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외부인사 첫 회의서 행적 미화 우려 없어”
비대위 “5명중 1명만 역사학자 그마저 뉴라이트”
새노조 “사쪽 맘대로 꾸려 강행 지렛대 삼아”
비대위 “5명중 1명만 역사학자 그마저 뉴라이트”
새노조 “사쪽 맘대로 꾸려 강행 지렛대 삼아”
<한국방송>(KBS)이 ‘이승만 특집’(<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이승만 편>) 방영을 연기한 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외부 자문을 받겠다며 꾸린 자문위원회의 인적 구성과 역할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방송은 독립운동단체 및 언론·시민단체로부터 “이승만 미화·찬양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아온 ‘이승만 특집’ 기획 및 제작 자문을 받기 위해 방송계, 학계 인사로 자문위원회를 꾸려 지난 8일 첫 프로그램 평가 회의를 열었다. 자문위원회는 강대영 전 한국방송 부사장과 김규 전 한국방송학회 회장, 김옥영 한국방송작가협회 이사장, 송해룡 차기 한국방송학회 회장, 유영익 한동대 석좌교수 등 5명으로 구성됐다. 5명의 자문위원 가운데 4명이 방송계 인사이고, 역사학자는 뉴라이트 성향의 사학자로 ‘이승만 연구 전문가’로 알려진 유 교수가 유일했다.
이에 대해 이 프로그램의 ‘이승만 띄우기’ 가능성을 지적하며 방송 중단을 요구해온 전국언론노조 한국방송본부(새노조) 등은 “사쪽이 일방적으로 구성한 자문위는 방송 강행을 위한 지렛대에 불과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8일 자문위 회의에는 송해룡 차기 한국방송학회 회장을 뺀 4명이 참석했다. 조인석 한국방송 다큐멘터리국장은 9일 “자문위 회의는 사회적 논란이 워낙 많은 프로그램인 만큼 방송계 및 관련 학계 전문가에게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듣고자 마련한 자리”라고 밝혔다. 조 국장은 “특집 구성안이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공과 과를 모두 조명하겠다는 의도 아래에 그의 행적 및 정치적 선택을 골고루 반영하고 있어, 8일 회의에서 ‘이승만 띄우기’에 대한 우려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면서도 “다만 이승만 특집을 포함한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전체 기획이 지향하는 바가 정확히 무엇이며, 이승만 특집 후속으로는 어떤 것을 준비하고 있는지 밝히지 않은 탓에 (이승만 띄우기) 오해를 산 부분은 한국방송의 실책이라는 지적이 있었다”고 전했다.
한국방송은 현재 편집 단계인 이승만 특집 제작이 마무리되면, 자문위원회 시사를 거쳐 최종 수정 작업을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애초 광복절인 15일부터 5부작으로 내보내려 했던 이승만 특집은 방영 일정이 일단 연기된 상태다.
새노조와 ‘친일독재 찬양방송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등은 “자문위 자체가 편파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비대위에 참여하고 있는 민족문제연구소 박한용 연구실장은 9일 “자문위원 가운데 일부 인사는 뉴라이트 <대안교과서>를 감수한 인물”이라며 “방송계 인사가 대부분인데다 참여한 역사학자의 시각도 한쪽으로 쏠린 자문위원회의 인적 구성으로 볼 때,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엄경철 새노조 위원장도 “그동안 사쪽은 새노조가 이승만 특집 기획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마다 제작 자율성 등을 이유로 대화를 거부해왔다”며 “사회적 논란이 커지자 뒤늦게 일방적으로 자문위를 꾸린 것은 어떤 식으로든 방송을 강행하겠다는 태도”라고 지적했다.
사쪽에 이승만 특집 공정성평가위원회 구성을 제안해왔던 한국방송 노조(1노조)도 자문위 구성과 역할에 대해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권태훈 1노조 편집국장은 “사쪽이 이승만 특집의 공정성을 높이려 했다면 임의로 자문위를 만들 것이 아니라 노사가 각각 동수로 추천하는 외부 인사를 중심으로 공정성평가위원회를 꾸렸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방송 사쪽도 자문위의 인적 구성에 대해 형평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을 일부 인정했다. 조인석 다큐멘터리국장은 “자문위원회 내부에서도 좀더 다양한 시각의 자문위원이 참여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며 “자문위를 꾸릴 때 이른바 진보적 시각을 지닌 역사학자 2~3명에게 자문위 참여를 간곡히 요청했지만 모두 난색을 표하며 거절해 어쩔 수 없었다”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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