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강심장
1년 넘게 국제전화로 애걸…콘서트때마다 꽃 보내기도
“한번 불러달라” 빈말도 기록…지난 발언 꺼내 출연 요청도
공들여 모신 초대손님이 모범답안만 내뱉을땐 속터져
“한번 불러달라” 빈말도 기록…지난 발언 꺼내 출연 요청도
공들여 모신 초대손님이 모범답안만 내뱉을땐 속터져
눈물겨운 ‘게스트 섭외’ 뒷이야기
토크 프로그램 성공의 8할은 게스트에 달렸다. 누가 나와 어떤 이야기를 하느냐에 따라 시청률이 널뛰기 때문에 섭외 경쟁도 치열하다. <강심장> 18명, <도전천곡> 12명, <세바퀴> 16명, <백점만점> 10명 등 지난 한주 동안 지상파 3사 주요 예능 프로그램 20곳에만 200여 명이 출연했다. 게스트가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섭외가 어렵긴 마찬가지다. <황금어장>에선 감동을 줘야 하고, <해피투게더> <강심장>에선 입담과 춤 등 끼를 발산해야 하니까 대부분 스스로 재미없다고 생각해 출연을 꺼린다. 그러나 같은 인물은 피하고 자기 프로그램에서 먼저 새로운 이야기를 전하려는 제작진의 섭외 뒷이야기는 눈물겹다.
■ 연애하듯 섭외하라 “남자에게 이렇게 공들였다면 결혼을 몇 번은 했을 것이다.” <세바퀴> 이지영 작가는 섭외를 연애에 비유했다. 상대방이 마음을 받아줄 때까지 전화하고 필요하면 찾아가는 등 끊임없이 관심을 표현하기 때문이다.
이지영 작가는 <세바퀴>에 자니 윤을 초대하려고 1년 넘게 국제전화를 걸어 “당신을 만나고 싶은 이유”를 설명했다. <강심장> 박상혁 피디는 윤종신이 콘서트를 할 때마다 꽃을 보내는 등 1년 구애 끝에 성공했다. <놀러와> 김명정 작가는 송창식에게 전화를 걸어 그가 낸 음반 1집부터 3집까지 목차를 읊었고, 한 예능프로그램 작가는 요리하는 것을 좋아하는 브라이언에게 직접 만든 도시락을 갖다주며 섭외작전을 펼쳤다. 대부분 제작진의 정성에 감동해 출연하는데 그 프로그램에 나간 다른 게스트를 보고 마음을 돌리기도 한다. 임권택 감독은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김동호 집행위원장이 <황금어장> ‘무릎팍 도사’에 나온 것을 보고 마음을 돌렸고, 임 감독이 나오자 강수연씨도 출연했다. 아이돌그룹 등 가수는 섭외가 쉽지만 배우 등은 친분을 동원해 다각도에서 접촉해야 한다. 의외로 ‘무대뽀’ 정신이 통할 때도 있다. “이장희씨를 섭외하려고 무작정 울릉도까지 찾아가 밤새 술 마셨어요.”(<황금어장> 박정규 피디)
■ 3단 고음보다 더 놀라운 3단 섭외 원칙 오랜 기간 공들인다고 출연하는 것은 아니다. 섭외도 요령이 필요하다. 섭외 대상의 성격에 따라 기호에 따라 적절한 말과 행동으로 마음을 돌려야 한다. 약속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다. 내일 전화하겠다고 말했으면 반드시 전화를 걸어야 진심이 통한다. 섭외 전화 기록부부터 마련하라.
이지영 작가는 “언제 섭외 전화를 했고 상대방이 어떤 이유로 거절했는지 등을 상세하게 기록한 뒤 다시 전화를 걸어 ‘지난번 이렇게 이야기했는데’라며 내가 널 기억하고 있다는 걸 상기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빈말도 놓쳐선 안 된다. 정성모와 션은 <세바퀴> ‘다짜고짜 전화퀴즈’에서 ‘언제 한번 불러주세요’라고 말했다가 발목을 잡혀 3개월 뒤 출연했다. 애프터서비스는 기본이다. 돌고 도는 연예계 생활. 한 번 나왔다고 관심 뚝 끊는다면 머지않아 초대 손님 부족현상에 시달린다. <무한걸스> 조여남 작가는 “녹화 다음날 고맙다고 문자를 보내거나 케이크, 쿠키를 사서 찾아가는 등 고마움을 표현하며 다음을 기약한다”고 귀띔한다. 전원주는 자신의 옷에서 떨어진 단추를 집으로 보내준 센스 있는 작가가 고마워 <세바퀴>에 출연했다. 반드시 휴대전화로 걸어야 한다. 작가들이 하루에 거는 섭외 전화는 50여통. 한 달 비용만 20만원이 훌쩍 넘는다. 전화를 받지 않아도 번호가 찍혀 다시 걸려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열에 아홉은 모두 거절. “그게 무슨 프로그램이냐?”부터 “나보고 그런 프로그램에 나오라고?”까지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도 쏟아진다. 이럴 땐? 외로워도 슬퍼도 화내선 안 된다. “아직 프로그램이 낯선가 봐요, 우리 프로그램 좀 봐주세요. 또 전화할게요”(<세바퀴> 이지영 작가) 하고는 그냥 웃어라.
■ 당신을 왜 섭외했을까 공들인 게 아까운 게스트가 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느냐가 시청률을 좌우하는 토크 프로그램에서 모범 답안만 늘어놓으면 제작진은 속이 터진다. ‘고민이 뭐예요?’라는 질문에 ‘다음 작품 캐릭터 분석이오’라고 답하는 사람은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다. 본인 이야기에 스스로 취한 사람도 대책 없기는 마찬가지. “한 출연자가 데뷔부터 성공까지 7, 8년의 과정을 한 50분 동안 떠들었는데 이럴 땐 말을 끊을 수도 없고 참 난감하죠.”(<강심장> 박상혁 피디)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말만 늘어놓는 사람도 안 나오는 게 낫다. <세바퀴>에 나온 한 중견 연예인은 오랫동안 말을 시키지 않는다며 화를 내 현장 분위기를 차갑게 만들었다. 분위기 파악 못 하고 너무 야하거나 지저분한 이야기로 불쾌감을 주는 게스트도 피하고 싶다. <세바퀴> 박현석 피디는 “한 중견 가수가 결혼 전 아내와의 첫날밤을 너무 적나라하게 말하는 바람에 편집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한다. 최민수, 김수미처럼 녹화하다가 집에 가는 등 돌발행동을 하는 인물도 조마조마한 유형이다. 이럴 때 고마운 게스트가 조혜련, 김신영, 정주리, 조형기처럼 자신이 망가지며 다른 이를 띄워주고 분위기를 좋게 만드는 이들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빅뱅 승리
이경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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