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보는 남자
케이블채널 <오시엔>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신의 퀴즈> 시즌 2는 국내에선 생소한, 그러나 여러 차례 시도된 바 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번 실패했던 ‘메디컬(의학) 수사 드라마’를 표방한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장르’의 조건은 약속과 세밀함에 있다고 본다. 요컨대 수사물에는 수사의 과정이 등장해야 하고, 연애물에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이 등장해야 하는 것이다. 메디컬 드라마에는 당연히 의학 지식과 더불어 수술과 해부장면이 등장해야 한다. 한국에서 장르가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건, 단지 그 모든 직업적 배경과 지식이 ‘연애’로 수렴되기 때문이 아니다.(미국 수사 드라마 <시에스아이>(CSI)의 그리섬 반장도 연애는 했다!) 장르의 규칙이랄 것도 없이 우연적인 상황이 남발되고 그 속에서 개연성이라곤 찾아보기 어려운 이야기가 간신히 이어졌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신의 퀴즈>는 기본을 갖춘 작품이다. <신의 퀴즈>는 한국대학병원 법의관 사무소를 배경으로 법의학자들이 ‘특이-희귀증상’ 시신을 부검해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다. 희귀병과 살인사건을 연관 짓는 내용이 신선해 흥미를 유발하고, 마지막엔 장르의 관습을 뒤트는 반전으로 감동도 준다. <신의 퀴즈> 시즌 1은 ‘한국형 장르 드라마’의 한 가능성을 보여줬다. 시즌 2는 이보다 더 깊어졌다. 시즌 1을 통해 구축된 캐릭터들의 관계는 시즌 2에서 심화한다. 새로운 캐릭터들도 등장한다. 덕분에 관계의 그물과 감정은 더 복잡해졌다. 무엇보다 시즌 1의 캐릭터들이 고스란히 시즌 2로 옮겨진 게 인상적이다. 티브이엔 드라마 <막돼먹은 영애씨>가 구현한 시즌 드라마의 미약한 가능성이 <신의 퀴즈>에서 주목할 만한 가능성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신의 퀴즈> 시즌 2는 이제 겨우 2회 방영되었을 뿐이지만 이런 이유로 시즌 1보다 더 재미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인 순간은 두 번이었다. 하나는 연쇄 토막살인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인 법의학자들이 줄기차게 전문용어를 쏟아낸다는 점. 외계어 같은 의학용어를 자연스럽게 주고받으며 농담과 너스레를 끼워넣는 걸 보면서 상당히 꼼꼼하고 성실한 사전준비와 연습이 선행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결말이다. 시즌 2의 1, 2회에서는 연쇄 토막살인 사건을 푸는 프로파일러도 등장하는데, 그의 활약이 반전으로 뒤집히는 과정은 꽤 신선했다. 이때 범행 동기가 권력과 유착되었고, 관련 용의자들은 모두 면책된다는 설정은 다분히 한국적인 것이기도 했다. 어쨌든 <신의 퀴즈> 시즌 2는 명백히 노력하는 드라마다. 장르적 세밀함을 ‘우리 방식’대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작동한다. 갈수록 탄탄한 배우로 성장중인 류덕환을 지켜보는 게 색다른 재미라는 점을 귀띔한다.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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