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강골’ 엠시에게만 기대는 ‘약골’ 예능이 문제로세

등록 2011-09-18 20:20수정 2011-09-18 21:25

강호동 은퇴에 방송가 비상
주력시간대 14개중 7개 강·유 두 엠시가 싹쓸이
시청률 압박에 의존 심화 “포맷개발·새 얼굴 찾아야”
방송인 강호동(41)의 ‘잠정 은퇴’에 방송사들은 초상집 분위기다. 강호동이 진행하던 예능프로그램들은 존폐 기로에 놓였다. 강호동이 초대손님을 직접 인터뷰하는 <황금어장-무릎팍 도사>(문화방송)는 폐지가 불가피하다. 강호동이 가수 이승기와 함께 진행하는 <강심장>(에스비에스)이나 출연자의 재능에 기대는 <놀라운 대회 스타킹>(에스비에스)의 경우 진행자만 바꾸면 되는데도 강호동을 대신할 만한 진행자가 없어 난항을 겪고 있다. 이승기, 개그맨 이수근 등 5명이 끌어가기로 가닥을 잡은 <해피선데이-1박2일>(한국방송)도 강호동이 사실상 진행자 노릇을 했기에 막막하긴 마찬가지다.

강호동의 진행 능력이 뛰어났고 존재감이 컸다는 이야기지만,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이 너무 특정 진행자의 능력에만 기대는 것은 아닌가 하는 고민의 목소리도 나온다. 포맷(형식)이 잘 갖춰졌다면, 진행자를 좀더 다양하게 기용했더라면 진행자 한 명이 활동을 중단했다고 방송 3사가 갈피를 못 잡는 사태까진 이르지 않았으리라는 것이다.

■ ‘강·유 천하’와 시청률 조급증

지상파 예능프로그램은 현재 강호동과 유재석 ‘2인 천하’다. 지상파 3사의 평일 밤 11시대와 주말 오후 5~7시대에 방송하는 예능프로그램은 진행자 역할이 적은 서바이벌 프로그램 2개와 <우리 결혼했어요>(문화방송)를 빼면 14개다. 이 중 두 사람이 절반인 7개를 맡고 있다. 몸값도 비싸다. 강호동은 <1박2일>은 회당 900만원, 다른 프로는 1000만~1100만원을 받는다고 한다. 유재석은 강호동보다 조금 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방송사들이 이들을 기용하지 못해 안달하는 것은 시청률 때문이다. <한국방송>의 한 예능피디는 “강호동과 유재석은 일단 프로그램을 맡으면 제작진보다 더 열정을 가지고 고민하고 준비해 프로그램을 성공으로 이끈다”며 “시청률 경쟁이 심한 상황에서 어떤 식으로든 그들을 기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나치게 두 진행자에게 기대면서 결국 비슷비슷한 프로그램이 나올 수밖에 없고, 시청자들은 좀더 다양한 예능프로그램을 즐길 기회를 차단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시청자 김해진(34)씨는 “유재석이 진행하는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은 여러 사람이 뭔가를 하는 비슷비슷한 형식이라서 그게 그거 같다”고 말했다.

강호동·유재석 쏠림 현상의 이면엔 물론 시청률 대박에만 목을 매는 방송사의 안일한 행태가 자리잡고 있다. <에스비에스>의 한 예능피디는 “회사는 모든 프로그램의 시청률이 터져 주길 원한다. 열에 한 개 정도는 시청률이 높지 않더라도 의미있고 개성있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실험을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쉽지가 않다”고 밝혔다. 이 방송사는 현재 주요 예능프로그램 8개 중 4개가 토크쇼일 정도로 장르 편식이 심하다. 잘나가는 포맷 따라하기도 시청률 조급증의 산물이다. <슈퍼스타케이>(엠넷), <위대한 탄생>(문화방송) 등 오디션 프로그램이 잘되자 에스비에스는 <기적의 오디션>부터 <일요일이 좋다-빅토리>, 12월에 방송할 <케이팝 스타>까지 오디션(서바이벌) 프로그램을 연이어 편성했다.

프로그램이 안되면 3~4개월 만에 폐지하니 참신한 진행자를 발굴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문화방송>의 한 드라마피디는 “주연배우가 스타가 아니어도 대본과 연출이 좋으면 성공할 가능성이 큰 드라마와 달리, 예능은 당장 시청률이 안 나오면 문을 닫아야 하니 새 진행자를 발굴해보자는 생각은 하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 강·유 천하의 균열 어떻게

상당수 피디들은 우리 시청자들이 유독 스토리(이야기)가 있는 예능을 좋아하기 때문에 강호동과 유재석 두 진행자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는 시각을 보였다. 매회 새로운 스토리를 만들어가려면 제작진만큼 진행자 역할이 중요하다. 리얼버라이어티에서 방송중에 벌어지는 예기치 못한 상황을 잡아내 즉석에서 재미요소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강호동과 유재석만의 특장이기도 하다.

그렇다 하더라도 예능 형식의 다양화와 참신한 진행자 발굴을 방치할 순 없다. 많은 피디들이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시청자의 마음을 끌 참신한 포맷이라면 굳이 진행자에게 기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방송>의 한 예능피디는 “미국 등에서는 프로그램의 틀을 만드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진행자가 바뀐다고 폐지 위기를 겪진 않는다”며 “피디들 스스로 참신한 포맷을 개발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폐지된 미국의 인기 방송프로그램 <오프라 윈프리쇼>의 진행자 오프라 윈프리는 토크쇼의 여왕으로 불렸다. 우리 같으면 여러 프로그램을 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진행자보다는, 진행자를 포함한 포맷으로 시청자에게 다가가려 한다는 것이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