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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1세대 아이돌 ‘탈신비주의’로 예능을 휩쓴다

등록 2011-05-02 19:48수정 2011-05-02 21:12

요즘 예능 토크프로그램에서 에이치오티, 지오디 등 1세대 아이돌들의 ‘추억’과 ‘고백담’이 인기다. 사진은 문화방송 <추억이 빛나는 밤에>의 한 장면.
요즘 예능 토크프로그램에서 에이치오티, 지오디 등 1세대 아이돌들의 ‘추억’과 ‘고백담’이 인기다. 사진은 문화방송 <추억이 빛나는 밤에>의 한 장면.
HOT·신화 등 멤버 예능 출연
비밀 연애 등 과거 경험 털어놔
솔직 토크로 친근한 이미지 쌓아
한쪽선 “사생활 폭로 불편해”
“에이치오티 시절 비밀 연애할 때 매니저 눈 피해 방송국 비상구에서 몰래 여자친구를 만났어요.”(토니 안) “지오디 멤버 모두 문희준씨를 싫어했어요.”(김태우)

왕년의 아이돌들이 텔레비전에 나와 추억을 판다. 에이치오티, 지오디, 젝스키스 등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을 풍미한 ‘1세대 아이돌’들이 고해성사하듯 예능 토크프로그램에 나와 과거 비밀을 털어놓는다. 같은 그룹 멤버끼리 또는 경쟁 그룹 멤버들과 출연해 서로 비밀을 까발린다. 종전 아이돌에겐 금기였던 연애담은 기본이고 예전에 무성했던 소문의 진상도 밝힌다. 폭로에 가까운 사생활 드러내기가 불편하다는 비난도 있지만, 90년대를 추억할 수 있어 좋다는 시청자 반응도 나온다.

“오빠가 말이야, 실은 연애박사였어”

아이돌그룹의 원조로 꼽히는 에이치오티 출신을 비롯한 1세대 아이돌들은 최근 두어 달 동안 그룹과 멤버를 바꿔가며 방송 3사를 종횡무진했다. <밤이면 밤마다>(4월11일·SBS)에는 신화의 김동완이 나왔고, <추억이 빛나는 밤에>(3월31일·MBC)에는 에이치오티의 토니 안과 문희준, 지오디의 데니 안, 손호영, 김태우가,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3월21일·KBS2)에는 에이치오티의 토니 안과 젝스키스의 김재덕이 출연했다. <해피투게더 시즌3>(3월10일·KBS2)에는 에이치오티의 문희준과 젝스키스의 은지원(아래 사진), 지오디의 김태우, 신화의 김동완이 나왔다. 김동완을 뺀 세 사람은 지난 2월28일치 <밤이면 밤마다>에도 함께 출연했다.

프로그램은 달라도 토크 소재는 대부분 과거 회상이다. 과거 여자 연예인과 사귄 얘기와 그룹별 신경전이 중심이다. 데니 안은 마음에 드는 여자 연예인이 있으면 음료수 병 밑에 전화번호를 적어 건넸다는 연애 노하우를 고백하고, 김태우는 문희준이 인사를 잘 받아주지 않고 조금 거만했다며 당시 꽁꽁 숨겨둔 실제 성격을 까발렸다. 이들의 거침없는 이야기는 연일 인터넷을 달군다.

90년대에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지낸 시청자들은 ‘그때 그랬지’ ‘그랬단 말이야’ 무릎을 치며 몰입한다. 1세대 아이돌들은 30대 시청자들에겐 40대 이상 중장년층의 ‘세시봉’이다. <추억이 빛나는 밤에>에서 지오디와 에이치오티가 ‘촛불 하나’와 ‘전사의 후예’를 함께 부르는 모습에 뭉클했다는 반응이 많았다. 1세대 아이돌의 사생활은 요즘 아이돌을 연상시키며 10대 시청자의 반응도 이끈다. 씨엔블루의 정용화의 팬이라는 최진아씨는 “요즘 아이돌에게도 연애는 비밀스럽기 때문에 1세대 아이돌들의 연애담을 들으면 씨엔블루도 그럴까 궁금해져 흥미롭게 본다”고 말했다.

가수 은지원
가수 은지원
신비주의 벗고 이미지 변신

1990년대는 연예인들이 사생활을 노출하지 않는 ‘신비주의’가 대세였다. 여중·여고생의 마음을 흔들어야 했던 아이돌 그룹은 티브이 속 모습과 현실 모습이 다르게 비치는 건 금기였다. 연애는 금지였고, 언제나 멋진 모습의 ‘환상 속의 그대’여야 했다. 1세대 아이돌들이 속이야기를 줄줄이 내뱉는 이유는 최근 연예인들의 ‘탈신비주의’ 흐름과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에스비에스 <밤이면 밤마다>의 남승용 책임피디는 “요즘은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스타에 대한 경외심이 사라져 솔직하지 않으면 안 먹힌다”고 말했다.


1세대 아이돌 가운데 일부는 감췄던 속살을 내보이며 이미지 변신에 성공해 제2 전성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아이돌 시절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세웠던 문희준은 “왜 빨간색 머리를 했을까 내가 미쳤지”라며 자학에 가까운 이야기로 친근한 이미지를 쌓았다. 그러나 모든 추억이 먹히는 것은 아니다. 인기도 많은데다 유난히 신비주의를 고수했던 아이돌 멤버들이 섭외 1순위다. 입담도 좋아야 한다. 문희준을 삼고초려 끝에 고정 출연자로 섭외한 <강심장> 박상혁 피디는 “문희준이나 은지원처럼 입담이 좋고 예능을 즐기는 이들을 선호한다”며 “1세대 아이돌 중에서도 출연 자체를 꺼리는 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과거 언제까지 곱씹을래

이들의 계속되는 추억담이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다. 이제 갓 30대 초중반인 그들이 ‘왕년에~’ 식의 회상에 잠기는 모습이 어색하다는 40대 이상 중장년 시청자들이 있다. 이에 대해 문화방송 <추억이 빛나는 밤에> 성치경 피디는 “요즘 예능프로그램의 트렌드가 ‘추억’과 ‘고백’인데다 1세대 아이돌들은 30대 젊은 세대의 10년 전 추억을 공유하는 대표적인 연예인들이어서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배우로 가수로 다채롭게 활약하는 이들이 여러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본업보다 가십으로 화제가 되는 것에 안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토니 안은 군 제대 뒤 <무릎팍 도사>(MBC)에 출연해 아이돌 시절 연애담으로 화제를 모으자 <강심장>(SBS), <해피투게더 시즌3>(KBS2), <연예가 중계>(KBS2)에서 연이어 연애담을 되풀이했다. 토니 안의 팬이었다는 한 블로거는 “이젠 화려했던 연애담은 가슴 한켠에 밀어두시길 바란다”고 썼다. 1세대 아이돌들을 가십으로만 소비하려는 방송 제작진의 행태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지상파 예능피디는 “다시금 주목받고 있는 1세대 아이돌들을 출연시키더라도 좀더 새로운 기획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각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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