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엠넷>의 노래 오디션 프로 <슈퍼스타케이3>의 한 장면. 최근 제작진의 편집 조작을 제기하며 출연을 거부한 예리밴드(오른쪽)와 함께 경연한 헤이즈 밴드. 엠넷 제공
“상관없는 장면을 이어붙여”
“상황설명 위해 필요한 장면”
사생활 과한 노출·과장 지적
“인권 고려않고 소재로” 비판
“상황설명 위해 필요한 장면”
사생활 과한 노출·과장 지적
“인권 고려않고 소재로” 비판
케이블채널 <엠넷>의 노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케이3>(슈스케) 제작진이 ‘왜곡 편집’을 했다며 출연을 거부한 예리밴드 리더 한승오(40)씨가 20일 <한겨레>에 “제작진이 원본이라고 공개한 영상도 조작됐다”고 주장하면서 슈스케의 편집방식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예리밴드는 “원본 영상을 보면 협연하던 밴드 헤이즈가 우리와 회의 도중 의견이 맞지 않아 밖에 나가 울며 괴로워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헤이즈밴드가 우는 모습은 협연하던 당시가 아니라 다음날 톱10 진출을 위한 경연에서 탈락한 뒤 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21일 엠넷 쪽은 “조작이 아니다”라고 부인하고 나섰지만 설득력 있는 해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엠넷 관계자는 “헤이즈가 탈락한 뒤 우는 영상은 23일 방송분에 들어갈 장면”이라며 “헤이즈가 우는 영상을 끝에 붙인 이유는 헤이즈의 (심리)상태를 보여줘야 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런 설명으로 의혹을 잠재우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엠넷은 지난 19일 홈페이지에 16분짜리 원본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은 앞서 17일 예리밴드가 16일치 방송을 보고 제작진이 조작 편집으로 예리밴드의 모습을 왜곡했다며 출연 거부 뜻을 밝히자 ‘편집 왜곡’을 공식 부인하며 그 근거로 제시한 것이다. 그런데 이 원본 영상마저 ‘인위적 조작’이 가해졌다는 사실이 드러났으니, 엠넷쪽 해명이 더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
슈스케의 편집방식에 대한 누리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흥미를 끄는 편집능력은 인정하나 이런 식으로 여러 사람 바보 만드는 악의적인 편집은 그만두길 바란다”(cgud)는 견해와 함께 “편집은 제작진의 고유 권한이고 그 정도 편집은 일어날 수 있는 일”(김지영), “편집조작이 있을 것이란 것을 모르고 나갔나”(john)는 의견도 올라온다.
슈스케3의 편집은 출발부터 화제였다. 참가자의 캐릭터를 잘 잡아내 이를 부각시키고, 앞뒤 상황을 바꿔 궁금증을 유발하는 방식과 속도감 넘치는 편집은 ‘악마의 편집’이라고 불리며 누리꾼들의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출연자의 사생활을 과도하게 노출하는 편집은 시즌 1·2 때와 마찬가지로 논란의 대상이었다. 엠넷 관계자는 “방송은 어느 정도 편집이라는 게 있을 수밖에 없다. 슈스케의 재미는 가감 없이 출연자들의 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슈스케는 일반인 참가자들의 실제 모습과 삶의 이야기에서 감동을 이끌어내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이다. 사실관계까지 왜곡하는 과도한 편집은 리얼리티 프로의 금도를 넘은 것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요즘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선명한 캐릭터와 극적인 스토리를 만들려고 상황을 더 과장하고 있다”며 “이번 사태에서 중요한 것은 조작 논란의 진실 여부가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의 사생활을 다 까발리는 제작진의 행태 자체가 비난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제작진이 기본적으로 출연자의 인권을 보호해줘야 하는데 출연자를 예능의 한 캐릭터처럼 대중에게 먹잇감으로 던져주는 태도가 문제”라고 말했다.
슈스케의 이런 자극적 편집이 시청률을 올려주는 ‘효자노릇’을 하자 지상파 오디션 프로그램도 따라하는 모양새다. <문화방송>의 <위대한 탄생> 시즌1에서 객원 심사위원으로 나왔다가 시즌2에서 정규 심사위원이 된 가수 윤상이 시즌2에서 시즌1과 달리 독설을 남발하는 것을 이런 맥락에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에스비에스>의 한 예능 피디는 “슈스케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을 사로잡으려면 지상파에서 할 수 있는 선에서 최대한 눈길을 끌 만한 요소를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