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
MBC “진행 규칙 어겨” 교체
다른 가수 출연진들도 “혼란”
의혹해소·후임결정 등 ‘난제’
다른 가수 출연진들도 “혼란”
의혹해소·후임결정 등 ‘난제’
첫 탈락자는 가수가 아니라 김영희 책임피디였다. 문화방송 <우리들의 일밤> ‘나는 가수다’를 지휘한 김영희 책임피디가 전격 경질됐다. 방송에서 밝혔던 진행 규칙을 어기고 탈락자 김건모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어 시청자들과의 약속을 깬 책임 때문이다.
문화방송 쪽은 23일 “녹화 현장에서 돌발 상황이 발생해 출연진과 제작진이 합의해 규칙을 변경했다고 하더라도 7위 득표자 탈락은 시청자와의 약속이었다”며 “기본 원칙을 지키지 못한 책임을 물어 김영희 책임피디를 교체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는 가수다’는 20일 방송에서 김건모가 탈락자로 선정되자 출연 가수들이 제작진에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요청했고, 제작진은 논의 끝에 재도전의 기회를 주기로 했다. 이날 방송에서 이소라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가수이기 때문에 이렇게 보낼 수 없다”며 울었고, 모든 가수들은 무대를 내려가는 김건모를 막아섰다.
그러나 매회 한 명이 탈락한다는 규칙을 어긴 것을 두고 시청자들은 거세게 비난했다. 김건모라는 이유로 규칙에 예외를 두어 시청자와 한 약속을 저버렸기 때문이었다. 인터넷 등에는 피디 교체 서명 운동까지 일어났다.
‘나는 가수다’는 청중 심사단이 박정현, 이소라, 김건모 등 가수 7명의 노래를 듣고 순위를 매겨 7등 한 가수가 떨어지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시작부터 논란이 일었다. 개성이 다르고 정상급인 프로 가수들을 점수로 줄 세우는 것에 대해 가수 조영남은 “가수들을 모독하는 프로그램”이라고까지 말했다. 논란이 나올 때마다 제작진은 노래 잘하는 가수가 설 자리를 마련하려는 목적이라고 지켜보라고 일축했지만 결국 사달이 났다.
재도전을 거부하지 않은 김건모의 행동이 ‘나는 가수다’의 다른 가수들조차 우스운 꼴로 만들었다. 김건모에게 더 큰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는 방송 내용과 다르게 김건모가 먼저 제작진에 항의했다는 의혹이 일기 때문이다. 한 피디는 “김건모가 7위를 하자 제작진에게 항의해서 녹화가 중단됐고, 제작진이 어떤 식으로든 김건모를 다시 투입해 재촬영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녹화 현장에 있던 관계자에게 들었다”고 전했다. 제작진이 섭외 과정에서 탈락 시점을 가수들과 논의했다는 의혹도 나왔다. 또다른 피디는 “방송 몇 회에 탈락하기로 논의하고 나갔다는 이야기를 출연 가수의 매니저에게 직접 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해당 가수의 매니저는 “그런 사실이 없다”고 부인했다.
김건모의 신중하지 못한 행동과 가수들을 삼고초려 끝에 출연시킨 김영희 책임피디의 하차로 가수들도 혼란에 빠졌다. 출연 가수들의 매니저는 23일 일산에서 대책 회의를 한 뒤 안우정 예능국장을 만나 김영희 피디의 복귀를 요청했으나 현재로선 어렵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한 가수의 소속사 대표는 “음악으로 감동을 전하겠다는 김영희 피디의 진정성만 믿고 출연했는데 다른 피디가 맡게 되면 이런 취지가 사라질 것이 아니냐”며 “가수들이 진지하게 음악을 대하는 태도는 흐려지고 서바이벌 자체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문화방송은 김영희 책임피디의 후임이 결정되는 대로 ‘나는 가수다’ 제작에 투입할 예정이지만 김건모가 재도전하는 내용은 그대로 방영한다. 일부 가수들은 당장 다음주 녹화에 참여할지 여부도 고민중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