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배정 개별협상 관례 깨고 단체명의 공문보내
SO업계 “불쾌하다” 반발…종편협의회 “요청일뿐”
SO업계 “불쾌하다” 반발…종편협의회 “요청일뿐”
<제이티비시>(jTBC)와 <티브이조선>, <채널에이>, <매일방송>(MBN) 등 종합편성채널(종편) 4개사가 최근 한국종합편성채널협의회(종편협의회)를 꾸리고 단체로 채널협상을 시도하는 등 종편 현안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종편 4사와 채널배정 문제를 놓고 협상해야 하는 에스오(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업계에서는 종편협의회를 통한 단체 채널협상 제안은 일종의 압력 행사라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종편 4사 사장단은 지난달 4일 종편협의회 창립총회를 열고 한국방송협회 사무총장 출신인 남선현 제이티비시 사장을 초대 종편협의회 회장으로 추대했다. 남 회장은 취임사에서 “종편의 탄생으로 방송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된 상황”이라며 “종편이 방송 시장에서 다양성을 확보하는 채널로 거듭날 수 있도록 종편협의회가 앞장서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종편협의회는 매주 한 차례씩 홍병기 제이티비시 정책기획실장과 고종원 티브이조선 기획조정팀장, 천광암 채널에이 기획조정팀 부장, 박진성 매일방송 전략기획팀장 등 각 사 실·국장급 실무진이 참석하는 정례 회의를 열고 있다. 종편 4사가 종편협의회라는 공동 협의단체를 만든 것은 종편 관련 방송정책을 공동으로 연구·검토하고 현안 해결을 위한 공조 활동도 펼치겠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종편협의회는 출범 직후부터 채널배정권한을 지닌 에스오 업계를 상대로 발빠른 행보를 하고 있다. 지난달 말 종편협의회는 티브로드, 씨제이헬로비전 등 주요 에스오 업체 쪽에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의 채널 편성을 위한 협의 요청의 건’ 제목의 공문을 보내 단체 채널협상을 제안했다. 종편협의회는 공문에서 “종편 방송의 12월 개국을 앞두고 가장 시급한 현안인 채널 배정과 관련된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귀사(에스오)와의 실무협의를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공문에서 채널협의 참석 대상은 “종편 4사 실·국장과 에스오 채널편성담당 임원”이라고 지정했다.
에스오 업계의 시선은 곱지 않다. 종편협의회의 채널배정 관련 단체협상 제안에 대해 “대단히 불쾌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에스오 업계의 한 관계자는 6일 “채널배정 협상 테이블은 기본적으로 방송 플랫폼 사업자인 개별 에스오와 프로그램 제공 사업자인 개별 피피(PP·방송채널사용사업자)가 만나는 자리”라며 “지금까지 어떤 피피도 단체 명의로 공문을 보내 개별 에스오 쪽에 협상을 제안한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또다른 에스오 관계자는 “피피협의회 등 많은 방송 관련 이익단체가 있지만 그 활동은 공동 행사 주최나 특정 현안에 대한 성명서 발표 등에 머문다”며 “종편협의회처럼 자신들 이해관계가 걸린 채널 편성과 관련해 에스오 쪽에 ‘한번 봅시다’는 식으로 나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우리를 포함해 국내 주요 에스오 가운데 종편협의회의 단체협상 제안에 응한 곳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종편협의회 쪽에서는 단체 채널협상 제안이 “압력 행사가 아닌 ‘요청’이었다”고 밝혔다. 종편협의회 소속사 관계자는 6일 “12월 개국 시점이 다가오고 있는데도 종편 채널배정 문제가 워낙 지지부진한 상황이라 사실 급한 쪽은 우리 종편사”라며 “일단 만나서 우리 입장을 좀 들어달라는 차원에서 단체협상을 제안한 것일 뿐, 채널배정 권한을 갖는 에스오 쪽에 압력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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