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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로맨틱 코미디 틀 깨는 ‘로맨스 타운’

등록 2011-05-27 20:43

로맨스 타운
로맨스 타운
TV 보는 남자
한국방송 수목 드라마 <로맨스 타운>은 캐릭터가 활짝 피어 있다. 담장 밖으로 솟은 장미넝쿨 같다. 노순금(성유리)을 비롯해 강건우(정겨운)와 김영희(김민준) 같은 주연 캐릭터뿐 아니라 엄수정(이경실)과 오현주(박지영), 트로피 사모님(양정아)과 정다겸(민효린)에 이르는 주변 캐릭터까지 그렇다. 이들은 각각의 사연을 갖고 고급 빌라가 모인 1번가에서 상호작용하며 드라마를 이끈다. 보통 ‘월화’ ‘수목’ 미니시리즈가 주로 주연 남녀 캐릭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에 비해 <로맨스 타운>은 시추에이션 코미디의 틀에 로맨틱 코미디를 접목시키며 쏠쏠한 재미를 만든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김민준이 연기하는 김영희라는 캐릭터다. 김민준은 그 어느 때보다도 확신에 찬 듯 연기하는데, 아무래도 김영희가 자신에게 잘 맞는 캐릭터라고 생각하기 때문으로 짐작된다. 돈 많고 할 일 없는 벼락부자 청년은 ‘날 때부터 부자’와 ‘어찌하다 보니 부자’와 ‘나쁜 짓한 부자’로 채워진 1번가에 완전히 동화되지 않으면서도 계급적 우월감과 자의식을 지닌다. 어쩌면 이중적이고 어쩌면 철없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그런 그가 노순금의 행적을 뒤쫓다가 자신도 모르게 그에게 빠져든다는 설정은 로맨틱 코미디의 전형이지만 노순금이 사실은 로또 당첨자로 현금 100억원을 가진 부자라는 사실은 이 전형성에 긴장을 부여하며 균열을 유도한다. 게다가 강건우와 노순금에 김영희가 끼어드는 ‘엎친 데 덮친 로맨스 구조’는 <로맨스 타운>을 왁자지껄한 시추에이션 코미디로 만들어 갈 것이다.

또 이 드라마는 한국 사회에서 돈이 행사하는 권력과 계급, 가족 이데올로기를 미묘하게 건드린다. 노순금의 말버릇이 ‘다나까’로 설정된 것도, 계약서도 없이 취업하고 또 부당해고 당하는 묘사가 그렇다. 또 1번가에 거주하는 부자들의 과장된 속물근성과 한탕주의에 빠져 인생을 망친 노순금 아버지의 존재감 등도 그렇다. <로맨스 타운>을 보고 있으면 한국 사회가 엉망진창이라는 생각부터 ‘좋은 부자’가 가능할까 등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이 어그러진 동네에서 ‘이물질’처럼 여겨지는 김영희는 그래서 의미심장하다.

<로맨스 타운>은 재미있는 드라마다. 이야기의 초점을 노순금이 아닌 김영희에게 맞추는 순간, 좀더 복잡한 의미를 구축하는 이상한 로맨틱 코미디로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가 부디 ‘달달한’ 로맨스의 함정에 빠져 허우적거리지 않기를, 이 장르의 관습적인 남자 주인공처럼 멋 부리지 않기를 바란다. 김영희는 노순금을 번쩍번쩍 들어올리는 로맨틱 가이가 아니라 <로맨스 타운>의 삐뚤어진 채로 압축된 작은 세계와 그 균열을 까발리는 괴짜가 더 잘 어울린다.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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