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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간 큰 열혈 팬들 기자 사칭·코디 위장 “스타 가까이서 볼래”

등록 2011-02-28 18:53수정 2011-03-01 11:14

그림 김영훈 기자 <A href="mailto:kimyh@hani.co.kr">kimyh@hani.co.kr</A>
그림 김영훈 기자 kimyh@hani.co.kr
전문가용 카메라·가짜 명함 들고 행사장 잠입
홍보팀, 걸러내기 곤욕…취재증 거액 거래도
# 24일 티브이엔 <오페라스타 2011> 행사장. 한 사진기자가 연방 셔터를 누르고 있다. 그런데 옷차림이 미니스커트에 화장도 곱다. 왜?

# 지난해 7월 일본 아이돌 그룹 캇툰의 기자간담회장. 한 매체당 기자를 1명으로 제한했는데 무려 4명이 온 매체가 있다. 관계자의 제지에 서로 들어가겠다며 말다툼을 벌였다. 왜?

정답은 기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바로 기자를 사칭한 극성팬들이다. 요즘 드라마 제작발표회 등 연예인이 나타나는 현장들은 기자를 사칭하는 팬들과 이들을 잡아내려는 주최진들이 숨바꼭질을 벌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날이 갈수록 대담하고 치밀해지는 팬들의 침투 수법 때문에 스태프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또한 자리를 선점한 가짜 기자들 때문에 정작 연예기자들이 자리에 앉지 못하는 웃지 못할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각종 인터넷 연예매체 등이 난립하면서 팬들에게 기자증 등을 돈 받고 팔아 행사장에 넣어주는 일도 드물지 않게 벌어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일부 팬클럽 회원들의 경우 언론사의 아는 사람이나 기자증 제작업체를 통해 기자증을 입수하는 대담한 행동까지 서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팬심이 취재 방해, 금전 피해로 이어지면서 방송사와 연예기획사들은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하나 아직까지는 강력한 단속의지는 보이지 않고 있다.

■ 미니스커트 입고 찰칵, 기자 아니시죠? 기자 사칭은 극성팬들의 가장 고전적이고 일반적인 잠입 수법이다. 취재 매체가 워낙 많다 보니 엄격하게 확인하기 어려워지면서 더욱 성행하고 있다. 사진기자가 쓰는 전문가용 카메라를 들고 오는 것은 물론 가짜 명함도 만든다. 실제 있는 기자를 사칭하는 경우도 있다. 21일 에스비에스 드라마 <마이더스> 제작 발표회에선 한 언론사 기자를 사칭한 팬이 들통나 도망치는 일이 벌어졌다. 기자 다음으로 선호하는 사칭 대상은 스타들의 의상 코디네이터다. 의상과 화장 가방을 들고 자연스럽게 들어간다. 팬들이 모여 유령 매체를 만드는 것도 이젠 흔한 일이다. 홍보대행사 영화사 숲의 권영주 실장은 “요즘엔 기자 3명만 있어도 언론사 등록이 가능해 팬들끼리 온라인 매체를 만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한국 연예인들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한류 전문 매체들이 생긴 뒤로는 기자를 사칭하는 일본팬들이 부쩍 늘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정확한 추정은 불가능하지만 유명 아이돌과 한류 스타가 나오는 회견장은 적어도 온 기자의 10%는 가짜 기자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 팬이야 기자야-골치 썩는 홍보팀 인기 배우가 출연하는 현장에는 보통 수백명의 기자가 몰려든다. 이 중에서 숨어 있는 팬을 찾기란 쉽지 않지만 홍보담당자들도 식별 요령을 익혀가며 솎아내기에 나선다. 우선 베테랑 기자에게 처음 보는 기자들을 골라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홍보담당자들이 애용하는 방법이다. 움직이기 편한 복장을 선호하기 마련인 사진기자가 미니스커트나 잘 차린 모습이라면 십중팔구 팬. 수첩에 한 글자도 안 적고 배우 얼굴만 멍하니 보는 경우도 쉽게 들통난다. 하지만 팬일 가능성이 커도 홍보담당자로선 강하게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케이블방송 티브이엔 홍보담당자 한수경씨는 “혹시 진짜 기자일 경우 취재 방해로 생각해 부정적인 기사를 쓸 수도 있어 색출에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어려움을 호소했다.

■ 기자증 160만원, 보도자료는 50만원 이런 팬들을 상대로 돈벌이를 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일부 군소 온라인 케이블방송 매체 기자들이 팬들에게 돈 받고 기자회견장 출입을 시켜주는 것은 이제 옛말. 최근에는 외국 팬들에게 기자회견장 출입을 코스로 내걸며 여행 상품을 파는 여행사에, 스타 관련 보도자료를 사고파는 이들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송승헌 주연의 영화 <고스트> 시사회장엔 일본 주부 여러 명이 기자석에 앉아 있다가 항의로 쫓겨났다. 이들은 한 국내 매체 기자에게 한 사람당 수십만원씩 주고 프레스증을 사고 들어온 것으로 드러났다. 한 홍보담당자는 “2009년 배용준씨의 책 <한국의 아름다움을 찾아 떠난 여행> 출판 행사장에서는 한 케이블매체 동영상 기자가 일본 중년 여성 팬에게 160만원을 받고 프레스증을 팔다가 경호원에게 발각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일부 여행사에서는 일본 팬들에게 영화 시사회에 들어갈 수 있는 가짜 명함을 나눠주는 패키지 여행상품도 판매했다. 이렇게 행사장에서 기자를 사칭해 찍은 사진들은 서울 명동이나 일본 도쿄 번화가에서 화보로 팔리기도 한다.

