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 드라마 <무사 백동수>(월화 밤 9시55분)에서 킬러 검객 여운으로 나오는 유승호
성인 코앞 19살 연기 고민 커
어린시절 소풍 한번 못 가봐
10년 뒤 연기로 손꼽혔으면
어린시절 소풍 한번 못 가봐
10년 뒤 연기로 손꼽혔으면
‘무사 백동수’ 악역 유승호
“가능하다면 무사 백동수로 성숙한 유승호가 되고 싶어요.” 4일 시작한 <에스비에스> 드라마 <무사 백동수>(월화 밤 9시55분)에서 킬러 검객 여운으로 나오는 유승호(사진)는 한숨을 크게 쉬었다. 올해 나이 19살. 성인이 되는 문턱에 다다랐는데도 아직도 그를 영화 <집으로>의 7살 상우로 기억하는 이들이 많다는 것이다. 지난해 드라마 <욕망의 불꽃>(문화방송)도 성인 이미지를 얻으려고 출연했는데 생각처럼 잘 안됐다고 한다. “요즘 어떤 배우가 될까 고민이 많아요. 올해가 제일 심해요. 아역 느낌이 너무 많이 난다고 욕을 먹고 있어요. 왜 어울리지 않는 성인 연기를 하느냐고. 그럴수록 정말 열심히 해서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들고 싶어요.” 2일 경기도 양평에서 만난 그는 뜻밖에도 ‘배우 성장통’을 앓고 있었다.
■ 미소년과 킬러의 두 얼굴 <무사 백동수>는 유승호가 성인 연기자로 변신할 수 있느냐를 판가름할 시험대이다. 그는 처음 성인 드라마의 주연을 맡으면서 악역을 연기한다. 여운은 정조의 암살을 노리는 집단 흑사초롱의 핵심 일원으로 미소년의 모습과 차가운 살인자의 이중적인 두 얼굴을 선보여야 한다. 그는 “살인하고 싶지 않은데 그럴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겪는 고민과 고통 등 이중적인 면이 끌렸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현장에서 본 유승호는 절제된 듯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이 돋보였다. 웃지만 슬퍼 보이는 표정을 지으며 내면 감정을 언뜻언뜻 내비치는 여운을 잘 표현했다는 느낌이었다. 이는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연기를 시작한 뒤 11년 동안 30여개 작품에 출연하면서 쌓은 경험 덕이 클 것이다. 그는 2002년 영화 <집으로>에 나와 주목받은 뒤 사극 <왕과 나>, 주말드라마 <부모님전상서>, 공포영화 <4교시 추리영역> 등에서 다양한 역을 맡았다. 많은 아역 배우들이 성인 배역의 어린 시절을 도맡는 것과 달리 그는 자폐아(<부모님전상서>) 연기를 하는 등 고난도 역할도 주저하지 않았다. “연기를 따로 배우진 않았어요. 대본을 보고 상상해요. 어릴 적부터 촬영 현장을 놀이터 삼아 다녀서 그런지 상상하다 보면 그림이 그려져요.”
■ 엄격했던 연기 경험 유승호가 기대주로 성장한 데는 그 나이 또래가 누려야 할 많은 것들을 포기한 영향도 크다. 다른 아역 배우들이 쉬는 시간에 휴대폰 등을 갖고 놀 때도 그는 대본을 보거나 다음 연기를 위해 휴식을 취했다고 한다. 촬영 현장에 늘 먼저 와서 기다리고, 스태프에게 자진해서 커피를 뽑아주는 등 막내의 ‘기본’을 지켰다는 말이었다. 그는 “좋은 배우가 되려면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멋쩍어했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엄격하게 연기한 경험들이 인간 유승호의 자유를 앗아간 것도 사실이다. 지금껏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한번도 가보지 못했고, 휴대폰도 고등학교 3학년 때 처음 가졌다. 연기를 못 하면 매니저에게 혼도 났다고 한다. “예전에는 솔직히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다른 애들도 하는 것을 왜 못하게 하나. 시간이 지나니 부모님과 형(매니저)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어요. 이렇게 살다 보니 이게 내 삶인 것 같고. 하지만 수학여행 못 간 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아요. 어른들이 그러잖아요. 그런 게 다 추억이라고.”
■ 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안 할래요 유승호는 “다시 태어나면 배우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아역 배우를 어리게만 보고 배우로 인정하지 않는 우리나라 환경이 싫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연기해서 늘 남의 눈을 신경 쓰며 산 것도 힘들었다고 말한다. “조금만 행동을 잘못해도 바로 (인터넷 등에) 올라오잖아요. 전 누가 제 욕 하는 게 정말 싫어요. 그래서 늘 행동을 조심하게 되고.”
