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인문씨
암 투병끝 의식 회복 못해
“그게 아니라여~.” 그의 구수한 사투리를 더는 들을 수 없게 됐다. 정감 넘치는 아버지 연기로 사랑받은 배우 김인문(사진)씨가 25일 저녁 6시30분께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2.
2005년 뇌경색으로 쓰러져 9개월간 병원 치료 끝에 재활에 성공했던 고인은 지난해 4월 암 판정을 받아 투병중이었다.
고인은 대학 졸업 뒤 2년간 공무원 생활을 하다 1968년 영화 <맨발의 영광>으로 데뷔한 뒤 68년 <동양방송>(TBC) 특채탤런트로 방송에 입문했다. <극락도 살인사건> <달마야 놀자> 등 영화와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 <4월의 키스> 등에 출연하며 우리 시대 대표적인 아버지로 사랑받았다. 무능력한 남편으로 나온 영화 <감자>(1987), 천덕꾸러기 남편 역을 맡았던 <수탉>(1990) 등 영화 속에서 주로 무력한 남자의 초상이었다면, 90년부터 2007년까지 17년 동안 한국방송 드라마 <대추나무 사랑 걸렸네>를 통해서는 서민적인 아버지로 사랑받았다. <대추나무…>에선 ‘김포 백구두’란 이름으로 불리며 “그게 아니라여~”라는 유행어도 낳았다.
연기 열정이 뜨거웠던 고인은 다작 배우로 유명했다. 2004년에는 <4월의 키스>에서 마담(이혜숙)을 연모하는 코믹 연기를 선보이고, 영화 <신부수업>에서는 권상우를 신부로 키우는 노신부 역으로 활약하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투병중에도 지난해 3월부터 지난 1월까지 영화 <독 짓는 늙은이>에 출연하는 등 최근까지 연기 혼을 불태웠다. 이 영화는 올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 출품됐다.
그는 2009년 1월 장애인방송연기자협회를 설립해 장애 배우들을 키워냈다. 새달 방영될 특집극 <유쾌한 삼총사>(가제)는 그가 가르친 장애인 배우 강민휘·길은별이 주조연으로 출연한다.
유족으로는 부인 박영란씨와 아들 필주(씨네크루 프로덕션 대표)·현주(삼화f&b 이사)씨가 있다. 빈소는 연세대세브란스병원, 발인은 28일 오전 8시다. (02)2227-7500.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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