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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재벌과 사랑보다 정규직 전환’ 로맨틱 코미디의 변신

등록 2011-08-19 21:03

보스를 지켜라의 한장면
보스를 지켜라의 한장면
[TV보는 남자]
`보스를…’ 맷값 폭행 등 재벌비판
계약직 은설의 직장분투기 공감
<에스비에스>(SBS)의 수목드라마 <보스를 지켜라>는 1회부터 재벌에 대한 직설적인 비판으로 화제가 되었다. 차봉만 회장(박영규)이 노동자를 때린 뒤 그 폭행(매)에 대한 대가로 ‘맷값’을 지불하는 장면이나 검찰에 출두할 때 휠체어를 타고 등장하는 장면은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그때 <보스를 지켜라>가 환기했던 것은 재벌가에 대한 보편적 불신이었다. 회를 거듭하며 이 드라마가 지목하는 것은 재벌과 그 자식들의 우스꽝스러운 위선이다. 이때 흥미로운 건, 로맨틱 코미디의 여주인공이 바로 그 위선을 드러내는 변수로 작동한다는 점이다.

<보스를 지켜라>에는 3명의 재벌 2세가 등장한다. 철딱서니 없는 재벌 2세 차지헌(지성)과 모든 면에서 그보다 뛰어난 차지헌의 사촌 차무원(김재중), 그리고 정략결혼을 앞둔 ‘피’그룹의 장녀 서나윤(왕지혜)이 그들이다. 이 세 사람은 권력관계에서나 애정관계에서 서로 엇갈린다. 차무원은 서나윤에게 고백했다가 차이고, 서나윤은 집안의 의도와는 거리가 먼 차지헌에게 마음이 끌린다. 이 엇갈린 관계의 복판에 차지헌의 비서인 노은설(최강희)이 있다. 로맨틱 코미디의 전통적인 삼각, 사각 관계인 이 설정은 그러나 노은설이 파견계약직이라는 조건으로 비틀어진다. 차봉만 회장은 노은설에게 ‘아들 놈을 사람 만들어주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주겠다고 약속한다. 노은설은 ‘정규직’을 걸고 차지헌의 업무를 최대한 지원하는데 이런 상황에서 노은설의 최대 걸림돌은 바로 차지헌의 고백이다. 5회에서 노은설은 자신에게 감정을 고백하는(혹은 생떼를 쓰는) 차지헌에게 “그러다 회사를 그만둬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오면 어떡하냐?”고 되묻는다. 그녀에게 중요한 건 재벌 2세의 사랑고백보다 정규직 전환인 셈이다.

차무원이 서나윤에게 “우리는 사람 만날 때 마음보다 조건을 더 따져야 하는 사람들이야”란 말을 할 때 시청자들은 재벌 2세의 처지를 거대한 운명의 수레바퀴에 맞물린 처지로 이해하게 된다. 저도 모르게 순간 그들을 동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우리를 현실로 돌아오게 만드는 건 바로 노은설이다. ‘정규직’에 목을 맨 노은설의 필사적인 노력은 재벌 2세들의 ‘운명적 고민’을 판타지로 전환시킨다. 사실 저들이 그룹을 상속하든 말든, 정략결혼을 하든 말든 알게 뭔가, 정규직이 걸렸는데. <보스를 지켜라>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전형(클리셰)을 그대로 가져오는 동시에 그 정체를 까발리는 것으로 웃음과 공감을 만든다. 그 점에서 조금 다른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요즘 한창 연기에 물이 오른 지성과 로맨틱 코미디에서 특히 빛을 발하는 최강희의 콤비네이션을 감상하는 것도 물론이고.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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