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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내게도 ‘로맨스가 필요해’

등록 2011-07-15 19:38

<티브이엔> 채널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티브이엔> 채널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
TV 보는 여자
마흔을 목전에 둔 애 딸린 유부녀에게 ‘로맨스’란 가까이 하자니 인생 피곤해지기 십상이고 멀리하자니 한물간 신세라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아 씁쓸해지는 단어다. 그런데 <티브이엔> 채널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로맨스가 필요해>의 주인공들이 들려주는 파란만장 연애담을 들으면서 자발없이 ‘부럽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인 일인가.

우선 근무경력 8년차의 유능한 호텔 직원 선우인영(조여정), 뛰어난 패션감각과 눈부신 몸매로 온라인 의류 쇼핑몰의 모델이자 시이오(CEO)로 승승장구하는 박서연(최여진), 패소를 모르는 이혼전문 변호사 강현주(최송현) 등 일찌감치 생업의 근심을 해결하고 30대 초반에 본격적인 ‘로맨스 탐구’에 돌입한 주인공들이 부럽다.

그들이 사랑하고 이별하고 성장하는 모습도 탐난다. 결혼식 날 신랑이 나타나지 않는 최악의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홀로 신혼여행을 떠나 자신을 되돌아보고 삶의 변화를 시도하는 현주, “사랑은 욕망의 다른 이름”이라는 모토 아래 일회성 만남을 이어가면서 주변의 시선에 개의치 않고 솔직 당당한 서연, 10년 사귄 남자친구와 만나고 헤어지길 반복하는 현실이 ‘구질구질하다’고 느끼면서도 ‘한번 배신한 관계를 되돌릴 수 있는가’ ‘익숙한 사람과의 로맨스는 가능한가’를 스스로 끊임없이 묻고 답을 찾는 인영. 세명의 여주인공들은 살면서 맞닥뜨리는 숱한 만남과 헤어짐을 통해 무언가 배우려면, 자신을 중심에 두고 생각하되 스스로 성찰할 줄 알고 복잡한 상황일수록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관찰해야 한다는 소박한 진실을 일깨운다.

가장 부러운 건 무슨 짓을 저질러도 편들어 주고 말 못할 속사정과 고민을 비판 없이 들어주는 ‘친구들’이다. “나 힘든 일 있으니까 오늘 밤 모여!”라고 외치면 위로와 격려가 가득한 밤을 선사하고 “나를 걷어찬 남자친구에게 복수하고 싶어!” 하면 그 남자의 직장까지 달려가 망신 주길 서슴지 않는다. 오전 11시에 만나 시시콜콜 수다를 떠는 통에 한국의 ‘브런치 문화’ 보급에 크게 기여한 미국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들에 비하면, <로맨스가 필요해>의 친구들이 한층 끈끈하고 의리있는 ‘한국형 우정’을 과시한다 하겠다.

유능한 커리어우먼이 되어 폭넓은 경험과 관계 속에서 배우고 성장하는 것. 그리고 그런 자신을 이해하고 지지하는 평생의 친구를 갖는 것. 철든 여자라면 누구나 꿈꾸지만 실제론 좀처럼 내 것이 되기 힘든 세 가지를 드라마 주인공들은 모두 가졌다.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나는,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볼까, 그게 진정 로맨틱한 삶이 아닐까, 상념에 잠겨 옛 친구의 연락처를 만지작거린다. <로맨스가 필요해>는 손을 뻗으면 움켜쥘 수 있을 듯한 욕망을 자극해 ‘대리만족’이 아닌 ‘공감’을 이끌어내는, 드물게 영리한 드라마다. 이미경/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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