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개그맨 김원효. 7일 <한겨레>를 찾은 그는 김원효 하면 바로 떠오르는 ‘김원효표 개그’를 선보이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김정효 기자 hyopd@hani.co.kr
개그콘서트 인기몰이 김원효
‘비상대책위원회’서 독특한 말투·표정 ‘원맨쇼’
“대사 A4 용지 4장…뭔가 보여준 것 같아 기뻐”
‘비상대책위원회’서 독특한 말투·표정 ‘원맨쇼’
“대사 A4 용지 4장…뭔가 보여준 것 같아 기뻐”
“안 돼~, 인터뷰하는데 아내를 부르면 안 돼~.” 그가 만들어낸 유행어 ‘안 돼~’를 흉내내며 말해보았지만 소용없었다.
“이미 불렀는데.”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에서 위원장 역으로 인기몰이중인 새신랑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부러우면, 기자님도 얼른 결혼하세요.”
일에서도 사랑에서도 승승장구중인 개그맨 김원효(31)를 지난 7일 저녁 <한겨레> 사옥에서 만났다. 지난달 25일 동료 개그맨 심진화(32)와 결혼하고 4박5일의 신혼여행을 다녀온 그의 얼굴에 뾰루지가 나 있다. 대체 왜?
“비상대책위원회 아이디어 회의가 장난이 아니라서 그래요. 뭘 생각한 거예요?(웃음) 대사가 에이포(A4) 용지 넉 장이나 돼요. 오늘도 우리 팀 회의가 가장 늦게 끝났죠. 녹화 날도 회의실에서 꼼짝도 않고 연습해요. 대사를 한 100번은 넘게 외워요. 상황을 보면 대사가 알아서 술술 나올 때까지 하는 거죠.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어요.(웃음)”
그는 신혼여행에서 돌아오자마자 3일부터 <개그콘서트> ‘비상대책위원회’ 연습에 합류했다. 이 꼭지는 테러, 독가스 살포 등으로 10분 안에 인질을 구해야 하는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 군인 등 ‘관계기관’의 공무원들이 비상대책회의를 소집하는 상황을 비튼다. “범인이 개콘유치원에 폭탄을 설치했으며 10분 안에 자신의 요구사항을 들어주지 않으면 폭파하겠다고 하니 유치원 주변을 봉쇄하고 원생들을 대피시켜야 한다”는 아랫사람의 말에 “야 안 돼~ 10분 안에 그걸 언제 봉쇄하고 언제 대피시키냐, 그게 우리 병력으로 될 것 같냐”며 위원장인 김원효가 변명을 늘어놓으며 시간을 다 허비하는 식이다. 그 과정에서 “내가 청장에게 보고하러 가면 교육부로 가라, 시청으로 가라고 시킨다”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관료조직을 꼬집기도 한다.
9일 <개그콘서트>는 9개월 만에 시청률 20%에 재진입했다. ‘비상대책위원회’는 최효종의 ‘애정남’과 함께 시청률 수직상승의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김원효는 이 꼭지를 하게 된 계기를 묻자 “그냥 영화 속의 장면이 생각나서”라고 답했다.
“사건·사고 터지면 현장에 천막 치고 탁자 같은 것 놓고 비상대책실 만들잖아요. 그런 게 답답했어요. 사람이 위험한데 대책회의 할 시간이 어딨어요. 맨날 지시만 하고 해보지도 않고 안 된다는 말만 하잖아요. 그걸 웃음으로 표현하고 싶었죠.”
김원효는 2005년 한국방송 2텔레비전의 개그 프로 <개그사냥>에서 ‘진단소방서’ 꼭지로 데뷔했다. 2007년 <개그콘서트>에서 자수하려는 범인과 경찰의 전화 실랑이를 다룬 ‘내 인생에 내기 걸었네’에서 형사 역으로 인기를 모았다. 그 뒤 긴급속보를 전하는 ‘9시쯤 뉴스’에서 기자 역을 했다.
“어렸을 때 꿈이 형사였어요. 솔직히 정치에는 관심 없고 잘 몰라요. 그런데 나름대로 정의감이라는 게 있나 봐요. 잘못된 걸 바로잡고 싶어하는. <사건25시> 등 형사 프로그램도 많이 봤고 개그맨이 되고 나서도 형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버리지 못했어요. 하지만 얼굴이 알려져 잠복근무를 해도 다 알아볼 테니까 결국 꿈을 접었죠.(웃음)”
김원효는 긴박한 상황에 놓인 형사, 기자 등의 역을 통해 자신만의 캐릭터를 뚜렷이 만들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긴박한 상황과는 영 맞지 않는 엉뚱 진지한 대사들. 거기에 독특한 말투와 표정까지 더해져 웃음을 유발한다.
“김원효 하면 바로 떠오르는 ‘김원효식 개그’를 만드는 게 최종 꿈이에요. ‘비상대책위원회’로 조금은 나만의 개그를 선보였다고 생각해요. 지금껏 남의 말을 받아치는 개그를 많이 했는데 혼자 원맨쇼처럼 끌어가는 개그는 처음이에요. 뭔가 보여준 것 같아 기뻐요.”
김원효는 아내인 심진화와 함께 ‘긍정형 인간’으로 개그계에 소문나 있다. 힘든 일이 있어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쪽이란다. 고등학교 졸업 뒤 상경해 피자 배달을 하고 신림동 호프집에서 전단지를 돌리는 등 고생도 했지만 개그맨 꿈이 있었기에 별로 힘들지 않았다 한다.
그는 작곡 실력도 상당한데, 아내 심진화를 위해 노래 ‘설렘’을 만들었다. 인터뷰가 끝날 즈음 아내 심진화가 도착했다. “집에 가서 인터넷으로 고른 물건 하나 보여줄게요. 너무 힘들어서 어떡해요?”(심진화)
두 사람의 알콩달콩 신혼 이야기가 한참 이어졌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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