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문화 방송·연예

‘하이킥’ ‘무도’ ‘나꼼수’ 팬 울컥하게 하는 사회

등록 2011-09-23 20:05수정 2011-09-23 21:26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문화방송)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문화방송)
TV 보는 여자
현재 방영중인 드라마 대부분을 본방송과 다시보TV기로 시간표 짜가며 보는 내가, 정작 손꼽아 기다리다 ‘닥본사’(본방송 시청)하는 프로그램은 드라마가 아니다.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문화방송·사진)과 <무한도전>(문화방송), 그리고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딴지일보)다. 이들은 소수 시청자의 각별한 사랑을 받는 ‘마니아 프로그램’이라 부르기엔 시청률이 높고 대중적인데도, 즐겨 보는 이들의 ‘충성도’는 마니아급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를 다시금 확인하게 해 준 사건이 지난 며칠 동안 잇따라 벌어졌다.

첫째는 “김병욱 피디 <지붕 뚫고 하이킥!> 결말 사과”라는 제목의 기사가 인터넷에 쏟아진 일이다. 남녀 주인공이 교통사고로 죽는, 하이킥 시즌2 <지붕 뚫고 하이킥!>의 결말은 당시 큰 논란이 됐는데, 제작진은 ‘가정부(신세경)와 의사(최다니엘)의 로맨스는 살아생전엔 불가능한 일’이라고 일갈했다. 이를 두고 열혈팬들은 현실에 발붙인 유머를 지향하는 하이킥 시리즈의 정체성을 분명히 한 것이었다고 평했다. 이번에 “지붕 뚫고 하이킥 결말이 황당하다는 등의 의견이 많았는데 죄송하게 생각한다”는 김 피디의 인사치레성 발언을 두고 ‘사과’ 운운으로 써댄 언론은 <하이킥>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 하이킥 팬인 나는 생각한다.

두번째 사건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문화방송 <무한도전>에 법정 제재를 가하려는 움직임을 보인 일이다. “출연자들이 과도하게 고성을 지르거나 저속한 표현을 사용하는 내용을 장시간 방송했다”는 이유다. 스스로를 ‘무도인’이라 부르는 <무한도전> 팬들은 지난 5년여 동안 ‘찌질했던’ 출연자들이 끊임없는 도전을 거쳐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고, 기존 예능의 소재와 형식을 뛰어넘는 파격적인 시도에 박수를 보냈다. 스쳐 지나간 자막이나 장소·숫자 같은 작은 설정에서 제작진의 ‘깊은 뜻’을 읽어내는 혜안을 자랑하는 그들은 <무한도전>에 대한 징계를 자신들에 대한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즉각 징계 반대 서명운동에 나섰다.

<나는 꼼수다>의 팬들은 방송통신심의위에서 “앱 심의를 추진 하겠다”고 밝힌 것이 현 정권에 비판적인 내용이 주로 담긴 <나는 꼼수다>를 제재하기 위한 ‘꼼수’일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듣고 격분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도 아닌데, 우리끼리 웃고 떠들면서 마음에 안 드는 세상 좀 씹겠다는데 딴죽을 걸어? 어디 두고 보자”는 게 나를 포함한 이 프로그램 팬들의 주된 정서다.

광우병 보도와 관련해 대법원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피디수첩> 제작진을 징계한 문화방송의 어이없는 처사를 비판하는 건 ‘이성’의 영역이다. 그런데 <하이킥>과 <무한도전>과 <나는 꼼수다>에 대한 태클에 0.1초 만에 화가 치미는 건 ‘감성’의 영역이다. 나는, 나와 같은 마음으로 이 프로그램들을 지켜보리라 짐작되는 얼굴 모르는 이들에게 ‘우정’을 느낀다. 논리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제작진과 출연자들에게 ‘의리’를 지키고 싶다. 색다르고 기분 좋은 시청 경험이다. 이미경/대중문화평론가

<한겨레 인기기사>

재정난·저성장…세계경제 ‘깊은 수렁’
주가 세자리수 빠지고, 환율 46원 널뛰기…모두 넋잃다
“빛보다 빠른 물질 사실이라면 시간여행 가능성 있다”
KBS ‘이승만 특집’ 방송 강행
지름신은 콤플렉스 환자에게 해열제만 주신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문화 많이 보는 기사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1.

‘의인 김재규’ 옆에 섰던 인권변호사의 회고록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2.

‘너의 유토피아’ 정보라 작가의 ‘투쟁’을 질투하다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3.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억대 선인세 영·미에 수출…“이례적”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4.

노래로 확장한 ‘원영적 사고’…아이브의 거침없는 1위 질주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5.

9년 만에 연극 무대 선 김강우 “2시간 하프마라톤 뛰는 느낌”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