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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UV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등록 2011-04-03 19:11수정 2011-04-03 21:13

가수 UV
가수 UV
[TV보는 남자]

이제 <유브이신드롬 비긴즈>(엠넷, 화 밤 11시)에 나오는 유브이(개그맨 유세윤과 뮤지가 결성한 프로젝트 그룹)는 뭘 해도 화제다. 뭘 해도 성공한다. 박진영이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노래 ‘이태원 프리덤’을 보면서 새삼 깨닫는다. 유브이를 음악적으로 평가하는 건 여전히 난센스지만(왜 아니겠는가, 웃자고 하는 일에 죽자고 달려들 순 없지 않나) 그렇다고 이들이 문화적으로 혹은 사회적으로 의미가 없는 건 아니다. 유브이는 논쟁적이고 근본을 뒤흔든다는 점에서 작가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일단 ‘이태원 프리덤’을 보자. 이 노래의 가사는 ‘강남 너무 사람 많아/ 홍대 너무 사람 많아/ 신촌은 뭔가 부족해’로 시작한다. 현재 청년문화 혹은 유흥문화의 핵심을 짤막하게 짚어냈다. 이태원은 2000년 초반 서울이라는 도시의 하위문화공간으로서 주목받았지만, 최근 홍대 스타일(그러니까 적당히 대중적이고 적당히 팬시한) 카페나 바가 진입하면서 대중적인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이른바 ‘잇 플레이스’(뜨는 곳)로 이태원이 소비되는 맥락을 유브이는 정확히 짚어낸 것이다.

‘음악이 있어 또 사랑도 있어 세계가 있어 나에게 말해줘’로 이어지는 가사와 ‘저 찬란한 불빛, 젊음이 가득한 세상’이 청춘의 꿈과 낭만을 겨냥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요컨대 이 노래는 21세기의 청춘 송가고 낭만적으로 희화화된 말장난(배달하는 집배원, 물건 파는 판매원, 기타 치는 김태원, 모두 모여 이태원) 속에 개그맨이라는 자신들의 본질을 놓치지 않는다. 그런데 이 노래의 핵심은, 유브이의 본질은 음악이 아니라 뮤직비디오에 있다.

뮤직비디오는 박진영이 출연한 것으로 화제가 되었지만 한편 이 영상은 유세윤 특유의 비틀기로 무장하고 있다. 그걸 풍자라고 할지 작가주의라고 할진 아직 모르겠지만(그러기엔 그저 소재에 머문다는 인상이지만) 어쨌든 이태원이라는 공간에 대한 의미심장한 통찰을 보여주는 건 사실이다. 요컨대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외국인은 흑인이고 미녀는 금발이 아니라 검은 머리의 북반구 여성이다. 호텔 간판과 119 간판이 반복적으로 등장하고 소품으로는 각목이 활용되고 미군복을 입은 흑인과 호모포비아에 대한 암시도 등장한다. 무엇보다 119 표지판이 보이는 이태원 소방서 앞의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인데, 결국 이 비디오는 이태원이라는 공간을 폭력과 섹스, 동성애와 쾌락에 대한 사회적 가치가 충돌하는 문제적 공간으로 (재)해석하는 성과를 얻은 것이다.

대신 음악적으로 할 말은 적다. 유브이 노래는 개그를 벗어날 수 없고 그래서 음악적인 요소보다 사회적인 맥락이 더 중요하다. 다만, 1년 전과 마찬가지로 유브이를 재미를 넘어 문화사적으로 꽤 중요한 단서로 기억할 필요가 있다. 키워드는 90년대, 하위문화, 인터넷과 21세기다.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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