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예능 프로그램. SBS 제공
올 1개만 평균시청률 10%↑
안되면 바로 폐지…실험 실종
중견피디 인력부족도 ‘한몫’
안되면 바로 폐지…실험 실종
중견피디 인력부족도 ‘한몫’
에스비에스 주요 예능프로 8개 중 <강심장>, <자기야> 등 4개가 토크쇼일 정도로 장르가 다양하지 않고, 서바이벌, 리얼 버라이어티 등 이미 다른 방송사에서 선보인 장르를 따라가는 등 기획의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평이다. 리얼 버라이어티 <런닝맨> 역시 <무한도전> 등에서 익히 봤던 틀(포맷)이다.
올 들어 평일 밤 10시·11시대와 주말 오후 5시·6시대 주요 예능프로 8개의 평균 시청률을 보면 10%를 넘는 프로는 토요일 오후 6시30분에 방송하는 <스타킹>이 12.1%(티엔엠에스미디어 집계)로 유일하다. <밤이면 밤마다>(월), <자기야>(금), <일요일이 좋다>(일) 등은 모두 10% 미만이다. <스타킹>도 5월부터는 한자리를 못 벗어나는 등 갈수록 시청률이 떨어지고 있다. 비슷한 시간대의 문화방송(MBC) 주요 예능프로 6개와 한국방송(KBS) 주요 예능프로 5개 중에서는 절반 이상이 10%를 넘는다.
화제 면에서도 선점하지 못하고 따라가기 바쁘다. 문화방송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는 방송을 탄 노래가 음원 사이트를 석권하고 있고, 방송 3사 예능프로 중 평균 시청률이 19.2%로 가장 높은 한국방송 <해피선데이-1박2일>도 6월 여배우들을 출연시켜 화제를 모았다. 오디션 프로가 인기를 끌자 <기적의 오디션>을 준비하고 있지만 과거 연기자 오디션 프로그램을 답습한다는 평이다. 에스비에스는 ‘피겨 퀸’ 김연아를 진행자로 내세운 <일요일이 좋다-키스앤크라이>로 시청률 반등을 기대했으나 시청률이 7~8%로 쉽지 않아 보인다.
상황이 이러니 에스비에스 내부에서조차 “잘될 때도 있고 안될 때도 있는 등 사이클은 있기 마련이지만, 이건 해도 너무하다”는 한탄이 나온다. 에스비에스의 한 피디는 “뒤늦게 따라가면 새로운 장치라도 심어야 하는데 그런 고민이 안 보인다”고 말했다.
이런 부진의 원인 중 하나는 시청률을 우선시하는 에스비에스의 조급한 성과주의 때문이라는 지적이 방송사 안팎에서 나온다. 예컨대 여러 장르를 접목한다든지 다양한 시도나 실험은 하지 않고 시청률이 잘 나올 것 같은 안전한 장르의 프로그램만 만든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의 한 피디는 “예능도 쇼, 토크뿐 아니라 교양을 접목한 인포테인먼트 등 장르가 다양한데, 화제가 되는 장르만 좇다가 그게 한계에 부딪혀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평했다. 에스비에스 한 피디는 “방송사가 시청률을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에스비에스는 모든 예능프로에 높은 시청률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다 보니 일선 피디들이 다양한 형식의 실험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잘 안되면 바로 폐지하는 등 기다려주지 않는 풍토도 문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미있는 퀴즈대결>은 20일 저조한 시청률을 이유로 방송 3개월 만에 폐지됐다. <키스앤크라이>를 <나는 가수다>와 <1박2일>과 비슷한 시간대에 배치하는 등 편성전략에 대한 내부 비판도 일고 있다.
예능프로 제작에서 허리 구실을 할 중견피디가 없는 것도 문제다. 박상혁(<강심장>), 장혁재(<패밀리가 떴다>) 피디처럼 트렌드에 발맞출 수 있는 감각있는 젊은 피디들은 있지만, 오랜 경험에서 쌓인 ‘예능 노하우’를 갖춘 피디는 드물다. 문화방송 <나는 가수다>는 경력 20년이 넘은 김영희 피디가 만들었고, <놀러와>에서 ‘세시봉’ 가수들을 출연시킨 이도 경력 15년이 넘은 신정수 피디였다. 문화방송의 한 피디는 “예능은 경험과 노하우가 필요하고 실패해도 두려워하지 않을 배짱이 필요한데 사실 젊은 피디는 그렇지 못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에스비에스는 지난 2월 교양국과 예능국을 통합해 장르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제작일선 중견 피디들이 아닌 조연출급 피디들이 다른 장르와 결합하고 있는 상태여서 시너지 효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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