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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진짜’가수 띄우긴가…가수 모독 프로인가

등록 2011-03-14 20:48수정 2011-03-15 09:20

왼쪽부터 가수 백지영, 윤도현, 이소라.
왼쪽부터 가수 백지영, 윤도현, 이소라.
노래뒤 심사…1명씩 탈락 방식
조영남 “예술 모독 참을 수 없어”
실력파들 공연 볼 좋은 기회 호평
가요계 저변 확대 순기능 기대도
살얼음을 밟는 것처럼 아슬아슬하다. 6일 첫선을 보인 문화방송 <우리들의 일밤>(일요일 오후 5시20분)의 ‘서바이벌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가 방영 2회 만에 찬반·조작 논란 등으로 연일 인터넷을 달군다.

‘나는 가수다’는 이소라, 박정현, 윤도현 등 가수 7명이 매회 주어진 곡을 부르면 청중심사단이 점수를 주고 7등 한 1명은 탈락하는 서바이벌 형식이다.

노래 잘하는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여 돈 주고도 들을 수 없는 멋진 공연이라는 긍정적 평가도 나오지만 갈수록 한국에서 내로라하는 가수들을 점수로 줄 세울 수 있는가라며 ‘가수 모독 프로그램’이라는 비판론이 거세다. 인터넷 반응과 달리 13일 시청률은 7.5%(티엔엠에스)로 아직 크게 주목받지는 못하고 있다.

■ “대중가요 기만한 천박한 발상” “가수들이 스스로 망가지고 있다. 누가 점수 받으려고 기 쓰고 처절하게 노래하는 것을 보고 공연을 보러 가겠는가. 노래는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 가수의 노래를 점수로 매겨 떨어뜨리는 것은 예술에 대한 모독이다. 지금도 생각하면 가슴이 울렁거린다. 김건모나 이소라가 거기서 왜 그러고 있나. 참을 수가 없다.” 가수 조영남은 14일 <한겨레>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목소리를 높였다. 프로들을 어떻게 순위를 정해 나열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고 요청한 한 유명 가수도 “미국이나 영국 등에서는 뮤즈 등 음악가들을 데려다가 누가 잘하는지 겨루지 않는다. 천박한 발상이고 이런 발상을 가능하게 하는 한국 사회의 바로미터”라며 “대중가요를 하찮게 보는 느낌도 든다”고 말했다.

특히 “다양한 음악이 공존하는 진짜 가수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드는 것”이 프로그램 기획의도인 점을 고려하면 과연 문화방송이 기획의도에 충실했느냐는 점도 의문점으로 지적된다.

그동안 시청률이 낮다며 <음악여행 라라라> 등 음악 프로그램을 폐지해 정작 노래 잘하는 가수가 설 공간을 없앤 문화방송이 그 자리에 서야 할 가수들을 예능으로 데려와 서바이벌 게임으로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서정민갑은 “그런 좋은 무대를 없애고 가수들을 몰아넣고 떨어뜨리며 서바이벌 게임처럼 소비하는 것에 분노한다”며 “박정현이 그렇게 노래 잘하는지 몰랐다거나 ‘바람이 분다’가 그렇게 좋은 노래인지 몰랐다는 것은 방송국이 책임 있는 전달자의 역할을 못 했다는 반증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정엽.
왼쪽부터 김건모, 김범수, 박정현, 정엽.
서바이벌 형식에 긴장해 정작 가수들이 음악을 즐기지 못하고 가창력만 내세우는 모습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인기 가수도 프로그램 섭외가 오면 나가겠느냐는 질문에 “‘나는 가수다’는 가창력이 좋은, 잘 내지르는 가수가 좋은 점수를 받는 구조라 나 같은 음역대는 출연할 수도 출연할 마음도 없다”고 말했다. 시청자들은 노래 중간 인터뷰나 개그맨의 대기실 모습이 나오는 맥 끊는 편집이 그들을 아마추어 도전자로 만든다고 비판한다.


■ “음반, 공연 시장 살리는 계기 될 수도” 다만 참가 가수들이 가요계에서도 내로라하는 실력파들이고 이미 프로그램이 시작된 시점이라는 점에서 그들의 선택을 믿고 기다려보자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가수 윤종신은 10일 <한겨레>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찬반양론보다 동료 7명이 참가한 의미가 퇴색되지 않도록 지켜봐 줘야 하는 것이다. 제작진이 탈락자도 사랑받는, ‘루저’가 없는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나는 가수다’는 그동안 음악 프로그램은 밤 11시, 12시 등 늦은 시간에 방영해 아무리 좋은 가수가 나와도 잘 보지 못했던 것과 달리 오히려 노래 잘하는 가수를 대중적으로 알릴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1회 방송이 나간 뒤 박정현을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았고 이소라의 노래 ‘바람이 분다’와 2회 이소라가 부른 변진섭의 ‘너에게로 또다시’는 검색어 1위에 올랐다. 가수 하림은 “프로그램에서 부른 노래가 벌써 화제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관심이 음반이나 공연으로 이어져 공연 문화 활성화를 기대하는 반응도 나온다. 가수 이한철은 “방송에서 노래를 듣고 이들의 노래를 공연장에서 듣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순기능도 클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 트위터와 인터넷 블로그 등에는 “이소라가 대단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콘서트에 가겠다”, “이들이 부른 노래를 음반으로 내면 꼭 사겠다”는 글이 올라온다.

김영희 책임피디는 “무명밴드도 노래만 잘하면 언제든 출연시킬 것이다”라며 “형식만 따지지 말고 노래로 감동을 주고 있는가, 많은 가수가 다양한 장르의 노래를 진지하게 부르고 있는가를 봐달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방송 조작 의혹 뜨거운 감자로

탈락자 반발로 재촬영 소문에
김영희 PD “말도 안 된다” 반박


김영희 책임피디
김영희 책임피디
화제의 프로그램이어서일까.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가 방송 2회 만에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7등으로 탈락이 결정된 가수가 결과에 승복 않고 항의해 결국 제작진이 ‘지금까지는 예행연습이었다’며 다시 촬영했다는 것이다. 한 지상파 예능 피디는 “탈락한 가수가 항의해 다시 촬영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원래 13일 탈락자를 발표해야 하는데 하지 않고 한 주 미뤄질 것이고, 다음주에 다시 탈락한 이가 합류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나는 가수다’는 13일 방송에서 탈락자를 발표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김영희(사진) 책임피디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조작은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도전 곡 보안에도 비상이 걸렸다. 지난달 28일 녹화에 청중심사단으로 참가한 방청객이 13일 방송에서 부를 가수들의 노래를 8일 인터넷에 올렸다. 1980년대 명곡 재해석 무대라며 김범수는 ‘그대 모습은 장미’, 정엽은 ‘짝사랑’, 김건모는 ‘립스틱 짙게 바르고’, 박정현은 ‘비 오는 날의 수채화’, 백지영은 ‘무시로’, 이소라는 ‘너에게로 또다시’, 윤도현은 ‘나 항상 그대를’을 불렀다고 썼는데, 13일 방송 내용과 일치했다. 서바이벌 프로그램 특성상 도전곡 등 주요 방송 내용이 미리 알려지면 특유의 긴장감이 떨어지기 때문에 제작진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김영희 책임피디는 “스포일러 수준의 폭로는 남을 배려 않는 잘못된 생각이다. 그러나 특별한 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참가자의 상식에 맞길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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