유일하게 자유로운 시간은 친구와 있을 때다. “친구들하고 있으면 욕도 하고 게임도 한다”며 웃었다. 친구들하고 놀면서까지 이미지를 관리하고 싶진 않다고도 했다. “그렇게라도 안 하면 너무 답답할 것 같아요. 저도 사람인데. 나쁜 짓 하고 싶고 욕하고 싶고 딴 애들 하는 거 다 하고 싶은데 참는 거죠.”
단체 생활을 싫어하고 낯가림이 심한 그는 촬영이 없는 날도 집에서 보낸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는 그는 뜻밖에도 좀비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털어놓았다. “안 본 좀비 영화가 없을 정도로 필 받으면 몰아서 봐요. 우리나라에서도 하나 만들면 정말 열심히 할 자신 있어요(웃음).” 좀비 영화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신이 나는 듯했다. 그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리고 “배우가 내 직업인지 잘 모른 채” 10여년을 배우로 살았다. ‘연기 천재’, ‘국민 남동생’이란 수식어들이 아직 어렸던 그를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야 할 삶으로 묶어버린 것은 아닐까.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살았던 지난날들과 더 많은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 20대에 대한 두려움 등이 맞물린 지점에 위치한 듯했다. 물론 이런 번민과 성찰은 유승호를 훌륭한 배우로 자리매김시키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터다. “친구들은 넌 정말 좋겠다고 하지만 연기자는 작품 안 들어오면 끝이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보장되는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20대가 되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 일이든 뭐든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유승호가 말하는 그때 그 작품 배우 유승호의 ‘성장통’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는 어릴 때부터 그를 봐왔기 때문이다.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해 2002년 <집으로>에서 바가지머리를 하고 울던 아이가, 지난해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상대 배우였던 서우와 키스 장면을 촬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11년 동안 30여편에 출연한 그의 성장기를 작품과 그의 소견으로 짚어봤다.
2002년 집으로 유승호를 주목받는 아역으로 만들어준 화제작.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연기를 시작했는데 너무 힘들어 그만두려고 했어요. 한 작품만 더하자를 반복하다 보니 오늘까지 왔네요.”
2004년 부모님전상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작품. “자폐아 연기를 하려고 자폐아 학교에 가서 한 학생을 대상으로 삼아 연구했어요. 말투를 녹음해 수십번 반복해 들었습니다.”
2007년 왕과 나 어린 성종으로 사극에 출연. “어릴 때는 역사를 잘 모르고 출연했는데, <무사 백동수>에서는 조선 시대 협객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하며 의미를 되짚었어요.”
2010년 욕망의 불꽃 첫 성인 연기로 이미지 변신을 시도했다. “이 작품을 하면서 처음으로 촬영하면서 짜증을 냈어요. 그냥 여러 가지 상황이 안 좋으니 화가 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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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생활을 싫어하고 낯가림이 심한 그는 촬영이 없는 날도 집에서 보낸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았다는 그는 뜻밖에도 좀비 영화를 보면서 스트레스를 푼다고 털어놓았다. “안 본 좀비 영화가 없을 정도로 필 받으면 몰아서 봐요. 우리나라에서도 하나 만들면 정말 열심히 할 자신 있어요(웃음).” 좀비 영화 이야기를 할 때 가장 신이 나는 듯했다. 그는 어머니 손에 이끌려 연예계에 데뷔했다. 그리고 “배우가 내 직업인지 잘 모른 채” 10여년을 배우로 살았다. ‘연기 천재’, ‘국민 남동생’이란 수식어들이 아직 어렸던 그를 기대에 부응하며 살아야 할 삶으로 묶어버린 것은 아닐까. 반항 한번 하지 않고 살았던 지난날들과 더 많은 변화가 기다리고 있을 20대에 대한 두려움 등이 맞물린 지점에 위치한 듯했다. 물론 이런 번민과 성찰은 유승호를 훌륭한 배우로 자리매김시키는 디딤돌이 될 수도 있을 터다. “친구들은 넌 정말 좋겠다고 하지만 연기자는 작품 안 들어오면 끝이죠. 내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미래가 보장되는 것 같아요. 잘은 모르지만, 20대가 되면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할 수 있을 테니까 일이든 뭐든 지금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믿어요.”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유승호가 말하는 그때 그 작품 배우 유승호의 ‘성장통’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는 어릴 때부터 그를 봐왔기 때문이다. 2000년 드라마 <가시고기>로 데뷔해 2002년 <집으로>에서 바가지머리를 하고 울던 아이가, 지난해 드라마 <욕망의 불꽃>에서 상대 배우였던 서우와 키스 장면을 촬영할 정도로 성장했다. 11년 동안 30여편에 출연한 그의 성장기를 작품과 그의 소견으로 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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