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나:전쟁의 여신>
대본에 적극 의견 개진…손혁 감정선 살려
“좋은 감독 만나서 다시 나를 깨뜨리고 싶어”
“좋은 감독 만나서 다시 나를 깨뜨리고 싶어”
<아테나:전쟁의 여신>(에스비에스 월화 밤 9시55분, 이하 <아테나>)에서 손혁(차승원) 앞에 선 윤혜인(수애)이 이런 기분일까. 배우 차승원은 브라운관 밖에서 직접 대화를 나눌 땐, 상대의 눈을 지그시 바라본다. 상대가 잠깐 다른 행동을 해도 그의 시선은 상대의 눈을 좇는다. <아테나> 속 이정우(정우성)를 바라보는 살기 가득한 눈빛이 아니라, 혜인과 마주할 때의 아련한 눈빛에 가깝다.
<아테나>에서 늘 긴장 속에 사는 손혁이 무장해제되는 순간은 윤혜인과 만날 때다. <아테나>는 화려한 출연진에 견줘 시청률(평균 10% 남짓)에서 두드러지지 못하고 있다. 배우들의 연기력이 눈에 띄지 않고 이야기 전개도 느슨하다는 비평 속에서, 홀로 선전하면서 이 드라마를 이끌어가는 존재가 차승원이다. 애초 정우성의 드라마로 시작했지만 지금 <아테나>는 분명 차승원의 드라마로 바뀌었다. 10일 서울 문정동 촬영 현장에서 차승원을 만났다. 모델 출신 배우는 여럿이 있지만 가장 안착한 배우로 꼽히는 차승원의 성공 가도에는 무엇이 있을까?
■ 차승원은 ‘차 작가’ 촬영 현장에서도 차승원은 손혁처럼 냉철하고 꼼꼼하다. 대본을 달달 외우느라 정신이 없었고, 촬영이 끝나면 모니터 앞으로 달려갔다. 말 붙일 틈이 없다. <씨네21> 인터뷰에서 영화 <박수칠 때 떠나라>를 함께 찍은 장진 감독은 그를 “자기 역할에 대해 아주 공격적인 배우”라고 했고, <국경의 남쪽> 안판석 감독은 그가 “밤마다 여관방에 능구렁이처럼 찾아들어 촬영 분량을 복기해갔다”고 했다. 현장에서 만난 <아테나> 제작자인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는 그를 “차 작가”라고 불렀다. 그는 기존의 명언을 모아놓은 ‘명언집’을 들고 다니며 평범한 손혁의 대사를 상징적인 대사로 바꿨다. 아테나 요원이 폭탄을 몸에 장착하고 국정원에 잠입한 상황에서 그는 평범한 대사를 “사형선고를 받았다고 다 교수형에 처하는 건 아니야”로 명언집을 인용했다.
“손혁은 말이 없기 때문에 적재적소에 내뱉는 상징적인 대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대사를 하지 않을 때 하는 연기가 진짜라고 생각하는데 드라마에서는 그럴 수 없잖아요. 상징적인 대사들로 단어나 문장 등을 활용해 손혁의 감정을 전하고 싶었어요.” 배우가 대본에 손을 대는 것은 쉽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만큼 <아테나>에서 차승원의 위상과 존재감이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손혁에게 윤혜인은 심장 같은 존재라고 생각해 ‘심장’이란 단어를 1회부터 20회까지 삽입했다. 최근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윤혜인에게 한 “쏴, 쏘라고, 어차피 너 때문에 움직이는 심장이니까”라는 대사도 “쏴”라는 한마디를 그가 다시 창조했다. 연극에서나 나올 것 같은 다소 낯간지러운 대사가 차승원의 입에서 나오면서 화제가 됐다. 대사를 어떻게 할 것인가는 그가 모든 고민을 쏟아붓는 문제다. ‘그렇습니다. 그래서’를 한 단어처럼 내뱉은 뒤 그다음 대사에 무게를 싣는 것처럼 대사의 높낮이와 끊어가는 부분 등을 늘 계산하고 연구한다.