기자를 사칭하는 팬들의 침입이 점점 심해지고 돈벌이까지 등장하면서 연예기획사들과 방송사는 최근 들어 취재 절차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먼저 취재 신청을 받아 매체 확인 작업에 들어간 뒤 따로 연락해 초청한다. 난립하는 온라인 매체들의 경우 포털 사이트에 기사를 전송하는 업체들로만 제한하는 기자회견장이 많아졌다.

연예인들은 좋아하는 연예인을 조금이라고 가까이서 보려는 팬들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런 행동 자체가 취재 환경을 망쳐 결과적으로 해당 연예인을 곤란하게 만드는 행위라고 입을 모은다. 한 한류 스타의 매니저는 “기자, 피디 등 관계자는 물론 다른 배우들도 함께 자리하는 공식행사이니까 몰래 들어오는 행동은 삼가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취재진 ‘코스프레’ 20대 여성

최대한 당당히, 들키면 발뺌

“구체적 방법은 절대 비밀
업무 방해? 애정 아닌가”

좋아하는 스타를 보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들어가봤다는 팬들, 도대체 어떻게 그리고 왜 이런 불법적인 일을 버젓이 벌일까? 어렵게 수배해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한 한 20대 기자사칭 여성팬은 “지금까지 한 10번 정도 사칭했다”며 기자회견장 출입을 위해 신문사와 방송사의 지인으로부터 기자증을 건네받거나 기자증 제작업체에서 몰래 발급받았다고 밝혔다. 기자 사칭이 조직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언제부터 기자를 사칭해서 들아갔나?

“어떤 대형 공연이었는데, 친구가 하는 걸 보고 취재진으로 들어가면 가까이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기자는 지금까지 한 10번 정도 사칭했다. 명함을 직접 만들었고, 신문사나 방송국에 아는 사람이 있어서 프레스증(기자증)을 받았다. 아는 프레스카드 제작업체에 가서 몰래 받기도 했다.”

-다른 방법도 쓰나?

“코디인 척 들어가는 것도 요긴하다. 스태프가 어수선하고 체계적이지 않은 연예인을 노린다. 기획사나 행사 주최 쪽에 아는 사람을 소개해 아르바이트일을 하게 한 적도 있었다. 방송국이나 자주 가는 공연장은 일명 ‘개구멍’을 알아두고 몰래 숨어 들어간다.”

-팬인 게 들통난 적은 없나?

“한 번도 없었다. 최대한 당당하게 행동하는 게 비법이다. 위축돼서 눈치보거나 우물쭈물하면 의심받는다. 매니저나 경호원들에게 안 보이게 다녀야 한다. 너무 자주 해도 안 된다. 매니저나 경호업체 직원들에게 낯이 익으면 바로 끌려나간다. 발각되더라도 발뺌해야 한다. 우리 쪽에서 강하게 나가면 아무 말 못한다. 행사장에 가면 보기만 해도 ‘아, 저 사람은 팬’이라는 걸 알 수 있다. 2~3명씩 한팀이 되어 움직여야 의심받아도 옆에서 동조해준다.”

-행사 정보는 어디서 얻나?

“매니저나 기획사 관계자 등에게 듣는다. 스타의 부모님과 친분을 쌓아놓고 듣기도 한다. 일본은 이런 것 자체가 없으니 일본 팬들은 놀란다. 스타의 부모님과 안다고 해도 신기해한다. 팬들 중에 정보를 유독 잘 알아내는 친구가 있다. ”

-통제가 엄격해졌다. 팬카페 등에서 더 치밀한 방법을 강구중인가?

“당연하다. 사실 아무리 엄격하고 강하게 나온다고 해도 팬들은 못 막는다. 우리끼리 우스갯소리로 ‘빠순이가 못 하는 건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팬카페에서는 이런 이야기는 절대 금지다. 다들 겉으로는 싫어하는 척하기 때문이다. 같이 다니는 몇몇 사람들끼리만 의견 교환한다. 구체적인 방법은 절대 비밀이다.”

-이렇게까지 들어가서 보고 싶은 이유는 뭔가?

“솔직히 이야기하면 이것도 업무방해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것은 안다. 한심하고 철없이 보여도 그냥 (좋아하는 스타를) 순수하게 좀더 가까이서 보고 싶은 마음뿐이다. 제작발표회는 팬들이 못 가는 곳이니까 다른 팬들은 보지 못한 모습을 나는 봤다는 일종의 우월감도 생겨서, 한번 시작하면 쉽게 그만두지 못하는 것 같다. 우리도 기자들 취재 방해 안 하려고 최대한 조심한다. 가끔은 연예인을 향한 애정의 표현인데 우리가 뭐 어쨌다고 그러나 억울할 때도 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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