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쟁점에 대해 공개발언 한 사람은 출연 제한’ 새 규정
문화방송 노조 “비판적 성향 출연자는 솎아내겠다는 뜻”
문화방송 노조 “비판적 성향 출연자는 솎아내겠다는 뜻”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홍대 청소노동자 문제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온 소셜테이너 김여진씨의 ‘손석희의 시선집중’ 출연이 15일 최종 무산됐다.
‘손석희의 시선집중’ 진행자 손석희씨는 15일 오전 라디오 방송에서 “엠비시(MBC) 새 규정으로 김여진씨가 ‘시선집중’에 출연을 못하게 되었습니다. 양해를 바랍니다”라고 말했다.
‘시선집중’ 제작진도 이날 아침 홈페이지에 공지를 올려 “격주로 월요일마다 진행되고 있는 ‘정치·사회·문화’ 분야 토론의 새로운 패널로 보도됐던 배우 김여진씨는 문화방송이 새로 개정한 방송심의규정에 의해 출연이 불가능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김여진씨는 오는 18일부터 ‘손석희의 시선집중’ 보수·진보 토론 코너에 2주에 1번 고정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문화방송의 새 심의조항에 따라 출연 불발 가능성이 점쳐졌으며, 이날 공식 확인됐다.
지난 13일 이사회를 통과한 문화방송의 방송심의규정 ‘고정출연제한 심의’ 제55조는 “사회적 쟁점이나 이해관계가 대립한 사안에 대해 특정인이나 특정 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을 한 사람에 대해 고정출연을 제한할 것을 정하고 있다. 또한 ‘주 1회 이상 출연자를 고정출연자로 정의한다’는 기존 조항 문구를 삭제해 주 2회 출연하는 김여진씨도 고정출연자로 분류됐다.
문화방송 노동조합은 이번 사규 제·개정에 대해 지난달 27일 성명을 내고 “사회적 의제에 무관심한 사람들 혹은 정권의 뜻에 충실한 부역자들만 출연시키고 마음에 들지 않는 비판적 성향의 출연자는 모두 솎아내는 ‘엠비시판 블랙리스트’를 공공연하게 만들겠다는 뜻”이라며 “개인의 양심과 사상, 표현의 기본적인 자유를 완전히 무시한 전체주의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문화방송은 지난 1일 김여진씨의 출연 결정과 홍보를 ‘보고 없이 처리했다’는 이유로 이우용 라디오본부장과 김애나 라디오본부 라디오 1부장에게 근신 15일, 이진숙 홍보국장과 홍곤표 홍보국 홍보시청자부장은 근신 7일의 징계를 내렸다.
문화방송 노동조합은 4일 노보를 발간해 “타당한 근거도 없이 피디(PD)와 시피(CP)의 고유 권한인 출연자 섭외 하나하나까지 임원들이 참견하는 것은 창사 이래 초유의 일”이라며 “이번 논란은 사측이 최근 제·개정 중인 사규를 통해 속내를 드러낸 것처럼 엠비시판 ‘블랙리스트’ 또는 ‘살생부’를 만들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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