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꽃미남 수사대’ 팀 5명이 8일 오후서울 홍대 근처의 한 지구대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대성, 박성호, 류근지, 김원효, 이광섭.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개콘’ 꽃미남수사대 화제만발
패션 관심많은 젊은층 큰 공감
벌써 옷 120만원어치 직접 사
스타킹 등 고르면 오해받기도
패션 관심많은 젊은층 큰 공감
벌써 옷 120만원어치 직접 사
스타킹 등 고르면 오해받기도
“날씨도 좋은데 홍대로 나갑시다.” 8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한국방송 <개그콘서트> ‘꽃미남 수사대’원들은 감수성이 남달랐다. 전날 내린 비가 그치고 한여름처럼 햇살이 내리쬐자 박성호가 홍대 거리에서 사진촬영을 제안했다. “이왕 하는 거 멋있게 찍죠.” ‘소 쿨’(‘꽃미남 수사대’ 유행어)하다. 그런데 설마? “당연히 수사대 유니폼 입어야죠.” ‘소 인크레더블!’(믿을 수 없다는 뜻으로 ‘꽃미남 수사대’ 유행어)
알록달록한 색상의 정장을 착용한 김대성, 망사 셔츠를 입은 이광섭, 호피무늬 레깅스를 입은 경찰서장 김원효, 상의를 벗고 멜빵만 맨 경찰청장 박성호 그리고 하얀 바지로 긴 다리를 강조한 용의자 류근지가 거리를 활보하자 팬들이 몰려든다. 사건 현장에서 단서는 안 찾고 외모만 신경 쓰는 이 못 말리는 경찰들이 요즘 인기다. 용의자를 만나면 “옷 끝장난다”며 어디서 샀는지부터 묻고 과로하면 얼굴 부을까봐 걱정한다. 사건 수사는 딴전인데다 물색 없는 행동을 일삼는데 한달 만에 <개그콘서트> 인기꼭지로 떠올랐다. 박성호는 “외모에 관심이 많은 시대니까 특히 더 공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꽃미남 수사대’ 꼭지는 김대성이 드라마 <싸인>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었다. ‘형사라고 아이돌처럼 입으면 안 되는 법 있느냐’는 정겨운의 극중 대사에서 머리가 번뜩였다. “119 구조대, 판사 등 외모에 신경 안 쓰는 것처럼 보이는 직업이 반대로 관심을 가지면 어떨까 생각했어요.”(김대성) <개그사냥>부터 함께 해온 이광섭과 김원효가 합류했고, 키가 작은 두 사람과 비교될 만한 큰 키의 류근지와 “우리끼리는 인지도도 없고 강력한 한방이 없어 제작진이 추천한” 박성호가 가세했다.
‘발레리노’가 남성의 중요 부위를 매회 기발한 방식으로 가리며 재미를 준다면 ‘꽃미남 수사대’는 매회 어떤 옷을 입고 나올까를 기대하게 한다. 당연히 이들 다섯명은 어떻게 웃길까보다 무슨 옷을 입을까를 더 많이 고민한다. 주로 코디네이터들이 의상을 준비하는 다른 꼭지와 달리 이들은 직접 옷을 산다. 1주일에 두세번 동대문시장에 가고 특이한 옷을 파는 온라인 사이트는 죄다 훑는다. 옷 구매 비용만 회당 30여만원. 한달 만에 총 120여만원이 들어갔다. “방송 안 보는 분들은 제가 장사하는 줄 알아요. 지나가면 ‘또 왔네’ 인사하고 ‘가게 어디냐’고 묻고. 근지와 함께 가서 여자 스타킹과 레깅스를 고르면 동성애자인 줄 알죠.”(김원효) 그러나 동대문을 제집 드나들듯 하는 것도 하루 이틀. 이광섭은 “개성 넘치는 디자이너나 디자이너가 되려고 준비중인 분들, 마니아들이 좋아할 만한 옷을 파는 온라인 사이트의 적극적인 협찬을 기다린다”며 웃었다.
