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수’에서 부른 노래 각종 음원차트 1위, 조회건수 1천만 건 돌파
묻혀 있던 고수의 중원평정이 무협지와 비슷…개인사가 몰입과 연민 제공
묻혀 있던 고수의 중원평정이 무협지와 비슷…개인사가 몰입과 연민 제공
이쯤 되면 가히 신드롬이라고 할 만하다.
불과 3주 전인 이달 1일 텔레비전에 모습이 드러나기 전까지만 해도 그는 ‘아는 사람만 아는’ 실력파 중견가수였지만 대중스타의 면모와는 한참 거리가 멀었다.
프로가수들의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 문화방송의 <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 일요일 저녁 오후 5시20분 방영)에 출연 중인 가수 임재범(48) 열풍이 갈수록 뜨겁다. <너를 위해> <빈잔> <여러분> 등 ‘나가수’에서 선보인 그의 노래는 방송되자마자 잇따라 각종 음원차트 1위를 독차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나가수의 무편집본 영상을 독점 제공하는 포털사이트 다음의 임재범 노래 세 곡의 조회건수는 22일 밤 1천만 건을 돌파했다. 다른 포털사이트의 동영상과 ‘나가수’를 본 시청자까지 합치면 2천만 건 정도가 임재범의 영상을 시청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이돌 음악에 대한 성인의 반발”
임재범은 22일 저녁 녹화방송된 ‘나가수’ 2차경선에서 윤복희의 ‘여러분’으로 관중평가단의 기립박수와 함께 28.9%의 압도적인 지지율로 7명의 참가자 중 1등을 차지했다. 트위터에서는 곧바로 “감동을 받았다”는 멘션이 넘쳐났다.
그런가 하면 불우했던 그의 어린시절과 남다른 가족사랑 등 뒷이야기와 패러디물이 인터넷을 도배하다시피하고 있다.
데뷔 이후 25년간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가수가 불과 3주 만에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존재로 우뚝 선 배경은 무엇인가?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는 23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미디어를 통해서 임재범이 다뤄지는 면모가 영웅서사적인 요소가 있다”면서 “초야에 묻혀 있던 고수가 중원에 다시 나타나 명불허전의 내공을 입증하는 과정이 그의 아픈 개인사와 더불어 영웅전의 프레임과 맞물리면서 극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시절 4년간 고아원에서 자랐다”(헤비메탈그룹 블랙신드롬 보컬리스트 박영철씨 수기) “6~7년간 조울증에 시달렸고, 100만~200만원의 저작권료로 생활하느라 딸과 외출도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지난 15일 ‘나가수’ 방송 중 임재범 고백) “내가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아주 사적인 것까지 털어놔도 그냥 허허 웃어줄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그게 순간 그리웠던 것 같다. 항상 혼자였으니까.”(임재범, 22일 ‘나가수’ 방송 중 ‘여러분’을 부르며 눈물 흘린 까닭에 대해) 등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인생사도 대중들에게 공감과 연민, 몰입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는 아이돌 음악에 대한 성인들의 반발이 임재범이라는 거친 이미지를 가진 대상을 통해 구현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30대 이상은 최근 5~10년간 한국 대중음악계를 지배한 아이돌 스타를 즐겁게 구경할 수는 있어도 감정이입을 하긴 어려웠다. ‘꽃미남’이나 ‘차도남’이라는 말끔하게 정리된 아이돌 스타와 달리 임재범의 상처받은 짐승 같은 모습은 여성들에게는 나이와 상관없이 소녀적 감수성을 자극해 섹시하게 보이게 하고, 성인 남성들에게는 인생의 불꽃 같은, 남의 일 같지 않은 감정이입이 되거나 삶의 위로를 전해주는 것 아닌가 한다.” 노래는 기본, 표정·눈빛 등도 연기 노래 좀 한다는 남성들이 노래방에서 한사코 부르고 싶어하는 임재범의 <고해>나 <너를 위해>가 여성들에게는 임재범이 부르지 않기 때문에 듣기 싫어하는 노래 1위라는 사실도 임재범 신드롬 일화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과 트위터에서는 그의 굴곡 많은 삶을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비견해서 고흐의 얼굴을 임재범으로 바꿔놓은 패러디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임재범이 나가수에 함께 출연 중인 와이비의 보컬 윤도현을 일컬어 ‘로큰롤 베이비’로 불렀던 것을 빗대 임재범을 큰 사자에, 윤도현을 아기 사자에 비유한 패러디도 유포되고 있다. 여기에 김연우, 김범수, 비엠케이(BMK) 등 내로라하는 다른 실력파 참가자들로부터도 ‘초고수’로 인정받는 장면을 여러 차례 반복 방영하는 ‘나가수’ 제작진의 편집술도 임재범의 영웅적 면모를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래 잘하는 대한민국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데서 임재범이 대중들에게 군계일학적 존재로 도드라진 것은 단순한 노래실력과 인생스토리뿐 아니라 그의 퍼포먼스적인 측면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작가는 “임재범이 ‘나가수’에서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면 굉장히 연기적인 측면이 강하다”면서 “분명히 노래를 하고 있는데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임재범은 노래는 기본이고 발음이나 표정, 눈빛 등 무대 위의 퍼포먼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재범은 1986년 록그룹 시나위 보컬리스트로 데뷔한 이후 1990년대 중저음과 고음역을 넘나드는 호소력 짙은 음색을 바탕으로 한 히트곡을 만들어냈으나 2000년대 이후엔 활동이 뜸했다. 