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통심의위 “SNS 등 콘텐츠 대상”
업계 “현행 방송·통신법으론 안돼”
국내법률로 국외서버 규율 한계도
업계 “현행 방송·통신법으론 안돼”
국내법률로 국외서버 규율 한계도
스마트폰으로 친구와 주고받은 트위터 글, 혹은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직접 녹음해 애플 앱스토어(응용프로그램 장터)에 올린 팟캐스트(인터넷 1인 미디어)에 친구는 물론 본인마저 접근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을까.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추진하는 ‘스마트폰 앱 심의’가 실제로 이뤄지면 그럴 수 있다. 방통심의위는 지난 5월12일 송아무개씨의 트위터 계정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욕설 정보라며 접속 차단 결정을 내린 바 있다.
박만 방통심의위 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10월 말이나 11월 초 예정된 방통심의위 조직개편 때, 스마트폰 전담팀을 만들까 한다”며 “애플리케이션(앱)뿐만 아니라 스마트기기에 관한 넓은 범위의 콘텐츠 심의가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앱 심의 추진을 공식화한 것이다. 방통심의위에 별도 팀을 꾸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피시 등 각종 스마트기기의 보급으로 부쩍 많아진 앱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의 콘텐츠를 집중 심의하겠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구상이다. 그가 주요 표적으로 거론한 것은 성인물 및 음란물이었다. 그는 이날 “나라 밖에 서버를 두고 유통되는 음란물이 많은데 스마트 콘텐츠를 심의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통심의위는 앱 심의의 목적으로 성인물·음란물 등 청소년 유해정보 차단을 내세웠지만, 일부 관련 학계·업계 전문가의 관측은 다르다. 방통심의위가 음란물 단속을 빌미로 전담팀과 법적 근거를 마련해 정권 비판 콘텐츠를 실어나르는 에스엔에스나 팟캐스트를 손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교수(엔지오학)는 27일 “스마트폰 등장과 함께 팟캐스트 등 새로운 형태의 매체가 대중적 영향력을 갖자, 권력은 어떤 식으로든 통제권을 행사하고 싶은 것”이라며 “앱 심의 발언은 검열이나 엄포가 갖는 대중적 위축 효과를 노린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최근 스마트폰 이용자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시사풍자 팟캐스트 <딴지 라디오, 나는 꼼수다>(꼼수다) 제작진은 앱 심의 방침이 나오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꼼수”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봉주 전 민주당 의원은 지난 16일 제19회 <꼼수다>에서 “현행 방송·통신 관련 법으로는 우리 방송을 규제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다. <꼼수다> 연출을 맡은 김용민 피디(시사평론가)도 27일 “방송법상 방송으로 분류되지 않는 <꼼수다>를 방송심의 하듯 자신들의 심의영역으로 끌어들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꼼수다>는 ‘딴지일보’ 총수 김어준씨 등이 만드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으로 이명박 정부에 날카로운 풍자를 쏟아내고 있다. 지난 4월28일 첫회를 시작해 현재까지 모두 20회분이 팟캐스트에 올라와 있다.
에스엔에스 트위트 글과 팟캐스트, 그리고 앱 등에 대한 심의가 과연 가능할지도 논란거리다. 우선 나라 밖에 서버를 두고 있는 구글 안드로이드마켓이나 애플 앱스토어 등 응용프로그램 장터의 앱은 국내 법인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규율하는 데 한계가 있다. 나라 밖 서버를 통해 서비스가 제공되기는 에스엔에스도 마찬가지다. 팟캐스트의 경우 방송 서비스로 분류하면 방송법에 따른 심의·규제가 가능하지만 이 또한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통신으로도 방송으로도 분류되지 않고 있는 팟캐스트를 방송으로 분류하려면 단순히 콘텐츠의 성격과 내용만 따지는 것이 아니라 해당 사업자에게 방송사업자의 지위를 부여하는 문제, 콘텐츠의 공급 및 소비 방식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은희 방통심의위 홍보팀장은 “아직 확정된 것은 없다. 앱 심의 전담팀 구성은 아직까지는 논의 단계에 있다”며 “다만 박 위원장의 8일 발언은 정권 비판적 성격을 띠는 팟캐스트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성인물·음란물 등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일부 앱을 염두에 둔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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