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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TV 음악프로 ‘대안 찾기’ 눈길

등록 2011-06-10 19:33

한국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
한국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
한국방송 <유희열의 스케치북> 100회 특집은 5월13일부터 6월3일까지 4주 동안 방송했다. 각각 ‘프로듀서’, ‘레이블’, ‘드라마 오에스티’, ‘뮤지션’을 주제로 한 달간 진행한 특집은 지금껏 방송에서 보기 어려웠던 프로듀서와 연주자들, 인디 레이블의 음악가를 등장시켜 호평받았다. 프로듀서 용감한형제와 최고령 아코디언 연주자 심성락, 연주자 함춘호 등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은 음악가들을 출연시켜 대중에게 다양하고 좋은 음악을 들려줘야 하는 음악프로의 역할에 충실했다.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이 ‘대세’를 이룬 지금 음악과 미디어의 관계를 새삼 재고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역사는 1992년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음악과 이야기를 접목한 텔레비전 라이브 음악 쇼의 등장은 당시 대학로를 중심으로 확산되던 라이브 공연의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디어 외부의 음악 경향을 텔레비전이 적극적으로 끌어안은 ‘좋은 사례’인 것이다. 하지만 1990년대 후반 이후 문화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가요 산업이 거대 기획사 중심으로 재편되는 과정에서 ‘작은 음악회’의 바통을 이어받은 <이문세 쇼>나 <이소라의 프러포즈>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은 변화에 적응하는 대신 10년간 관습적인 포맷을 유지하며 오히려 소수의 취향으로 남게 되었다. 게다가 라이브 공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가수들을 부각시켜 음악의 다양성보다는 ‘가창력’ 중심으로 음악을 서열화하는 구도를 형성했다.

하지만 엠넷 <슈퍼스타케이>와 문화방송 <위대한 탄생> 그리고 문화방송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같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 사회적인 관심을 얻은 최근 <유희열의 스케치북>을 딜레마로 이끈 것은 섭외 1순위 가수들이 비슷한 포맷의 다른 방송에 고정출연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관습적인 구성으로는 ‘전통 있는 라이브 음악 쇼’의 프리미엄을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는 각성이었을 것이다. 앞으로 한국의 음악 산업은 메이저와 인디의 구분이 흐릿해지는 대신 각각의 레이블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이수연 음악평론가의 말대로, 100회 특집은 지금 대중이 체감하고 있는 음악 경향을 충실히 반영한 기획이었다. 물론 <유희열의 스케치북>의 이런 기획을 가능하게 만드는 건 <나는 가수다>가 주류로 자리잡은 텔레비전 음악방송의 생태계다.

이전까지 방송 3사를 통틀어 텔레비전 음악방송이 반향을 얻지 못한 것은 미디어가 음악을 관습적으로 활용하고 소비하는 데 머물렀기 때문이다. 대중들의 감수성이 변한 게 아니라 제작자들이 대중의 감각을 따라가지 못했다. 이런 ‘변화하는 미디어 생태계’란 맥락에서 <유희열의 스케치북>은 앞으로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성공할지 실패할지는 시간이 지나봐야 알겠지만, 어쨌든 이들은 현재 텔레비전과 음악의 관계를 재구성해 대안적인 미래를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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