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전문가용 카메라·가짜 명함 들고 행사장 잠입
홍보팀, 걸러내기 곤욕…취재증 거액 거래도
홍보팀, 걸러내기 곤욕…취재증 거액 거래도
# 24일 티브이엔 <오페라스타 2011> 행사장. 한 사진기자가 연방 셔터를 누르고 있다. 그런데 옷차림이 미니스커트에 화장도 곱다. 왜?
# 지난해 7월 일본 아이돌 그룹 캇툰의 기자간담회장. 한 매체당 기자를 1명으로 제한했는데 무려 4명이 온 매체가 있다. 관계자의 제지에 서로 들어가겠다며 말다툼을 벌였다. 왜?
정답은 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기자를 사칭한 극성팬들이다. 요즘 드라마 제작발표회 등 연예인이 나타나는 현장들은 기자를 사칭하는 팬들과 이들을 잡아내려는 주최진들이 숨바꼭질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날이 갈수록 대담하고 치밀해지는 팬들의 침투 수법 때문에 스태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한 자리를 선점한 가짜 기자들 때문에 정작 연예기자들이 자리에 앉지 못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각종 인터넷 연예매체 등이 난립하면서 팬들에게 기자증 등을 돈 받고 팔아 행사장에 넣어주는 일도 드물지 않게 벌어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일부 팬클럽 회원들의 경우 언론사의 아는 사람이나 기자증 제작업체를 통해 기자증을 입수하는 대담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팬심이 취재 방해, 금전 피해로 이어지면서 방송사와 연예기획사들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나 아직까지는 강력한 단속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 미니스커트 입고 찰칵, 기자 아니시죠? 기자 사칭은 극성팬들의 가장 고전적이고 일반적인 잠입 수법이다. 취재 매체가 워낙 많다 보니 엄격하게 확인하기 어려워지면서 더욱 성행하고 있다. 사진기자가 쓰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오는 것은 물론 가짜 명함도 만든다. 실제 있는 기자를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21일 에스비에스 드라마 <마이더스> 제작 발표회에선 한 언론사 기자를 사칭한 팬이 들통나 도망치는 일이 벌어졌다. 기자 다음으로 선호하는 사칭 대상은 스타들의 의상 코디네이터다. 의상과 화장 가방을 들고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팬들이 모여 유령 매체를 만드는 것도 이젠 흔한 일이다. 홍보대행사 영화사 숲의 권영주 실장은 “요즘엔 기자 3명만 있어도 언론사 등록이 가능해 팬들끼리 온라인 매체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류 전문 매체들이 생긴 뒤로는 기자를 사칭하는 일본팬들이 부쩍 늘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정확한 추정은 불가능하지만 유명 아이돌과 한류 스타가 나오는 회견장은 적어도 온 기자의 10%는 가짜 기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팬이야 기자야-골치 썩는 홍보팀 인기 배우가 출연하는 현장에는 보통 수백명의 기자가 몰려든다. 이 중에서 숨어 있는 팬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홍보담당자들도 식별 요령을 익혀가며 솎아내기에 나선다. 우선 베테랑 기자에게 처음 보는 기자들을 골라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홍보담당자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움직이기 편한 복장을 선호하기 마련인 사진기자가 미니스커트나 잘 차린 모습이라면 십중팔구 팬. 수첩에 한 글자도 안 적고 배우 얼굴만 멍하니 보는 경우도 쉽게 들통난다. 하지만 팬일 가능성이 커도 홍보담당자로선 강하게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케이블방송 티브이엔 홍보담당자 한수경씨는 “혹시 진짜 기자일 경우 취재 방해로 생각해 부정적인 기사를 쓸 수도 있어 색출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기자증 160만원, 보도자료는 50만원 이런 팬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일부 군소 온라인 케이블방송 매체 기자들이 팬들에게 돈 받고 기자회견장 출입을 시켜주는 것은 이제 옛말. 최근에는 외국 팬들에게 기자회견장 출입을 코스로 내걸며 여행 상품을 파는 여행사에, 스타 관련 보도자료를 사고파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송승헌 주연의 영화 <고스트> 시사회장엔 일본 주부 여러 명이 기자석에 앉아 있다가 항의로 쫓겨났다. 