공연 도중 음향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까탈스럽게 지적하거나 잦은 잠적, 주먹다짐 등 비타협적 성격에다 부인의 암투병, 자신의 조울증 등 순탄치 않은 개인사가 겹쳐 대중활동이 여의치 않았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한겨레 인기기사> ■ “차가 달려갈 때마다 사람들이 퉁퉁 튕겨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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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이후 25년간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가수가 불과 3주 만에 대중의 열광적 지지를 받는 존재로 우뚝 선 배경은 무엇인가? 대중음악 평론가 김작가는 23일 <한겨레>와 한 전화통화에서 “미디어를 통해서 임재범이 다뤄지는 면모가 영웅서사적인 요소가 있다”면서 “초야에 묻혀 있던 고수가 중원에 다시 나타나 명불허전의 내공을 입증하는 과정이 그의 아픈 개인사와 더불어 영웅전의 프레임과 맞물리면서 극적 효과를 나타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시절 4년간 고아원에서 자랐다”(헤비메탈그룹 블랙신드롬 보컬리스트 박영철씨 수기) “6~7년간 조울증에 시달렸고, 100만~200만원의 저작권료로 생활하느라 딸과 외출도 버스를 이용해야 했다”(지난 15일 ‘나가수’ 방송 중 임재범 고백) “내가 친구가 한 명도 없다. 아주 사적인 것까지 털어놔도 그냥 허허 웃어줄 친구가 한 명도 없었다. 그게 순간 그리웠던 것 같다. 항상 혼자였으니까.”(임재범, 22일 ‘나가수’ 방송 중 ‘여러분’을 부르며 눈물 흘린 까닭에 대해) 등 평범하지 않은 그의 인생사도 대중들에게 공감과 연민, 몰입을 제공한 측면이 있다.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는 아이돌 음악에 대한 성인들의 반발이 임재범이라는 거친 이미지를 가진 대상을 통해 구현되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30대 이상은 최근 5~10년간 한국 대중음악계를 지배한 아이돌 스타를 즐겁게 구경할 수는 있어도 감정이입을 하긴 어려웠다. ‘꽃미남’이나 ‘차도남’이라는 말끔하게 정리된 아이돌 스타와 달리 임재범의 상처받은 짐승 같은 모습은 여성들에게는 나이와 상관없이 소녀적 감수성을 자극해 섹시하게 보이게 하고, 성인 남성들에게는 인생의 불꽃 같은, 남의 일 같지 않은 감정이입이 되거나 삶의 위로를 전해주는 것 아닌가 한다.” 노래는 기본, 표정·눈빛 등도 연기 노래 좀 한다는 남성들이 노래방에서 한사코 부르고 싶어하는 임재범의 <고해>나 <너를 위해>가 여성들에게는 임재범이 부르지 않기 때문에 듣기 싫어하는 노래 1위라는 사실도 임재범 신드롬 일화 중 하나로 꼽힌다. 인터넷과 트위터에서는 그의 굴곡 많은 삶을 천재화가 빈센트 반 고흐와 비견해서 고흐의 얼굴을 임재범으로 바꿔놓은 패러디물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또한 임재범이 나가수에 함께 출연 중인 와이비의 보컬 윤도현을 일컬어 ‘로큰롤 베이비’로 불렀던 것을 빗대 임재범을 큰 사자에, 윤도현을 아기 사자에 비유한 패러디도 유포되고 있다. 여기에 김연우, 김범수, 비엠케이(BMK) 등 내로라하는 다른 실력파 참가자들로부터도 ‘초고수’로 인정받는 장면을 여러 차례 반복 방영하는 ‘나가수’ 제작진의 편집술도 임재범의 영웅적 면모를 자극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노래 잘하는 대한민국 가수들이 한자리에 모인 데서 임재범이 대중들에게 군계일학적 존재로 도드라진 것은 단순한 노래실력과 인생스토리뿐 아니라 그의 퍼포먼스적인 측면을 눈여겨봐야 한다는 분석도 있다. 김작가는 “임재범이 ‘나가수’에서 부르는 노래를 가만히 들어보면 굉장히 연기적인 측면이 강하다”면서 “분명히 노래를 하고 있는데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고 말했다. 임재범은 노래는 기본이고 발음이나 표정, 눈빛 등 무대 위의 퍼포먼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전달하고 있다는 것이다. 임재범은 1986년 록그룹 시나위 보컬리스트로 데뷔한 이후 1990년대 중저음과 고음역을 넘나드는 호소력 짙은 음색을 바탕으로 한 히트곡을 만들어냈으나 2000년대 이후엔 활동이 뜸했다. 공연 도중 음향시설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까탈스럽게 지적하거나 잦은 잠적, 주먹다짐 등 비타협적 성격에다 부인의 암투병, 자신의 조울증 등 순탄치 않은 개인사가 겹쳐 대중활동이 여의치 않았다. 김도형 선임기자/트위터 @aip209 <한겨레 인기기사> ■ “차가 달려갈 때마다 사람들이 퉁퉁 튕겨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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