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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짜듯 놀아요 놀아요 “모어 머니” 말고 “굿모닝” 이라고 말하며 살아요
우리는 음악으로 사람들이 아픈거 달래고 싶어 #1 ‘에이’, 40대 만년 과장. 돈 버는 기계. 아내와 딸, 유일한 웃음. 오늘, 딸의 생일. 딱 걸린 야근. ‘젠장’. #2 ‘비’, 학교·직장 때려치운 떨거지. 있는 건 돈뿐. 술, 유일한 웃음. 오늘, 유쾌하게 알코올 속으로. 딱 잡은 운전대. ‘빌어먹을’. ‘쾅’. 나뒹구는 주검. #3 ‘비’를 겨눈 ‘에이’의 총구. “너는 내 행복을 죽였어.” “미안해… 난 인생에게 졌어. 그래 나를 쏴 어서.” ‘탕’ 손을 적신 붉은 피. 넋업샨(26)과 영지엠(23)의 ‘아이에프’, 그 첫번째 열범 <위 아 뮤직>, 10번째 노래 ‘어느 토요일’. 8분13초. 디제이 솔스케이프가 엮은 영롱한 리듬 위, 꼬리를 물며 팽팽하게 이어진 두 사람의 이야기. 재간동이 이야기꾼은 이렇게 힙합으로 영상을, 시를 짠다. 왜 이렇게 비극적인 만남을 그렸나? “우린 긍정적인 사람들이에요. (하하) 이건 영화 <21g>을 보고 감명 받아 만든 노래에요. 사는 게 허무하고 어떻게 될지 모를 때가 많죠. 하지만 그건 순간의 의미를 못 봤기 때문일 수도 있어요.” 앨범 마지막 ‘데피니션 오브(~에 대한 정의)’에선 인생을 이렇게 말한다. “허무란 단어를 가치란 단어로 바꿔, 유한한 삶은 짧기에 더욱 빛나는 것.”
진지한 그들, 힙합의 진화를 꿈꾼다. “낱말 하나하나 걸러내요. 자신을 음유시인이라고 생각하고 각운과 운율을 맞춰요. 영화, 책 보고 여행 많이 해요. 신선한 걸 찾아요. 소재가 떨어지면 죽음이에요. 비보이·걸(힙합에 맞춰 춤 추는 사람들)이 발레, 요가까지 배우면서 체계를 쌓아가려고 노력하는 거랑 비슷해요.” 고심고심해서 노래를 만들기에 견딜 수가 없다. “진짜 좋은 음악들이 힙 겹게 싸우다가 사라져버려요. 엠피스리로 달랑 한곡 내려받아 듣고 이러쿵 저러쿵….” 이런 것들. 음악 판에 독설을 날린다. “돈과 명예 대신 우린 펜과 페이퍼”라는 이들, 세상에도 쓴 소리다. “독한 신사 숙녀 양반들, 승자는 없고 패자만 있어. …이 지구는 자연과 사람이 추는 탱고. 사람이 편리란 술에 취해 밟아.(해피쏭)” 이런 식으로. 신나게 비꼬며. “다들 먹고 사는 것에만 바쁜 것 같아요. 힙합도 파티하자, 놀자는 노래들이 대부분이에요. 때로는 가볍지 않은 이야기를 할 필요도 있어요. 뭘 해도 진실이 동반되어야 하는 거잖아요?” 그렇게 넋업샨은 넋을 업고 사는 사람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진심 어려 따뜻하다. 솔스케이프의 음악, 살랑살랑 보사노바부터 여러가지를 버무린 명랑한 비빔밥. 전제덕의 하모니카, ‘러브홀릭’ 지선, ‘서울스타’ 큐빅의 목소리, 정감어린 양념들. 이 음색과 손잡고 이들은 풍성한 비유를 살려 “모어 머니(돈 더)”말고 “굿모닝”이라고 말하며 살자고 속삭인다. “목소리를 악기로 연주하는 게 재미있어요. 그걸로 뭔가를 전달할 수 있다는 게 좋아요. 세상은 어질러진 방 같아요. 그래도 우리는 음악으로 사람들이 아픈 거 달래고 싶어요.” “놀다보니 에프학점뿐. 핑크빛 연애 빛나는 순간 날아온 영장. 꾸물떡거리다 연병장 몇 바퀴. …달리다보면 넘어지는 날도, 인생이란 마라톤에 20대는 겨우 작은 고갯길. 아이에프 우리 노래가 당신 영혼에 살짝 보탬이”(20’스) 글 김소민 기자 prettyso@hani.co.kr 사진 이정용 기자 lee31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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