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사랑>의 ‘아이언맨’ 독고진. 드라마에서 그는 10년간 인공심장을 달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인공심장을 10년간 달고 있을 수는 없다.
‘가슴 뛰는’ 드라마 <최고의 사랑>의 실수
인공심장은 심장이식 전 중간 준비 단계, 10년간 하고 있는 경우 없어
심박동기를 달고 인공심장으로 착각한다는 의혹도… ‘최고의 의사’의 실수도
인공심장은 심장이식 전 중간 준비 단계, 10년간 하고 있는 경우 없어
심박동기를 달고 인공심장으로 착각한다는 의혹도… ‘최고의 의사’의 실수도
<최고의 사랑>(문화방송, 수·목 밤 9시50분)의 독고진(차승원)의 ‘병명’이 수수께끼다. 드라마에는 인공심장을 달고 있고 그게 탈이 난 아주 ‘단순한’ 설명이지만 의사들은 “도대체 무슨 병”이냐며 혼란스러워한다. 드라마에서 정확한 진단명도 나오지 않았다.
독고진은 어려서부터 학교 소풍을 한 번도 못 갈 정도로 심장이 약했다. 얼굴이 새하얀, 입술이 파리한 ‘미소년’이란 설정에는 (회고 장면이 없음에도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하는) ‘순정만화’적 매력이 있다. 독고진은 인공심장 이식수술을 하면서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최고의 심장 전문의’는 확률 5%의 수술을 성공시킨다. 10년 전 일이다. 그런데 이 인공심장이 탈이 났다. 그 사이 의학기술이 발전하여 인공심장 이식수술의 성공확률은 10%. 14회에서 독고진은 수술실로 들어가고 가슴을 여는 수술을 시작한다.
독고진은 인공심장을 10년 동안 달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아이언맨’ 독고진은 SF에서나 가능하다(<최고의 사랑>은 명백한 로맨틱코미디다). 실지로 인공심장은 심장이식을 기다리는 환자들의 중간 준비 단계의 치료로 사용된다. 심장이 마련되는 대로 심장 이식 수술을 해야 한다.
국내에서 인공심장, 정확하게는 심장보조장치를 단 기간의 기록은 502일이다.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장병철 병원장의 2000년 시술에서다. 장 병원장은 “인공심장을 달고 한 달도 있기 힘들다”며 “기계 자체가 길어야 2년, 최대 3년을 견딜 수 있다”고 말한다.
독고진은 인공심장을 달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인공심장의 경우 밖으로 케이블과 배터리 등이 나와 있다(그림 참조). 몸 밖에 줄이 없는 인공심장이 개발되었으나 ‘충전’으로 버티는 시간은 2~3시간에 불과하다. 독고진의 경우는 ‘아름다운 근육’에 깊게 팬 수술자국이 드러나긴 하지만 밖으로 보조장치를 늘어뜨리고 있지는 않다.
그가 항상 체크하는 것이 ‘심박동 표시기’다. 심장을 ‘6090’으로 유지하는 ‘평화’는 그에게 필수기 때문이다다. 그런데 이 기기가 그의 병을 더욱 오리무중으로 빠뜨린다. 심박동 표시기를 다는 경우는 심박동기를 심었을 경우다. 심박동기는 심장 수술 뒤 심장 박동이 안 돌아오는 경우 등에서 심는다. 그래서 의사들은 독고진이 심장에 심박동기를 박았는데 인공심장을 단 것으로 착각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기도 한다.
인공심장도 표시기를 다는 경우가 있다. 장병철 병원장은 “모니터링 기기는 의료진이 상태를 파악하기 위한 용도로 다는 것이지 환자가 볼 수 있도록 체크하는 경우는 없다”고 말한다.
더불어 ‘최고의 의사’도 실수를 저질렀다. 그는 독고진이 심장 이상증상을 호소하며 왔을 때 심장CT를 급하게 찍는다. 독고진의 인공심장이 어떤 재질인지 모르지만 증상을 판단할 수 있게 찍히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 심장CT에 기계는 안 보인다. 의사의 큰 실수는 더 있다. 그는 촬영 후 문제가 없다며 돌려보낸다. 그의 심장이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결론을 내리는 과정은 ‘과학적·데이타적 추리’라기보다는 ‘인문적 추리’다. “왜 지금까지 괜찮다가 두근거리는 걸까. ‘두근두근’(구애정이 속한 국보소녀의 노래)은 심장수술을 할 때 응원가로 들려준 거야. 지금 그에게 응원가가 필요한 것은 아닐까.” 최고의 의사는 그의 파일을 다시 들추고 정밀검사에 들어간다.
‘가슴 뛰는’ 장면들에는 진실도 있다. 독고진은 심장수술 중 심장이 멈출 거라고 말한다. 구애정에게 그 순간 ‘두근두근’을 불러달라며. 보통 심장수술은 심박동을 멈춘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뛰고 있는 심장을 수술하는 것은 ‘산골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에서 바느질하는 것’과 비슷해서다. 심장에 붙은 혈관을 우회한 뒤 온도를 낮추고 심장정지액을 투여해 심장 박동을 멈추고 수술한다. 이런 말은 독고진의 성공을 기원하는 팬들에게 도움이 될까. 장 병원장은 말한다. “심장조종장치는 1년 생존률이 90% 이상이다. 수술 전 상태가 아주 나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험하지 않다.”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심장 뛰는 드라마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이 ‘인공심장’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청자는 ‘6090’의 ‘의학적 진실’보다는 ‘80120’을 ‘가슴 뛰는 거짓말’을 원한다. 덧붙여, <최고의 사랑>은 <뉴하트>라는 의학드라마를 만들었던 박홍균 PD의 작품이다(‘뉴하트’야말로 ‘인공심장’이 아닌가). *도움말: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장병철 병원장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독고진이 단 것으로 나오는 인공심장 혹은 심장보조장치 LVAD. 위키피디아 사진.
‘가슴 뛰는’ 장면들에는 진실도 있다. 독고진은 심장수술 중 심장이 멈출 거라고 말한다. 구애정에게 그 순간 ‘두근두근’을 불러달라며. 보통 심장수술은 심박동을 멈춘 상태에서 이루어진다. 뛰고 있는 심장을 수술하는 것은 ‘산골을 덜컹거리며 달리는 버스에서 바느질하는 것’과 비슷해서다. 심장에 붙은 혈관을 우회한 뒤 온도를 낮추고 심장정지액을 투여해 심장 박동을 멈추고 수술한다. 이런 말은 독고진의 성공을 기원하는 팬들에게 도움이 될까. 장 병원장은 말한다. “심장조종장치는 1년 생존률이 90% 이상이다. 수술 전 상태가 아주 나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험하지 않다.”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지만, 심장 뛰는 드라마 스토리를 만들어낸 것이 ‘인공심장’이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시청자는 ‘6090’의 ‘의학적 진실’보다는 ‘80120’을 ‘가슴 뛰는 거짓말’을 원한다. 덧붙여, <최고의 사랑>은 <뉴하트>라는 의학드라마를 만들었던 박홍균 PD의 작품이다(‘뉴하트’야말로 ‘인공심장’이 아닌가). *도움말: 세브란스심장혈관병원 장병철 병원장 구둘래 기자 any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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