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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간접광고가 ‘주연’ 되고 드라마가 ‘조연’ 될라

등록 2011-10-13 20:26수정 2011-10-14 08:36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 상품 로고를 드러낸 간접광고가 부쩍 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댄싱 위드 더 스타>, <내 마음이 들리니>,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의 한 장면.  각 프로그램 화면 갈무리
드라마나 예능프로그램에서 상품 로고를 드러낸 간접광고가 부쩍 늘고 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댄싱 위드 더 스타>, <내 마음이 들리니>, <위대한 탄생>, <나는 가수다>의 한 장면. 각 프로그램 화면 갈무리
기업이름·상품로고 노출 허용
예능프로 등서 ‘경연장’ 방불
1년새 매출 127억으로 3배↑
“작품 질 향상”-“몰입 방해”
드라마를 즐겨 본다는 시청자 최아무개(28·여·대학원생)씨. 최근 <문화방송>(MBC)의 일일극 <불굴의 며느리>를 보다가 ‘지에스 숍’(GS SHOP)이란 글자가 자꾸 눈에 걸려 드라마에 몰입하기 힘들다고 했다. 지에스 숍은 이 드라마 주인공 남녀(신애라·박윤재)가 일하는 홈쇼핑 업체다. 이 업체의 로고 글자는 주인공들의 동선을 따라가며 시청자의 시선을 자극한다.

시청자 장선영(23·여·대학생)씨는 요즘 화제를 뿌리는 케이블채널 <엠넷>의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케이3>(슈스케3)을 보다가 좀 놀랐다고 했다. 심사위원으로 나온 가수 중 한명이 앞에 놓인 코카콜라 음료를 마시고는 “아, 맛있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아, 간접광고구나’ 하는 생각에 장씨는 거부감이 들었다고 했다.

방송 프로그램에 기업 이름이나 상품 로고가 선명히 드러나는 간접광고가 급증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해 1월 방송법 시행령을 바꿔 방송사의 간접광고 판매를 허용했다. 종전에는 불법이던 로고 노출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전에는 외주 제작사가 협찬을 따낸 뒤, 프로그램 안에서 상품명이나 기업명을 살짝 가리거나 비슷한 이름을 쓰는 방식으로 종종 협찬 제품을 ‘간접적으로’ 광고해왔다. 지난해부터 현재 지상파 간접광고는 방송사가 따내는 간접광고와 외주 제작사가 파는 협찬, 두 가지가 공존하게 됐다. 협찬 상품은 로고를 가려야 하며, 간접광고 상품은 로고를 드러낼 수 있다. 종전에도 협찬을 직접 끌어왔던 케이블 방송사의 경우 간접광고와 협찬을 모두 판매할 수 있다.

올해 들어 간접광고가 만발하는 것은 지난해 제작에 들어간 드라마들이 이제 본격 방영되는데다 방송사들이 간접광고가 들어간 예능 프로들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가 국회에 낸 자료를 보면 올 1~8월 간접광고 매출은 127억원(906건)으로, 지난해 5~12월(47억원, 476건)에 견줘 세 배 가까이 늘었다. 간접광고 판매는 지난해 5월부터 시작됐다. 지상파 간접광고 판매를 대행하는 코바코 쪽은 광고주 선호도가 높아지고 있어 간접광고가 더 늘어날 것으로 봤다.

지상파 3사 간접광고 판매액 가운데 예능의 비중은 드라마에 견줘 7 대 3으로 앞선다. <슈스케3>과 <우리들의 일밤-나는 가수다>, <위대한 탄생>, <기적의 오디션>은 간접광고 상품들의 경연장이 되고 있다. <나는 가수다>에서 한국코카콜라와 롯데칠성의 음료상품 ‘스마트워터’와 ‘비타민워터’는 출연 가수들과 함께 단골로 화면을 장악한다. <우리들의 일밤>은 올 지상파 3사 프로 중 간접광고 판매액 1위를 기록했다. <슈스케3>은 10여개 업체에 간접광고와 협찬을 동시에 판매해 10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렸다.

간접광고는 드라마의 서사에도 스며들었다. 때론 줄거리도 규율한다. 주인공 남녀의 사랑도 간접광고를 타고 흐른다. <시티헌터>(에스비에스)에서 주인공 남녀 이민호(이윤성 역)와 박민영(김나나 역)의 사랑의 매개체는 간접광고 상품인 롯데칠성의 칸타타 커피믹스였다. 둘의 만남은 드라마 초입부터 커피믹스를 타주고 마시면서 계속된다. 드라마 말미에서 박민영은 이민호에게 이 커피믹스를 맛있게 타먹는 요령을 조목조목 설명해주기까지 한다. 드라마 대본 집필 단계에서 이미 간접광고 상품이 두 주인공이 빚어내는 ‘서사’에 깊이 개입했다는 의미다.

허웅 에스비에스 드라마국장은 간접광고와 협찬은 이미 드라마 제작의 현실로 들어와 있으며, 그런 조건에서 대본이 쓰이고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대본이 (간접광고 때문에) 수정된다기보다는 간접광고를 어떻게 이야기 맥락 속에서 자연스럽게 녹이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만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드라마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서는 간접광고와 협찬은 필수요건이라는 주장이다.

<보스를 지켜라>(에스비에스)는 한 재벌가의 행태 풍자로 웃음을 선사했지만, 그 드라마를 통해 인지도를 톡톡히 높인 건 ‘더 존’이라는 재무관리 소프트웨어업체다. 극중 사무실 곳곳에 박힌 ‘더 존’이라는 글자는 재벌 회장 역의 박영규와 주인공 최강희의 동선을 따라가며 시청자의 뇌리에 각인됐다. 드라마 속 남녀가 백화점의 이름 모를 의류매장을 찾아 옷을 고르고 갈아입는 장면들이 고전적인 협찬 형식의 간접광고였다면, 요즘 주인공들은 거리낌 없이 로고가 박힌 상품을 선전해 대는 셈이다.

시청자들은 불만을 쏟아낸다. “간접광고를 하더라도 제작비를 충분히 쓴 질 좋은 드라마를 보고 싶다”(직장인 김아무개씨·35)는 견해도 있지만, “프로그램 안에서 대놓고 광고를 하는 느낌”이라는 불평이 더 많다. 직장인 최지현(35)씨는 “<최고의 사랑>의 경우 등장인물이 난데없이 연고를 바르거나 안약을 넣는 등 시에프인지 드라마의 한 장면인지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였다”며 “간접광고 때문에 대본을 수정하지 않았을까 하는 의심도 들었다”고 말했다.

허미경 기자 carm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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