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인>
의학수사드라마 ‘싸인’ 종영
‘방송사고’ 마지막회 옥에 티
‘방송사고’ 마지막회 옥에 티
한국형 수사드라마는 완성했지만 한국형 드라마 제작방식은 여전히 미완성이었다. 10일 막을 내린 에스비에스 수목드라마 <싸인>(극본 김은희ㆍ장항준, 연출 김형식ㆍ김영민) 마지막 20회 중반에 대형 방송사고가 벌어졌다.
최이한(정겨운)과 정우진(엄지원)이 나오는 장면에서 중간에 화면 조정 장면이 1초 정도 나왔고, 약 20분 정도 소리가 안나오는 순간이 반복됐다. 마지막 고다경(김아중)이 공원을 걷는 장면에서는 음이 소거된 듯 아무 소리도 안들리는 순간이 이어졌다. 드라마 사상 찾아보기 힘든 대형 방송사고였다.
제작진은 11일 보도자료를 내어 “촌각을 다투는 상황에서 촬영해 후반작업 시간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해 음향과 영상이 매끄럽지 않았다”고 해명하고 “(주말)재방송에서라도 완성도 높은 마지막회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시간에 좇겨서 편집을 제대로 하지 못해 후반부에는 거의 편집을 못한 원본 영상 그대로 방송된 셈이다. 제작진은 방송 시간 전까지 편집을 못마치고 방송을 하면서 편집을 계속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싸인>은 애초 5~6회 정도 대본이 완성된 뒤 시작했는데 10회부터는 생방송처럼 촬영했다고 한다. 부검 장면 등 과학수사 기법을 보여주는 여러 소품들을 활용해야 해서 준비 시간이 길었지만 방송 시작 이후 점점 일정에 좇겼다. <싸인> 관계자는 “ 의학수사드라마가 처음이어서 촬영 시간을 정확히 계산하지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 방송사고로 큰 흠집을 냈지만 작품 전체적으로는 의학수사드라마로서 비교적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동안 선보인 수사드라마들은 사건 해결 과정이 엉성해 긴장감을 주지 못했는데, <싸인>은 촘촘한 수사 과정과 예상을 뒤엎는 해결 방식이 돋보였다. 특히 마지막회에서 법의학자 윤지훈(박신양)이 아이돌 가수였던 남자친구를 살인한 범인이 강서연(황선희)이라는 진실을 밝히려고 독이 든 줄 알면서도 음료를 마시고 죽는 반전은 인상적이었다. 이 사건은 과거 인기 가수였던 듀스의 멤버 고 김성재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현실에서 밝혀지지 않은 사안들이 드라마에서 통쾌하게 해결되고 현실을 꼬집는 대사도 화제였다. 국익을 위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검사 결과를 조작한다는 설정 등으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어들였다. 마지막회에서 이명한(전광렬)은 고다경에게 “국과수를 지키기 위해 권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윤지훈의 말도 맞아. 남아 있는 사람들과 국과수를 지켜주게”라는 말을 남기고 국과수를 떠났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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