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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닭 얘기만 하는 주인공…해도 너무하네

등록 2011-07-01 19:39수정 2011-07-01 21:22

배우 이규한
배우 이규한
TV 보는 여자
이규한(사진)이라는 배우가 있다. <문화방송>(MBC) 드라마 <내 마음이 들리니?>에 이승철 역으로 출연하는데, 여자주인공 봉우리(황정음)와 한집에 사는 절친한 친구 사이로, 봉우리를 좋아하는 다른 남자주인공들과 더불어 사랑의 4각 관계를 형성한다. 비중이 제법 큰 그의 드라마상 행보엔 남다른 구석이 있다.

드라마 초반 ‘닭 대학’에 입학한다며 집을 떠난 이승철은 이후 몇 회 동안 집에 돌아오지 않고 닭 튀기는 일에만 열중했다. 그나마 연심을 품은 봉우리에게만은 짬을 내어 연락했는데, 자신이 튀긴 닭다리를 들고 촬영한 영상메시지를 보내온 것이다. 닭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이승철은 ‘닭카페’를 차릴 테니 1억원만 달라고 부모를 조르더니, 창업한 뒤엔 “이미 1천가지 메뉴가 있는데 무슨 걱정이냐”는 어머니의 만류에도 새 메뉴 개발에 힘쓴다. 그가 연 가게가 그냥 치킨집이 아니라 ‘닭카페’인 이유를 궁금해하는 이들이 있었던지, 얼마 전에는 또 다른 남자주인공이 식전 댓바람부터 찾아와 메뉴판을 가리키며 “여기 커피도 판다던데, 커피 한 잔 달라”고 말하는 장면이 방영되기도 했다. 한 인물이 이처럼 전 드라마에 걸쳐 줄기차게, 자신의 배역과 비중을 헌신적으로 할애해가며 ‘닭카페’, ‘1천가지 메뉴’ 등 특정 브랜드의 간접광고(PPL)에 이바지한 일이 있던가?

드라마 제작비가 점점 비싸지면서 시청률이 높아도 제작비를 못 건지는 경우가 생기자 제작사들은 광고 외의 수익 창출 방식에 골몰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광범하게 시도된 것이 한류스타를 캐스팅해 일본 디브이디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었다. 제작비 400억원짜리 드라마 <태왕사신기> 제작사가 기대만큼 재미를 보지 못한 이후론 이런 시도가 한풀 꺾였다. 요즈음 대부분의 드라마들은 몸집을 줄이고 협찬이나 간접광고를 최대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굳힌 듯하다.

그사이 시청자들도 간접광고에 어지간히 익숙해졌다. <최고의 사랑>의 애정(공효진)이 ‘구애정 운동화’를 신고 독고진(차승원) 집에 놀러 와서 한약 한 봉지 마시고 뽀로로 장난감을 갖고 놀다가 3차원 고화질티브이를 보면서 큰 화면과 깨끗한 화질에 감탄한다고 해서 ‘드라마냐 전단지냐’ 흠잡지 않는다는 얘기다. 제작진은 ‘뽀로로’가 간접광고가 아니라고 밝혔지만, <최고의 사랑>에 나왔던 뽀로로가 <시티헌터>에도 등장하면 ‘요즘 뽀로로가 공격적인 마케팅을 하는구나’ 그럴싸한 추측까지 하게 되는 요즘이다.

그래도 <내 마음이 들리니?>의 이승철은 심했다. 간접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의 끝이 어디인지 시험하고픈 제작사가 있다면, 이미 선을 넘었다고 말해주고 싶다.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연기 외에 다른 미션까지 해내는 모습을 지켜보기가 안타깝고 민망하다. 이미경/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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