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2일 개편 이전까지 <피디수첩>의 진행을 맡았던 홍상운 앵커와 문지애 아나운서.
앵커 대신 피디가 진행·내레이션
“발음 부정확·어색” 시청자 불만
피디들도 “앵커가 객관성 보장”
“발음 부정확·어색” 시청자 불만
피디들도 “앵커가 객관성 보장”
지난 5일 문화방송 <피디수첩>은 올해로 4년째를 맞는 서해안 기름유출사고와 동남권 신공항 논란을 다뤘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피해 주민이 제대로 보상을 받지 못했고, 신공항 백지화 결정 뒤 밀양과 부산 민심이 험악해졌다는 내용이었다. 여기까지는 과거 <피디수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피디수첩>은 그다지 후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방송 직후 인터넷 게시판 ‘시청자 의견’ 난에 올라온 반응은 대체로 냉랭했다. ‘낯선 형식’이 문제였다. 시청자 이조희씨는 “발음이 부정확한 피디들이 <신입사원>에 나온다면 탈락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신입사원>은 문화방송이 최근 방영중인 아나운서 오디션 프로그램이다.
<피디수첩>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걸까. <피디수첩>은 최근 조직 개편과 함께 앵커 시스템을 없앴다. 그동안 홍상운 앵커와 문지애 아나운서 등이 진행과 내레이션을 맡았던 것과 달리, 개편 이후 첫 방송인 지난달 22일부터 해당 피디에게 취재와 진행까지 책임을 맡겼다. 이달 5일까지 3차례 방영분이 앵커 없이 진행하는 방식으로 방영됐다. 앵커나 아나운서와 달리 피디의 진행 능력은 상대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어색한 진행에 대한 비판을 의식해 여기에 시간을 쏟다 보면 사실 확인 시간이 줄어드는 등 정작 프로그램 전체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 <피디수첩>이 속한 시사교양국 현장 피디들의 우려다. 사실 확인 노력은 물론, 적극적 의제 설정이라는 그동안 <피디수첩>이 해온 저널리즘 본연의 구실이 소홀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24일 열린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의 정책발표회에서도 시사교양국 피디들은 두 시간에 걸쳐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제기했다. 이 자리에서 최승호 피디는 피디 내레이션이 <피디수첩>의 비판 및 의제 설정 기능을 약화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 피디는 개편 직전까지 소망교회 문제를 취재하다 취재 중단 지시와 함께 <피디수첩>에서 하차해야 했다. <피디수첩>의 앵커 진행과 아나운서 내레이션 방식은 더욱 정밀한 비판과 취재를 요하는 이슈가 늘어남에 따라 전문적이고 객관화된 ‘내러티브’가 필요해진 데 따른 것이라고 시사교양국 피디들은 말한다. 최 피디는 “피디가 직접 자신의 목소리로 정부 정책을 비판하면 피디의 주관이 프로그램에 깊숙이 개입한다는 인상을 줄 수밖에 없다”며 “앞으로 과연 제대로 된 비판이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당시 발표회에 참여했던 또다른 시사교양국 피디 역시 “피디가 취재한 내용을 제3자인 앵커가 질문하는 방식을 취해야 프로그램의 객관성을 견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피디 직접 진행 및 내레이션’에 대해 시청자와 현장 피디들의 반발이 쌓여가고 있지만, 윤길용 시사교양국장을 비롯한 문화방송 간부진의 판단은 다르다. 지금은 피디와 시청자 모두 낯선 변화에 적응하는 단계라는 설명이다. 이진숙 문화방송 홍보국장은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당장은 어색하다는 반응이 나올 수 있다”며 “기자가 직접 출연해 리포트까지 책임진 <시사매거진 2580>과 미국 시비에스(CBS)의 <60분>이 좋은 반응을 얻은 것처럼, 취재를 담당한 피디가 직접 리포트를 하는 시스템도 각각의 개성을 살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