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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안중근 부자 다룬 연극 도전…이젠 연기가 재밌어졌어요”

등록 2011-05-09 19:42수정 2011-05-10 10:38

배우 송일국이 9일 연극 <나는 너다>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안중근 분장을 한 채 극중 안중근의 표정연기를 해 보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A href="mailto:wjryu@hani.co.kr">wjryu@hani.co.kr</A>
배우 송일국이 9일 연극 <나는 너다> 공연장인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안중근 분장을 한 채 극중 안중근의 표정연기를 해 보이고 있다.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보이는 것만 치중…연기에 소홀
이젠 대사 한마디도 깊이 분석”
어머니 눈물에 2005년 정치인 지지
이란·미얀마서 주몽 인기에 놀라
‘나는 너다’ 주연 송일국 솔직 토크

그는 말을 아주 잘했다. 거침없었다. 노트북에 받아 적기 힘들 정도로 쉴새없이 쏟아냈다. 그런데 왜 기자간담회 같은 자리에선 단답형 대답 혹은 노코멘트로 일관하고, 예능 프로에 나와서는 말 한마디 않고 ‘병풍’처럼 앉아 있었던 걸까. “말주변이 없어 꼭 말실수를 해요. 그런 경험 때문에 조심하게 됩니다.”

드라마 <강력반>(한국방송)을 최근 끝내고, 17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안중근과 그 아들 안중생의 이야기를 다룬 연극 <나는 너다>를 시작하는 배우 송일국(40)을 2일 만났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끄집어내는 것을 꺼리던 그가 자신을 둘러싼 ‘논란’과 ‘오해’, ‘연이은 드라마 실패’와 ‘거만하다’는 소문 등에 대한 직설적인 질문에도 서슴없이 답했다.

‘잇단 드라마 부진’ 불안감? 송일국은 드라마 <강력반>에서 영화 <작업의 정석>(2005) 이후 처음으로 소탈하고 사람냄새 나는 형사를 연기해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지난달 26일 마지막 회 시청률이 7.8%. 송일국이란 이름값에 못 미쳤다. 그는 “아쉽지만 무거운 연기만 한다는 이미지를 벗자는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 같다”고 말했다.

<로비스트>(2007), <신이라 불리운 사나이>(<신불사>, 2010년)까지 최근 4년 동안 출연한 드라마 세 편이 다 시청률이 부진했다. 진중한 이미지와 안정된 연기 톤, 큰 체격 등이 사극에는 잘 어울린다는 평가를 받지만 현대극에서는 잇단 실패를 한 셈이다. 최선을 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는 작품마다 철저하게 준비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력반> 때는 강력계 형사들과 어울렸다. <신불사> 때는 주인공 최강타처럼 강하고 멋진 남자를 보여주려고 8개월 동안 고향(부산)에 내려가 매니저도 안 만나고 “세상과 격리된 채” 헬스클럽에서 운동만 했다.

“너무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다 보니 정작 중요한 연기는 소홀한 것 같아요. <신불사> 때는 힘이 너무 들어갔다는 등 혹평을 받았죠. 힘든 시기였어요. 기본으로 돌아가자고 생각해 용기를 내어 연극 <나는 너다>에 도전했는데 너무 잘한 것 같아요. 연기가 재미있어졌어요. 그전에는 열심히는 했는데 즐기지 못했어요. 대본에 지문만 나오면 안 보고 넘어갔어요. 기계적으로 분석했죠. 이젠 대사 한마디도 깊이 분석하게 됐어요.”

연극 <나는 너다>에서 그는 아버지 안중근과 달리 친일파로 지탄받은 둘째아들 안중생으로 1인2역을 한다. 그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걸 드러내서 안중근 의사 집안에 누를 끼치는 건 아닐까 고민도 많았다”면서도 “오히려 이걸 통해 관객들이 그 이면의 고통을 느낄 수 있겠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치 참여? “자식 도리 한 것뿐” 송일국은 어머니인 김을동 의원이 야인으로 지내던 시절인 2005년 재보선에 출마한 홍사덕 의원 캠프에 합류하자 홍 의원을 공개 지지해 정치 참여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어머니가 정치한다고 했을 때 도와드릴 생각이 전혀 없었어요. 2004년 <불멸의 이순신> 주연으로 내정됐다가 촬영 하루 전에 번복됐어요. 지금 생각하면 제 자질이 부족해서인데, 그땐 그런 걸 모르잖아요. 어머니 때문이라고 생각해 얼마나 원망했는데요. 그때까지 나서서 도운 적이 없어요. 그러다가 어머니가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셨어요. 어머니가 우는 걸 처음 봤어요. 자식으로서 모른 척할 수가 없었어요.” 그는 정치에는 뜻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일흔이 넘어서도 섹시한 배우가 되고 싶다면서 그때를 목표로 멀리 내다보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촬영 현장에서 배우들과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소문에 대해서는 “저는 잘하려고 하는 행동이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것 같다”고 했다. “배우를 배려하고 스태프들에게 방해될까 봐 별다른 말을 안 했는데 그게 오히려 상대방을 무시한다는 느낌을 준 것 같아요. 그냥 내 마음을 알아주겠거니 애써 오해를 풀려고 하는 성격도 아니고. 이 또한 하나하나 배워가는 거겠죠.” 그는 “술도 안 마시고 담배고 안 피우는 등 스스로 생각해도 특이한 성격”이라고 말했다.

언제까지나 ‘주몽’으로? 송일국은 2004년 사극 <해신>으로 주목받은 뒤 2006년 사극 <주몽>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최고 시청률이 51%까지 나온 <주몽>은 지금의 송일국을 만들어줬지만 뛰어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주몽> 이후 그에겐 늘 ‘주몽’이란 꼬리표가 따라다닌다. 언제까지 ‘주몽’으로 살 거냐는 물음에 그는 “주몽을 벗어나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없다”고 했다. “배우가 타이틀롤을 하는 건 평생 한번 있을까 말까 한 기회예요. 그게 왔고 시청률 50%가 나왔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죠.”

<주몽>은 현재 이란, 미얀마, 카자흐스탄 등지에 수출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송일국은 인터뷰를 한 다음날인 3일에도 카자흐스탄행 비행기를 탔다. “창피한 이야기인데 보통 배우들이 일본 시장이나 할리우드 시장 아니면 잘 안 가려고 해요. 돈이 안 되니까. 저도 그랬어요. 이란에도 처음엔 어쩔 수 없이 갔어요. <주몽> 시청률이 80%라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믿지 않았어요. 그런데 가보니 상상 그 이상인 거예요. 팬 수백명이 제가 묵는 호텔 입구에 운집해 입구가 막혔어요. 미얀마에서는 제가 묵은 호텔에 태극기가 올라갔어요. 세 살 아기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전국민이 팬이었어요. 한류가 이런 거구나, 실감했죠. 그때부터 돈이 아니라 문화사절단이 되어야 한다고 느꼈어요.”

그는 1998년 문화방송(MBC) 공채로 데뷔했다. 이제 13년차 배우인 그는 “돌이켜보면 이름 석자를 알린 것도 신기하고 운이 좋았다”고 했다. <주몽>에서 정점을 찍고 사그라지는 듯한 인기에 대해서도 “마음의 준비는 항상 해왔다”고 했다. “스타에서 연기자로 넘어가는 시점이 있잖아요. 저도 이제 과도기인 거죠. 한 작품에서 망했다고 흥했다고 좌절하거나 들뜨지 않고 작품마다 하나씩 배워가야죠.”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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