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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세레나 허예요 매주 망가지고 있어요

등록 2011-03-07 20:17수정 2011-03-08 09:39

개그우먼 허안나
개그우먼 허안나
‘개콘’서 에로틱 동요로 인기 허안나
분장 지우면 평범한 20대
특채됐다 공채된 악바리
“조혜련의 도전 닮고 싶어”

“‘세레나 허’씨 맞아요?”

4일 개그우먼 허안나(27)를 만나자마자 이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한국방송 <개그콘서트> ‘슈퍼스타 케이비에스’에서 육감적인 몸매를 드러내며 에로틱하게 동요를 부르는 세레나 허와 달리, 텔레비전 밖 개그우먼 허안나는 청순한 20대 아가씨였다. 긴 생머리에 파란색 후드 티를 입고 운동화를 신은 모습이 수수했다. “평소엔 아무도 못 알아봐요. 화장도 안 하고 다녀서. 지금껏 딱 한 분 알아봤나? 편해요. 나이트클럽에서도 마음껏 놀 수 있고. 하하.” 환하게 웃으면 생기는 보조개가 예뻤다.

■ 웃음도 섹시해질 수 있다-세레나 허 여성의 섹시미를 대놓고 드러낸 ‘세레나 허’와 남성의 중요 부위를 강조한 ‘발레리노’ 등 예전에는 볼 수 없던 개그들이 요즘 인기다. 그동안 여성 외모를 소재로 한 개그는 뚱뚱한 여자를 놀리거나 못생긴 여자와 예쁜 여자를 비교하는 식이었는데, 세레나 허는 여성의 성적 매력을 당당히 드러내는 시도로 주목받았다. 허안나는 “쉬쉬했던 것을 방송에서 대놓고 하니까 좋아하는 것 같다”며 “섹시한 여자가 망가지는 콘셉트로 반전을 주니까 편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세레나 허’ 캐릭터는 허안나가 2008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선보인 섹시한 양호 선생님에서 출발했다. 그를 눈여겨본 당시 <개콘> 김석현 피디가 스카우트해 노래를 접목시켜보라고 했고, 이상덕 작가가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를 추천했다. 지금 하는 ‘우’ ‘아’ ‘하’ 등의 추임새는 모두 첫 무대에서 부른 ‘퀴즈 탐험 신비의 세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 “‘지구는 숨을 쉰다’고 해서 ‘하~’를 넣었는데 웃으시더라고요. 그때부터 적절하게 추임새를 넣었어요.”


그냥 나와 몸만 흔드는 것 같지만 세레나 허는 철저한 고민 끝에 나왔다. 3분 남짓한 분량을 준비하는 데 1주일을 모두 바친다. 가장 신경쓰는 것은 동요 고르기. 1주일에 30~40곡을 듣고 3곡을 정해 편곡하고 안무를 짠 다음 다시 한 곡을 선택한다. 동요라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우유 좋아’(<우유송>)처럼 감정이 있는 가사는 안 된다. “세레나 허가 부르면 섹시하게 들리니까 아무 뜻 없어야 해요. 윤종신의 ‘팥빙수’를 부르고 싶은데 ‘체리 꼭지’라는 가사 때문에 안 됩니다. 피디님이 체리는 야한 과일이라고. 하하.”

맨 처음 1회 때 뭔가 심심한 듯해 세레나 허를 재즈 가수를 꿈꾸다가 에로 배우가 된 여자로 재설정했고, 2회부터 숄을 두르고 노래에 재즈풍을 가미했다. “인물에 사연이 있어야 진심이 나온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아무도 모르더라고요.”

■ 평범해도 웃긴다-허안나 세레나 허는 남성 중심 개그계에서 독립 여성 캐릭터로 자리를 굳힌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콘>에 출연하는 개그맨 40여명 중 개그우먼은 10여명. 그나마 주로 남자 개그맨을 뒷받침하는 역이 대부분이다. “남자 개그맨들이 꼭지를 구성한 뒤 여자 역할이 필요할 때 개그우먼을 넣는 식이 많아요.”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등 인기 꼭지에 출연했어도 늘 주변인이었던 허안나는 만화에나 나올 법한 과장되고 강인한 캐릭터로 혼자 등장해 꼭지를 이끄는 개그우먼이 됐다.

