쓰려는 노파의 순수함, 그리고 끔찍한 범죄와 이를 덮으려는 우리 사회의 뻔뻔함을 선명하게 대조시키면서 묻는다. “이 시대 시는 무엇인가. 시 쓰기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김명민의 빛나는 연기 투혼
<내사랑 내곁에>(SBS 밤 11시) 몸이 조금씩 마비되어가는 루게릭병을 앓는 종우(김명민). 홀어머니 장례식날 한 동네에서 자란 장례지도사 지수(하지원)와 재회해 사랑에 빠진다. 1년 뒤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의 보금자리는 병원이다. 종우는 숟가락 하나 손에 쥐는 것도 힘겨운 처지지만 늘 곁을 지켜주는 아내 지수가 있어 어느 때보다 행복하고, 누구보다 투병의지가 강하다. 비슷한 아픔을 지닌 같은 병동 식구들과 서로 격려하고 위로 받으며 지내는 사이 환자들은 회복세를 보이거나 수술의 희망을 찾게 된다. 그러나 종우의 상태는 점점 나빠져가고, 병을 쿨하게 받아들였던 그는 변해가는 자기 몸을 지켜보는 게 두려워진다. 그리고 마침내, 그토록 피하고 싶었던 언어장애가 시작된다. 박진표 감독 2009년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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