이들은 한 국내 매체 기자에게 한 사람당 수십만원씩 주고 프레스증을 사고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홍보담당자는 “2009년 배용준씨의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출판 행사장에서는 한 케이블매체 동영상 기자가 일본 중년 여성 팬에게 160만원을 받고 프레스증을 팔다가 경호원에게 발각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일본 팬들에게 영화 시사회에 들어갈 수 있는 가짜 명함을 나눠주는 패키지 여행상품도 판매했다. 이렇게 행사장에서 기자를 사칭해 찍은 사진들은 서울 명동이나 일본 도쿄 번화가에서 화보로 팔리기도 한다. 기자를 사칭하는 팬들의 침입이 점점 심해지고 돈벌이까지 등장하면서 연예기획사들과 방송사는 최근 들어 취재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먼저 취재 신청을 받아 매체 확인 작업에 들어간 뒤 따로 연락해 초청한다. 난립하는 온라인 매체들의 경우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전송하는 업체들로만 제한하는 기자회견장이 많아졌다. 연예인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조금이라고 가까이서 보려는 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행동 자체가 취재 환경을 망쳐 결과적으로 해당 연예인을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한류 스타의 매니저는 “기자, 피디 등 관계자는 물론 다른 배우들도 함께 자리하는 공식행사이니까 몰래 들어오는 행동은 삼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 팬이야 기자야-골치 썩는 홍보팀 인기 배우가 출연하는 현장에는 보통 수백명의 기자가 몰려든다. 이 중에서 숨어 있는 팬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홍보담당자들도 식별 요령을 익혀가며 솎아내기에 나선다. 우선 베테랑 기자에게 처음 보는 기자들을 골라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홍보담당자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움직이기 편한 복장을 선호하기 마련인 사진기자가 미니스커트나 잘 차린 모습이라면 십중팔구 팬. 수첩에 한 글자도 안 적고 배우 얼굴만 멍하니 보는 경우도 쉽게 들통난다. 하지만 팬일 가능성이 커도 홍보담당자로선 강하게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케이블방송 티브이엔 홍보담당자 한수경씨는 “혹시 진짜 기자일 경우 취재 방해로 생각해 부정적인 기사를 쓸 수도 있어 색출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기자증 160만원, 보도자료는 50만원 이런 팬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일부 군소 온라인 케이블방송 매체 기자들이 팬들에게 돈 받고 기자회견장 출입을 시켜주는 것은 이제 옛말. 최근에는 외국 팬들에게 기자회견장 출입을 코스로 내걸며 여행 상품을 파는 여행사에, 스타 관련 보도자료를 사고파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송승헌 주연의 영화 <고스트> 시사회장엔 일본 주부 여러 명이 기자석에 앉아 있다가 항의로 쫓겨났다. 이들은 한 국내 매체 기자에게 한 사람당 수십만원씩 주고 프레스증을 사고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홍보담당자는 “2009년 배용준씨의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출판 행사장에서는 한 케이블매체 동영상 기자가 일본 중년 여성 팬에게 160만원을 받고 프레스증을 팔다가 경호원에게 발각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일본 팬들에게 영화 시사회에 들어갈 수 있는 가짜 명함을 나눠주는 패키지 여행상품도 판매했다. 이렇게 행사장에서 기자를 사칭해 찍은 사진들은 서울 명동이나 일본 도쿄 번화가에서 화보로 팔리기도 한다. 기자를 사칭하는 팬들의 침입이 점점 심해지고 돈벌이까지 등장하면서 연예기획사들과 방송사는 최근 들어 취재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먼저 취재 신청을 받아 매체 확인 작업에 들어간 뒤 따로 연락해 초청한다. 난립하는 온라인 매체들의 경우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전송하는 업체들로만 제한하는 기자회견장이 많아졌다. 연예인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조금이라고 가까이서 보려는 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행동 자체가 취재 환경을 망쳐 결과적으로 해당 연예인을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한류 스타의 매니저는 “기자, 피디 등 관계자는 물론 다른 배우들도 함께 자리하는 공식행사이니까 몰래 들어오는 행동은 삼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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