정작 본인은 평범한 외모가 콤플렉스였다고 한다. “요즘 개그우먼은 예쁘거나 웃기게 생기거나, 키가 크거나 작거나, 몸이 마르거나 뚱뚱하거나 둘 중 하나예요. 전 이도 저도 아니잖아요. 예쁘거나 못생긴 여자가 망가지면 재미있는데 전 평범한 외모로 망가지니까 소극장에 설 때 비호감이라고 관객들이 얼굴 돌리는 등 싫은 표정을 대놓고 했어요. 옥상 가서 많이 울었죠.” 싫은 건 죽어도 안 하는데 하고 싶은 건 죽기 살기로 하는 성격이 지금의 허안나를 만들었다. “남들보다 조금 통통한 몸매를 강조해보자고 한 것이 세레나 허가 됐어요.”

얌전해 보이는데 개그 이야기만 나오면 온갖 표정을 동원해 설명한다. 아니나 다를까 어렸을 때부터 “‘똘끼’가 충만했다”고 한다. “초등학교 사진 보면 정상적으로 찍은 것이 없어요. 얌전했는데 사진만 찍으면 표정이 이상해졌어요. 중학교 때는 수학여행 가서 트레이닝복 입고 마이클 잭슨 춤추고. 막연하게 연극영화과에 갔는데 교수님이 개그가 더 어울린다며 추천했어요. 23살 때 혼자 소극장을 찾아가 공개 오디션을 봤죠.” 청순한 허안나의 얼굴 뒤엔 <개콘> 특채로 들어갔는데도 잘 안 풀리자 기본부터 다시 시작하겠다며 2009년 공채 시험을 볼 정도로 악바리 근성이 숨어 있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개그맨도 “끊임없이 도전하는 조혜련 선배”다.

“개그일뿐…욕하시면 속상해요”

개그콘서트 ‘세레나 허’ (허안나씨)
개그콘서트 ‘세레나 허’ (허안나씨)
“좋아하는 분도 많지만 욕하는 분도 많아요. 게시판에 신음 소리나 내며 웃긴다는 글도 있고, 온 가족이 보는데 무슨 짓이냐는 엄마들의 원성도 자자해요. 다 괜찮은데 제발 절 보고 ‘창녀’라는 말은 말아주세요. 속상합니다.” 털털하고 꾸밈없는 허안나도 개그를 개그로 받아들이지 않는 이들 때문에 눈물 꽤나 쏟은 듯했다. 인터뷰하는 1시간 동안 “제발 그 말은 말아달라”를 대여섯번은 말했는데, 무심한 척 내뱉을 때마다 얼굴이 살짝 붉어졌다.

이런 정체 모를 악성 댓글만 빼면 주변 반응은 뜨겁다. 그는 “엄마는 시집갈 생각이 있느냐며 처음에는 어이없어했는데 요즘은 돈을 잘 버니 좋아한다”며 웃었다. “불쑥 전화해서는 오늘 녹화 잘했느냐고 물으시는데 아무래도 편집되어서 돈 못 받을까 봐 걱정하시는 것 같아요. 하하.” 남자친구들은? “민망한지 별말 안 해요.”

요즘 <개그콘서트>에서 남성성을 드러낸 소재로 그와 겨루는 ‘발레리노’는 어떻게 생각할까? 허안나는 “재미있다고 응원해요. 그리고 제가 무슨 말만 하면 이런 개그 해서 무시하느냐고 해요.”

경쟁심일까? “그냥 쫄쫄이 입은 게 창피한 거죠. 이상하게 ‘발레리노’팀은 리허설 때도 쫄쫄이를 입어요. 은근히 즐기는 거 아닌지 몰라. 그래도 그런 ‘발레리노’팀이 고마워요. 선배들 욕이 너무 많아 요즘 게시판에 제 욕이 줄었거든요.하하.”

‘세레나 허’로 뜨고 나니 여기저기서 행사도 쏟아진다. 이상하게 결혼식 축가로 여러 군데서 초청받았다. “색다른 결혼식 하고 싶어 저를 섭외한 것이니까 그냥 ‘첫날밤 뜨겁게 보내시라고 노래 한 곡 준비했습니다’라고 말하고는 ‘동물농장’ 불러요. ‘우’, ‘하~’ 하면 어르신들이 놀라면서도 좋아하세요. 하하.” 남지은 기자, 사진 한국방송 제공

글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김진수 기자 js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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