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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하이킥 김병욱 피디의 ‘자본주의 비꼬기’

등록 2011-09-30 19:40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문화방송)의 취업준비생 백진희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문화방송)의 취업준비생 백진희
TV 보는 남자
삼진증권과 삼진물산, 이 이름이 낯설지 않다면 아마도 당신은 확실히 김병욱 피디의 팬일 것이다. 삼진증권은 김병욱 감독이 기획한 시트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생초리>(티브이엔)에 등장했던 회사이고, 삼진물산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문화방송)에서 취업준비생 백진희(사진)가 인턴으로 합격했다가 하루 만에 잘린 회사다. 두 기업의 사장은 모두 김학철이 맡았다. 돌아보면 꽤나 의미심장한 장면이란 생각이 든다.

지금까지 김병욱 피디 작품의 테마는 ‘한국 중산층의 비정상적인 삶’이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동포들의 일상을 다룬 시트콤 <엘에이 아리랑>으로 데뷔한 그는 <순풍 산부인과>(에스비에스),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에스비에스), <똑바로 살아라>(에스비에스)를 통해 사람들의 인간적 내면을 다룬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다 <거침없이 하이킥>과 <지붕뚫고 하이킥>으로 본격적으로 한국적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물론 로맨스나 패러디가 더 큰 화제가 됐지만, 데뷔작부터 현재까지 일관되게 유지되는 관점은 ‘자본주의’ 그 자체였다. <생초리>는 자본주의라는 테마가 좀더 적나라하게 등장한 작품이었다. 특히 생초리라는 ‘깡촌’에서 신규로 투자할 고객을 찾는 무능한 증권회사 직원들의 고군분투 자체가 자본주의를 빗대는 것이기도 했다. 시골의 노인들이 알고 보면 수천억원을 가진 인물들이었다는 설정과 결합해 코미디에서 스릴러로 급전환된 작품이기도 하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위는 다르지만 그가 이 작품에서 다루려는 테마가 자본주의 그 자체인 것은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 시트콤은 집이 망해 처남 집에 얹혀사는 부부를 등장시킨다. 처음부터 돈의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흥미가 떨어지기는 한다.

김병욱 감독의 주된 테마가 ‘한국적 삶의 비정상성’이라는 사실도 새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김병욱 피디는 <생초리>에서 주민들이 마을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 삼진증권 직원들을 살해하려고 계획을 세우는 동안 과거에 일어난 연쇄살인 사건의 범인을 등장시켰다. 알고 보니 직원들을 가족처럼 잘해주던 지점장이었던 것. 마지막 회에서 돈보다 더한 권력자의 존재를 암시한 것이다.

한국 사회의 불균형과 왜곡은 두 개의 축으로 회전한다. 하나는 자본주의고 하나는 정치권력이다. 두 영역 모두 괴상하게 삐뚤어졌다는 데에서 한국의 특수성이 발생한다. 김병욱의 가치는 바로 그런 맥락을 코미디 장르에 안착시키는 능력에 있을 것이다. 그래서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 등장한 ‘삼진’이라는 대기업의 상호가 단순히 자기 패러디나 팬서비스로 여겨지지 않는다. 문제는 결국 ‘돈’이지만 또 그게 전부가 아니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이런 맥락은 과연 어떻게 등장할 것인가.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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