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지나(사진·영상학과) 동국대 교수
‘고 장자연씨 사건 시민법정’ 이끄는 유지나 교수
검·경 ‘혐의없음’ 무기력 결론에
8일 홍대서 ‘진실의 법정’ 열어
“침묵하는 사회에 균열 생길것”
검·경 ‘혐의없음’ 무기력 결론에
8일 홍대서 ‘진실의 법정’ 열어
“침묵하는 사회에 균열 생길것”
“아이러니의 극치죠. 2년 전 검찰이 수사했고, 지난 3월 경찰도 이 사건을 다뤘습니다. 그런데 시민들은 여전히 더 많은 진실을 요구합니다. 고 장자연씨 등 여성 연예인의 인권을 짓밟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해소하려면 제대로 된 판결이 나와야 하는 겁니다.”
유지나(사진·영상학과) 동국대 교수는 장자연 시민법정을 여는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오는 8일 오후 6시30분 서울 홍익대 앞 걷고싶은 거리에서 열리는 ‘고 장자연 사건 시민법정-분노의 목소리’는 권력 앞에 무력한 수사기관 대신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진실의 법정’을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이들을 심판대에 세우고, 시민 배심원에게 그들의 죄를 묻겠다는 취지의 행사다.
유 교수가 운영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여성 연예인 인권을 위한 모임 ‘침묵을 깨는 아름다운 사람들’(침묵아사)과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문화세상 이프토피아 등 4개 시민사회단체가 함께 주최한다.
유 교수는 “장씨가 죽은 지 2년이 넘도록 가해자가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이 잊혀지고 있다”며 “2009년 11월 침묵아사 주최로 연 ‘장자연 씻김굿’이 억울하게 죽은 그의 넋을 위로하는 자리였다면, 이번 행사에서는 시민과 함께 사건의 진실을 밝혀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씨는 2009년 3월7일, 소속사 대표로부터 각계 유력인사들에 대한 술시중과 성상납을 강요당했다는 내용의 문건을 남기고 자살했다. 검찰은 전 소속사 대표 김아무개씨와 전 매니저 유아무개씨 등 두 명을 각각 폭행과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하는 데 그쳤다. 접대를 받았다고 지목된 이들은 모두 무혐의였다. 지난 3월 <에스비에스>(SBS)의 ‘장씨 편지’ 보도로 사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편지가 조작됐다고 발표하자 경찰은 사건을 덮었다. 이런 현실에서 시민법정은 얼마나 많은 울림을 만들 수 있을까.
“그래서 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장씨 죽음이 이만큼 법적 논쟁거리가 된 것 자체를 성과로 볼 수도 있어요. 성상납 대상자에 대한 수사 소식이 알려진 뒤 연예계에서 ‘나도 얼마에 성상납 제안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어졌잖아요.”
시민이 직접 참여하는 이번 시민법정이 장씨같은 여성 연예인을 억압하는 ‘침묵의 카르텔’에 또다른 균열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유 교수의 믿음이다. 또 그는 언론의 보도 태도도 달라져야 한다고 주문했다.
“한국 사회의 비뚤어진 접대 문화와 형편없이 추락한 여성 연예인 인권, 그리고 성산업이라는 문맥 속에서 결국 문제가 목까지 치밀어올라 터진 것이 장씨 사건이잖아요. 탐사보도가 됐든 추적보도가 됐든, 우리 언론의 좀더 끈질긴 취재와 보도를 갈망하고 있습니다.”
글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사진 이정우 기자 wo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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