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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딸 버리고 집 나간 엄마 시리즈’ 이제 고마해라

등록 2011-08-26 19:54수정 2011-08-26 21:23

TV 보는 여자
엄마가 어린 딸을 남겨두고 집을 나간다. 집 나간 엄마는 우연히 매너 좋고 돈 많고 나이도 좀 많은 남자를 만나 결혼한다. 그 남자에겐 마침 아들이 하나 있고, 엄마는 그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키운다. 세월이 흘러 장성한 아들이 결혼하고 싶은 여자가 있다며 소개를 하는데, 알고 보니 자신이 집에 두고 나온 딸이었다. 이때 엄마의 반응은?

드라마 <하늘이시여>(2005년)의 엄마(한혜숙)는 자기가 공들여 키운 (의붓)아들이 사랑하는 여자가 자신의 친딸임을 알고도 결혼시킨다. 그동안 베풀지 못한 사랑을 듬뿍 얹어 딸 겸 며느리를 금이야 옥이야 아끼며 행복하게 잘산다. 드라마 <욕망의 불꽃>(2010년)의 엄마(신은경)는 장차 재벌그룹 총수가 될 아들에게 배우인 친딸이 걸림돌이 될까 전전긍긍하다 결국 딸의 할리우드 진출을 추진한다. <호박꽃 순정>(2010년 11월~2011년 5월)의 엄마(배종옥)는 딸이 “엄마의 과거를 폭로하겠다”고 엄포를 놓자 자살 소동을 벌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았다. <미스 리플리>(2011년 5~7월)의 엄마(최명길)는 진실을 알게 된 딸(이다해)과 의붓아들(박유천)이 알아서 결혼을 포기한 덕분에 그냥 살던 대로, 딸과 떨어져 산다.

현재 방영중인 한국방송 일일극 <우리집 여자들>의 엄마(이혜숙)는 아들이 아니라 딸을 기르는 바람에 일이 조금 복잡해졌다. 기른 딸과 친딸이 한 남자를 놓고 삼각관계가 되자, 친딸인 줄 꿈에도 모른 채 ‘있는 구박 없는 모욕’을 다 준 것이다. 지난주 방송을 시작한 문화방송 주말극 <천 번의 입맞춤>의 엄마(차화연)는 버리고 온 딸이 둘이라 두 배의 후폭풍이 예상된다. 이 엄마에겐 20년 동안 기른 아들이 하나, 그 아들의 사촌동생이 하나 있어 두 딸의 짝짓기 전선엔 큰 이상이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같은 설정이 반복되니 이런 장면도 등장한다. <천 번의 입맞춤>에서 엄마에게 버림받은 딸(서영희)이 티브이를 보는데, 마침 <미스 리플리>의 엄마가 친딸을 뒤늦게 알아보고 통곡하는 장면이 나온다. 함께 티브이를 보던 시어머니는 “저런 상황이 되면 너는 어떻게 할 거냐”고 묻는다. 이 드라마가 ‘딸 버리고 집 나간 엄마’ 시리즈의 계보를 잇는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앞으로 전개될 사건을 암시하는 기상천외한 ‘복선’이라 하겠다.

딸을 버린 비정한 엄마와 그런 엄마에게 그리움과 원망을 품고 자라난 딸이 만나면, 갈등과 화해의 과정에서 피어나는 눈물과 감동의 카타르시스가 폭포수처럼 흐른다. 기른 아들과 친딸이 사랑에 빠지는 비극적 사랑의 서사는 심금을 울린다. 시청자들이 몰입하게 되는 이유다. 그래서 드라마의 소재로 종종 쓰인다는 건 알겠다. 문제는 너무 잦다는 것이다. 새로운 이야기를 하고 싶은 것이 작가들의 원초적 욕망이 아니던가. 이야기꾼으로서 욕망과 성의를 갖춘 드라마를 보고 싶다.

이미경/대중문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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