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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디테일은 드라마의 모든 것이다”

등록 2011-03-02 20:55

테런스 윈터
테런스 윈터
주목받는 작가 테런스 윈터
갱이야기 ‘보드워크 엠파이어’
부패정치인 적나라하게 묘사
“사전검열? 있을 수 없는 일”

“드라마에서 디테일은 중요합니다. 디테일이 살아 있으면 시청자들은 드라마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빠져들거든요.” 미국 인기 텔레비전 드라마 <소프라노스>의 작가 테런스 윈터는 최근 <한겨레>와 단독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디테일은 드라마의 모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쩌면 당연하게 들리는 그의 지적은 국가기관이나 전문직 종사자들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조차 황당할 정도로 비현실적인 장면이 종종 나오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돌아보게 만든다.

지금 미국에서 가장 주목받는 드라마 작가 중 한명인 테런스 윈터는 마피아 중간 보스가 조직과 가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이야기가 중심인 <소프라노스>를 1999년 집필해 시즌 6까지 이어졌을 정도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그리고 최근에는 역시 미국 갱들의 이야기인 <보드워크 엠파이어>로 다시 한번 능력을 입증했다. 얼마 전 열린 골든글로브상에서 티브이드라마 작품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2월부터 국내 케이블 방송 스크린 채널에서 토요일 밤 10시에 2회씩 방영되며 국내 시청자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금주령 시대였던 1920년대 애틀랜틱시티를 배경으로 정치가이자 갱인 너키 톰슨이란 인물의 삶을 그린다. 테런스 윈터는 넬슨 존슨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해 너키 톰슨의 이중적인 모습을 통해 20세기 초반 미국 사회의 풍경을 흥미롭게 그려내고 있다. 윈터는 전설의 마피아 알 카포네가 나오는 등 역사적인 사실에 절반 가까이 작가의 상상을 보탰다고 설명했다.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부패한 정치인을 거침없이 묘사한 것이 눈길을 끈다. 정치인에게 돈 받고 눈감아주는 경찰이나 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인, 금주령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음모와 계략을 적나라하게 표현한다. 정부 정책을 대변하는가 하면, 관계기관에 사전에 대본을 보여주고 ‘검사’를 받기도 하는 한국 드라마들에선 보기 어려운 부분이다. “미국에서는 금기시되거나 논란이 되는 주제는 없어요. 미국 드라마는 갱스터, 연쇄살인범, 부패한 정치인 등이 심심찮게 등장하고 불치병 환자부터 성적 관습에 도전하는 수많은 이야기를 다뤘지만 지금껏 한번도 금기시된 주제는 없었습니다.”

사회의 그늘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이야기에 힘을 더욱 보태주는 것은 실감나는 컴퓨터그래픽. <보드워크 엠파이어>는 바닷가에 몰려든 인파나 당시의 건물 등을 입이 벌어질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래픽 처리했다. “그 시대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어요. 전 극중 인물들이 만화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들이 실제로 1920년대를 사는 사람처럼 보이기를 원했습니다. 90년 전에 일어난 일들을 지금 일어나는 것처럼 그리는 작업은 어려웠지만 수십번 고증한 끝에 역사적인 사실을 정확하게 그렸습니다.” <소프라노스> <매드맨>을 작업한 프로덕션 디자이너 밥 쇼가 세트 등 시각적인 부분을 책임졌고, <매드맨> 의상디자이너 존 던 등이 참여했다.

테런스 윈터는 변호사였다가 드라마 작가가 됐다. 고등학교 영어 수업 시간에 금요일마다 소설을 썼는데 선생님이 소질있다며 권했다고 한다. 그러나 글을 쓰기로 결심한 것은 변호사가 된 뒤였다. “하던 일 때문에 나락에 떨어지는 경험을 한 뒤에야 가슴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어요.”

그는 요즘 미국 최대의 케이블채널 에이치비오에서 전설적인 록그룹 롤링 스톤스의 믹 재거와 함께 록음악을 주제로 한 드라마를 준비중이다. <보드워크 엠파이어>에 이어 이번에도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을 맡는다. “<택시 드라이버>를 본 10대 때부터 마틴은 제 우상이었습니다. 그와 일하는 것은 꿈이 이루어진 것 이상입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스크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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