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에게 가는 길
기독교사상 엮음/대한기독교서회·1만2000원.
잠깐독서
그 사람에게 가는 길
함석헌의 <씨알의 소리>와 함께 암울한 독재시대에 희망의 빛을 밝혔던 <기독교사상>(기상)이 만난 ‘이 시대의 얼굴들’은 누구누구일까. 월간지 기상이 2003년부터 2010년까지 매호 선정한 표지인물 24인을 묶은 책이 <그사람에게 가는 길>이란 이름으로 출간됐다.
기상 한종호 편집주간과 박명철 전 기자, 이영란 기자가 만난 표지인물들은 하나같이 이 시대의 상징성을 띤 사람들이다. 문익환, 안병무, 강원용처럼 민주화와 기독교 토착화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기독교 인물만이 아니라 권정생, 전우익 같은 초야의 인사들과, 공지영, 강은교, 장영희, 황대권처럼 글로 익숙한 인물들과 류연복, 이건용, 최종태 등의 예술가들까지 폭넓게 망라돼 있다. 돈과 권력에 대해 불타오르는 욕망이 아니라 진정한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해줄 인물들이다.
또 그동안 잘 알지 못했던 일화들까지 전한다. 노동자들의 십자가를 지고 횃불을 밝힌 전태일의 어머니 이소선은 ‘일본에 항거해 일본 순사에게 아버지가 죽임을 당한 뒤 자신이 5살 때 개가했던 친정어머니를 오래도록 미워했던’ 가슴 아픈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또 부산에서 어려운 이들을 수없이 진료해준 의사 김동수로부터 “내가 희망을 잃지 않는 까닭은 소수라도 의인 10명의 희망을 믿는다’는 빛나는 메시지를 전해준다.
서울 청파감리교회 김기석 목사는 추천사에서 “냉소와 우울이 전염병처럼 번지는 세상에서 문득 참사랑의 향기를 맡을 때, 마치 숲속에 든 것 같은 청량감을 느낀다”고 썼다. 기독교사상 엮음/대한기독교서회·1만2000원.
조현 종교전문기자 cho@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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