그냥 막 입는 것 같지만 각기 특색이 있다. 류근지는 실제 모델처럼 멋있는 옷을, 김대성은 귀여우면서도 특별한 날에 입을 수 있는 옷, 이광섭은 일반 사람들은 소화하기 힘들지만 마니아층이 즐겨 입는 옷을 택한다. 실제로는 누가 옷을 잘 입을까? “평소 패션은 박성호 선배가 가장 꽃미남 수사대 같아요. 극중에서 광섭 선배가 입고 나오는 옷이 박성호 선배 스타일에 가까워요. 에스에프 30, 달팽이 크림 등 별걸 다 알죠.”(류근지)
‘발레리노’처럼 내용보다는 상황 자체가 웃음을 주는 형식인데 ‘꽃미남 수사대’는 잘생긴 사람만 대접하는 외모지상주의를 풍자하고 사건보다 다른 것에 신경 쓰는 비리 경찰을 꼬집는다. 다섯명은 “처음부터 작정하고 풍자한 건 아니”라면서도 “외모지상주의는 꼭 한번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형사는 이래야 한다는 등 우리 스스로 가둔 선입견도 깨고 싶었어요. ‘발레리노’가 한발 앞서갔지만 개그의 새로운 흐름을 선도하고 있다는 데 자부심을 느껴요.”(박성호)
내용은 없고 상황만 있는 이런 개그의 미래를 어둡게 보는 이들도 있다. ‘꽃미남 수사대’는 오랫동안 활동할 수 있을까? “패션은 무궁무진하니까요. 연구를 많이 해야겠죠. 전 주로 레이디 가가의 패션을 참고해요. 그가 실제로 입은 옷과 비슷한 옷들을 공수해 와 선보이고 싶어요.”(박성호) “깜짝 이벤트로 준비중이에요. 연말 되면 지금껏 입고 나온 옷으로 바자회도 열고.” 그런데 문득 드는 의문 한가지. ‘꽃미남 수사대’ 꽃미남은 어디에? “당장 연행해”(일동).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 ‘꽃미남’ 5인방은 고시원 살던 류근지 ‘양지’로…박성호는 ‘재기’ 성공 “소 쿨, 소 핫, 소 섹시, 소 인크레더블. 우리가 바로 ‘꽃미남 수사대’ 빠밤.” 김대성(27), 이광섭(31), 김원효(30), 박성호(37) 그리고 류근지(26)는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이 주문 같은 문장을 내뱉으며 개그맨으로서 일종의 전환점을 맞았다. 모든 개그 꼭지는 주목받는 사람과 받쳐주는 사람으로 나뉘기 마련인데 ‘꽃미남 수사대’는 다섯명 모두가 골고루 화제가 됐다. 무명이었던 류근지는 ‘꽃미남 수사대’ 첫방송 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중학교 때부터 <개그콘서트>를 보며 개그맨의 꿈을 키운 류근지는 집안의 반대가 심해 고등학교 졸업 뒤 스무살에 입대했다. 제대 뒤 대전 집에서 가출하다시피 서울에 와 고시원에 살며 대학로에서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 2009년 케이비에스 공채에 붙은 뒤 ‘그냥 내비둬’,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조교시대’ 등 10여개 꼭지에 출연한 지 2년 만에 이름 석 자를 알렸다. ‘두분토론’, ‘공부의 신’, ‘잠복근무’ 등에 나왔으나 존재감이 약했던 김대성과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슈퍼스타케이비에스’ 등에서 주로 다른 역을 돋보이게 했던 이광섭은 ‘꽃미남 수사대’로 인지도를 높였다.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 이후 ‘형님 뉴스’에서 기자로 꾸준히 활동했지만 강력한 한방이 없었던 김원효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음주사건으로 <개그콘서트>를 떠났던 박성호는 재기에 성공했다. 5개월 만에 다시 나온 박성호는 “개그로 사죄한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며 “‘꽃미남 수사대’는 다섯명 모두에게 개그맨으로서 새 인생을 살게 해준 뜻깊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 ‘꽃미남’ 5인방은 고시원 살던 류근지 ‘양지’로…박성호는 ‘재기’ 성공 “소 쿨, 소 핫, 소 섹시, 소 인크레더블. 우리가 바로 ‘꽃미남 수사대’ 빠밤.” 김대성(27), 이광섭(31), 김원효(30), 박성호(37) 그리고 류근지(26)는 <개그콘서트> 무대에서 이 주문 같은 문장을 내뱉으며 개그맨으로서 일종의 전환점을 맞았다. 모든 개그 꼭지는 주목받는 사람과 받쳐주는 사람으로 나뉘기 마련인데 ‘꽃미남 수사대’는 다섯명 모두가 골고루 화제가 됐다. 무명이었던 류근지는 ‘꽃미남 수사대’ 첫방송 뒤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중학교 때부터 <개그콘서트>를 보며 개그맨의 꿈을 키운 류근지는 집안의 반대가 심해 고등학교 졸업 뒤 스무살에 입대했다. 제대 뒤 대전 집에서 가출하다시피 서울에 와 고시원에 살며 대학로에서 개그맨의 꿈을 키웠다. 2009년 케이비에스 공채에 붙은 뒤 ‘그냥 내비둬’, ‘사이보그지만 괜찮아’, ‘조교시대’ 등 10여개 꼭지에 출연한 지 2년 만에 이름 석 자를 알렸다. ‘두분토론’, ‘공부의 신’, ‘잠복근무’ 등에 나왔으나 존재감이 약했던 김대성과 ‘나를 술푸게 하는 세상’, ‘슈퍼스타케이비에스’ 등에서 주로 다른 역을 돋보이게 했던 이광섭은 ‘꽃미남 수사대’로 인지도를 높였다.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 이후 ‘형님 뉴스’에서 기자로 꾸준히 활동했지만 강력한 한방이 없었던 김원효는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지난해 12월 음주사건으로 <개그콘서트>를 떠났던 박성호는 재기에 성공했다. 5개월 만에 다시 나온 박성호는 “개그로 사죄한다고 생각하고 더 열심히 하겠다”며 “‘꽃미남 수사대’는 다섯명 모두에게 개그맨으로서 새 인생을 살게 해준 뜻깊은 작품”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