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닝맨’
TV보는 남자
단도직입적으로 에스비에스의 <일요일이 좋다-런닝맨>은 재밌다. 기존의 예능이 멤버들 사이의 관계에 집중하면서 소소한 에피소드로 시리즈를 이끌었다면 <런닝맨>에는 분명하고 명확한 임무가, 또 쫓고 쫓기는 관계에서 적과 아군이 존재한다. 지석진, 김종국, 하하, 개리, 송중기, 이광수, 송지효 그리고 유재석은 거대한 공간을 몇 시간 동안 누비면서 몸을 숨기고 적을 찾으며 술래잡기를 한다.
빠른 속도감과 순발력, 지형지물을 이용하는 임기응변 능력까지 더한 이 주말 예능 프로그램은 영화 <다이하드>나 게임 <메탈 기어 솔리드>의 멀티미디어적인 쾌감을 선사한다. 술래잡기 혹은 사냥놀이와도 닮았지만 고정 출연자들이 구축한 캐릭터가 이 게임을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런닝맨>은 차라리 아케이드 게임과 닮았다. <무한도전>이나 <해피선데이-1박2일>, <해피선데이-남자의 자격>이 롤플레잉 게임과 유사하다는 점에서 이런 차별화는 <런닝맨>의 최대 무기이자 강점이다. 그러니까 <런닝맨>은 현재 예능 프로그램의 트렌드를 뒤쫓으면서도 이제까지 볼 수 없었던 색다른 재미를 만드는 실험이다.
특히 최근 초대 손님 없이 유재석이 다른 멤버들을 속이며 승리를 차지한 에피소드는 <런닝맨>이 스토리텔링을 부여한 게임으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했다. <무한도전>의 돈 가방 에피소드처럼 <런닝맨> 역시 초대 손님 출연에 의존하지 않고 고정 출연자만으로도 한 시간의 분량을 만들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런닝맨>의 지속성에 어쨌든 기여할 것이고 그때마다 생각지 못한 규칙과 방식이 등장할 것이다. 적어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답습과 관습에 빠진 다른 프로그램들이 할 수 없는 것을 <런닝맨>은 하게 될 것이다. 아케이드 게임과 롤플레잉의 공존과 결합이 바로 <런닝맨>의 장점이란 점에서, 이 예능 프로그램은 앞으로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바꿔 말해 <런닝맨>은 형식과 내용에 대한 관찰 혹은 관심 대신 김종국이 유재석의 바지를 벗긴 사건(?)으로 대중의 환기를 일으킬 프로그램은 아니란 이야기다. 혹은 곧 다시 방송될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대한 대응의 일환으로 굳이 30대 이상의 시청자를 고려해 편집방식이나 포맷을 바꿀 필요도 없다는 이야기다. <런닝맨>은 프로그램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뿐 아니라 관리자들의 믿을 만한 지원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적어도 이 프로그램의 ‘미래’를 궁금해하는 게 나뿐만은 아닐 테니까. 아쉬워서 하는 소리다.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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