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은씨
‘컨텐더스’ 첫 우승자 한예은씨
500대1 뚫고 엘지생활건강 입사
500대1 뚫고 엘지생활건강 입사
미국에서 들어온 ‘서바이벌’ 혹은 ‘공개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내 방송 토양에서도 비 온 뒤 죽순 돋듯 솟아난다. 가수 오디션(<위대한 탄생>)과 아나운서 오디션(<신입사원>), 진짜 가수들의 서바이벌 경연(<나는 가수다>)을 넘어, 이 험악한 청년 실업기에 조응하는 ‘취업 서바이벌’ 프로그램까지 생겨났다. 세계로 송출되는 한국발 영어 방송 채널 아리랑티브이가 3월 첫 주부터 내보내기 시작한 <컨텐더스>가 그것.
문화방송(MBC)의 <신입사원> 역시 단계마다 탈락자를 내는 서바이벌 방식을 취하고 있지만, 점점 연예인으로 진화해가는 중인 (자사) 아나운서를 뽑는 잔치를 예능오락 프로그램에 녹였다면, 아리랑티브이의 <컨텐더스>는 취업정보 사이트 잡코리아와 손을 잡고 최종 우승자가 실제로 기업에 취업한다는 점이 다르다.
<컨텐더스>의 첫 우승자가 나왔다. 50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3월 한달 내내 매주 1단계씩 4차례에 걸친 탈락의 지뢰밭을 건너 마지막 한명으로 남은 한예은(23·사진)씨. 연노란 스웨터를 입고 6일 <한겨레>를 찾은 그는 취업 준비 ‘백수’가 아니었다. 졸업을 한 한기 남겨두고, 이번 <컨텐더스> 참가를 통해 취업 걱정을 훌훌 털어버린 대학(고려대학교 경영학과) 4학년생이었다.
카메라가 코앞에서 돌아가고 공개적으로 떨어질 수도 있는데 두려움은 없었을까? 우문현답이 돌아왔다. “재미있을 것 같았어요. 방송에 나오는 일은 색다른 경험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면접이나 발표 자리에서 긴장을 하는 편이라 이것을 극복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관심 있는 회사여서 겁도 났지만, 한번 해보자, 했어요.”
<컨텐더스> 3월의 우승자로서 한씨는 생활·화장용품 기업 엘지생활건강에 취업이 확정됐다. 지원자 500명 중에서 기업이 서류 면접으로 8명을 추린 뒤 8명이 매 단계를 거칠 때마다 2명씩 떨어진다. 1단계 시사상식 퀴즈, 2단계 사회 이슈 토론과 프레젠테이션 경연을 통해 가려진 4명이 3단계에선 그 기업에 들어가 직원들이 하는 업무에 걸맞은 ‘미션’을 수행하고, 마지막 4단계 면접에서 최종 1인이 선발됐다.
한씨는 8명의 경쟁자들과 한달간 같이 생활하면서 “다들 친한 친구가 됐다”고 했다. 친구를 떨어뜨리고 내가 이기는 일은 마음이 어땠을까? 이 역시 우문현답. “다들 정말 절실했고, 열심히 했어요. 과정마다 최선을 다했기에 내가 위너(승자)든 너가 위너든 중요하지 않았어요. 떨어져도 부끄러운 일이 아니잖아요. 물론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지만, 진짜로 최선을 다하고, 그다음엔 결과를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어요. 결과가 나왔고, 내가 되어서 기뻤지만 내 친구가 떨어진 것이 정말로 마음 아팠어요.”
아리랑티브이 쪽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승자만이 아니라 2, 3위 지원자까지 엘지생활건강에 취업했다고 밝혔다. 4월의 <컨텐더스> 참가자 중 우승자는 지엠(GM)코리아에 취업하며, 5월과 6월의 우승자는 각각 아리랑티브이(기자)와 동부하이텍에 채용된다.
글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사진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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