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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꼭~생계형 캔디가 굴욕개그 끝에 왕자를 얻네

등록 2011-05-22 19:57수정 2011-05-22 22:42

공효진 윤은혜
공효진 윤은혜
로맨틱코미디 여주인공의 법칙
평범한 주인공, 물에 빠지고 술 취해 추태 연발
작가·파티셰 등 직업 그 시대 여성 선호도 반영
지상파 3사가 봄의 끝자락에 선보인 로맨틱 코미디가 많은 여성 시청자들을 설레게 하고 있다. 한국방송 <동안 미녀>, 문화방송 <최고의 사랑>, 에스비에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주인공들의 직업과 내용은 다르지만 모두 잘생기고 돈 많고 여자들에게 인기도 많은 멋진 남자가, 외모도 스펙도 평범한 ‘나’ 같은 여자를 좋아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을 따른다.

한국 로맨틱 코미디 드라마의 시초는 1992년 최진실·최수종 주연의 <질투>(문화방송)가 꼽힌다. 젊은 남녀의 동거담 <옥탑방 고양이>(2003), 재벌 2세와 평범한 여자의 만남 <파리의 연인>(2004), 레스토랑 사장과 파티시에의 사랑 <내 이름은 김삼순>(2005)을 거쳐 지난해 재벌 2세와 스턴트우먼의 사랑 <시크릿 가든>을 지나 현재 톱스타와 한물간 가수의 사랑담 <최고의 사랑>에 이르렀다. 90년대는 <질투>의 영호(최수종)와 하경(최진실)처럼 주로 친구였던 남녀 간의 사랑담이었다면, 로맨틱 코미디가 붐을 이룬 2000년대 들어서는 주로 자기중심적인 재벌 2세와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푼수기 있는 여자가 사랑에 빠지는 구도를 형성했다.

사랑의 대상과 유형은 변화해왔지만 로맨틱 코미디는 늘 당시 여성들이 원하는 판타지를 담았다. 주요 시청자가 20~40대 여성이기 때문에 그들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설정을 공식에 대입시켜왔다. 최근 방영중인 로맨틱 코미디 세 편을 중심으로 로맨틱 드라마 속 ‘여주인공의 공식’을 따져 봤다.

■ 평범한 여자 ‘어, 난데?’ 남자들이 한눈에 반하는 여느 드라마 속 절세미녀는 안 된다. 로맨틱 코미디 속 여주인공은 주변에 있을 법한 평범한 ‘내 친구’ 혹은 ‘나’의 모습이어야 한다. 그래야 주시청층인 30~40대 여성들이 친근함을 느끼고 감정이입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로맨틱 코미디로 꼽히는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윤철 피디는 이를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동안 미녀> 이소영(장나라)도 어려 보이는 얼굴을 빼면 학벌도 직장도 그저 그런 평범한 여자이고, <최고의 사랑> 구애정(공효진)은 예전엔 잘나갔지만 지금은 한물간 비호감 1위로 미움받는 연예인이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의 공아정(윤은혜)은 5급 공무원으로 직업은 좋지만 늘 사고치고 실수한다.

최근에는 생계형이라는 단서가 하나 더 붙었다. 이소영은 신용불량자에 패션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번 돈으로 철없는 동생과 엄마를 대신해 집세를 내는 가장이고, 구애정도 있는 돈으로 헬스클럽 등 차려줬더니 말아먹은 아빠와 오빠를 대신해 돈을 번다. 그래서 연기자도 도도하고 신비스런 이미지보다는 친근하고 사랑스러운 인물을 선호한다. 전도연, 김선아, 장나라, 공효진 등이 그런 예다.

■ 우리 만남은? 굴욕투성이 여주인공은 첫 만남에선 늘 굴욕적인 상황을 경험한다. 현실에선 살면서 한두 번 겪을까 말까 하는 일을 이들은 수시로 겪는다.

<동안 미녀> 이소영은 나이트클럽에 갔다가 최진욱(최다니엘)과 실랑이가 붙어 장식용으로 만들어 놓은 큰 잔에 빠진다. 치마가 벗겨져 팬티만 입은 채로 회사 대표 지승일(류진)과 엘리베이터를 탄다. <내게 거짓말을 해봐>는 술 취한 공아정이 호흡곤란으로 현기준(강지환)에게 안겨 쓰러진다. <최고의 사랑> 애정도 독고 진(차승원)에게 주유소 직원 취급을 당한다.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김선아)도 바람둥이 애인에게 차인 뒤 화장실에서 마스카라 번진 얼굴로 통곡하다 삼식(현빈)을 만났다.

로맨틱 코미디 <며느리 전성시대>를 연출했던 한국방송 정해룡 책임피디(CP)는 “여주인공의 쾌활하고 에너지 넘치는 성격을 빠른 시간 안에 드러내기 위한 설정”이라며 “캐릭터를 친근하게 만드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비참한 일을 당해도 꿋꿋하다. <최고의 사랑> 구애정은 예전 매니저에게 뺨을 맞아도 당당하게 할 말을 다 한다. 그런데 그 광경은 꼭 남자 주인공이 목격하고 안쓰러워해야 한다.


■ 평범함 속에 비범함이? 로맨티 코미디의 여주인공들은 하나같이 자기 분야에서 실력이 탁월하다. <동안 미녀> 이소영은 잠시 복장학원을 다닌 게 전부인데 사장 눈에 띌 정도로 옷을 잘 만들고, <내게 거짓말을 해봐> 공아정은 남자친구에게 잘 보이려고 도전한 행시 시험을 한번에 합격했다. 이들의 ‘천재성’에 좀처럼 다른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는 남자 주인공들이 관심을 갖는다. <동안 미녀>의 패션회사 사장 지승일은 소영의 옷 만드는 솜씨에 반하고, <최고의 사랑>의 독고진(차승원)은 구애정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에 연민을 갖는다.

이들 여주인공들은 모두 삶의 목적이 분명하고 어떤 시련이 와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산다. 여자 주인공의 직업은 그 시대 여성들의 선호도를 반영한다. 작가지망생(<풀하우스>, 2004), 파티시에(<내 이름은 김삼순>), 홈쇼핑방송 직원(<달자의 봄>)에서 올해 방영중인 로맨틱 코미디에선 연예인(<최고의 사랑>), 5급 사무관(<내게 거짓말을 해봐>)까지 시대 따라 직업이 구체화되고 다양해졌다. 정 시피는 “당시 여성들이 원하는 직업을 드라마 속에서 차용하는 게 일반적”이라며 “이들은 모두 자기 일에 대한 목표가 뚜렷하고 성취하려고 적극적으로 움직인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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