<아테나>에서 그는 이정우를 바라볼 땐 턱을 살짝 들고 눈을 내리깔고, 윤혜인과 만나면 정면을 쳐다본다. 그런 미세한 변화로 다른 인물을 보여준다. “배우에게 가장 좋은 것은 관찰이에요. 15년 동안 주로 이 분야 사람들만 만나니까 일부러 사람 많은 곳에 가서 탐구해요. 특이하게 걷는 사람도 많고 특이한 말투를 가진 사람도 많잖아요. 주의 깊게 관찰한 뒤 그걸 습득하는 거죠. 그게 공부예요. 감정에 따라 다른 목소리를 내는 식으로 음성 훈련도 더해서 목소리도 변조하고 싶어요.” “늘 자신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그는 작품마다 자신에게 한가지씩 과제를 던진다. 지금 그가 고민하는 과제는 뭘까. “나도 모르게 고정적으로 박힌 생각들을 탈피하고 싶어요. 그런데 그건 좋은 감독을 만나야 해요. 배우의 생각만으로는 안 되는 게 있어요. 이야기를 하다 보면 감독이 저한테 이런 모습이 있구나, 잡아내는 게 있어요. 15년이 흘렀으니 이제는 걸음마 단계는 넘어섰어요. 기초 체력은 갖고 있으니 좋은 코치를 만나고 싶어요.”
■ 코믹은 그만! 멜로와 액션만 하겠다 젊었을 때 멋있는 남자를 연기했던 배우들도 40살이 넘어서면 코믹연기 등으로 연기 변신을 꿰한다. 젊은 배우 중심인 한국 드라마에서 누구의 아버지 외에는 더 이상 맡을 역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차승원은 모델로 데뷔해 외모만 부각되던 것을 되레 자신을 망가뜨리는 코믹연기로 한계를 뛰어넘었다. <신라의 달밤> <광복절 특사> <선생 김봉두> <귀신이 산다> 등에 연이어 출연하며 남루하고 지질한 연기로 코믹연기의 최정상에 올랐다. 그 뒤 다시 <혈의 누> <박수칠 때 떠나라> <포화 속으로> 등 강한 남성의 모습을 보여줬다. “계획한 건 아니라”지만 이런 선택으로 그는 액션과 멜로, 코믹 등 다양한 장르와 영화·드라마의 경계를 넘나드는 몇 안 되는 배우가 됐다.
일찍 결혼한 차승원도 이제 마흔한살, 아들이 스물두살이 됐다. 배우로서 또다른 과정에 접어든 그는 이제 오히려 자기 색깔을 더욱 분명하게 가려고 한다. “이젠 비루한 삶을 빙자한 코믹한 연기는 하고 싶지 않아요. 앞으로는 액션 아니면 멜로만 할래요. 제대로 된 로맨틱 코미디를 너무 하고 싶어요.”
<아테나>는 그런 그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한 여자를 위해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 악랄하지만 치명적인 남성적 매력으로 무장한 남자. 언제나 여성을 설레게 하는 남성성은 그가 끝까지 밀어붙이려는 그의 캐릭터다. “인물에는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손혁의 목적은 윤혜인이니까. 한 여자를 내 심장처럼 사랑하니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아요. 나이가 아무리 들어도 남자는 남자이고 여자는 여자잖아요. 나이가 들면 ‘사람’이 되는데(웃음) 전 그러기는 싫어요. 그래서 운동도 열심히 하고 젊은 사고를 가지려고 하죠.” 그가 <시티홀>에서 함께 작업한 <파리의 연인> <시크릿 가든>의 김은숙 작가를 좋아하는 이유도 그렇다. “김 작가 작품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은 모두 여자들의 로망이잖아요. 사람의 감정을 잘 녹이고 여자들이 좋아하는 남자를 누구보다 잘 안다는 거죠. 대단한 거예요. <시티홀> 하면서 손으로 햇볕을 가려준다거나 뒤에서 안는 것을 여자들이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어요(웃음).”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손홍주 <씨네21> 기자 lightson@cine21.co.kr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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