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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21세기형 리더’로 되살려낸 세종

등록 2011-10-14 19:46수정 2011-10-14 21:28

<뿌리 깊은 나무>(에스비에스)
<뿌리 깊은 나무>(에스비에스)
TV 보는 남자
한글을 창제한 조선의 임금 세종을 다룬 사극 <뿌리 깊은 나무>(에스비에스)가 인기다. 4회까지 방송된 이 사극을 두고 대본과 연출, 배우들에 대한 호평이 이어진다. 그럴 만하다. 재미있으니까. 군더더기 없이 세련되고 흥미진진하니까.

그런데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사극에서 ‘세종’은 별로 존재감이 없던 왕이었다. 1980년대, 그러니까 군부 시절에는 광해군이 인기였다. <문화방송>의 <조선왕조 500년>이 이른바 ‘정통 사극’의 지위를 차지하던 때였다. 문민정부 시절에는 왕이 아닌 자들이 대거 사극에 등장했다. 의원, 무관, 상인이 사극의 주인공으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궁이 아닌 저잣거리가 주된 배경으로 등장했다.

이후 민주당 집권 시절에는 조선을 거슬러 고려 사극이 등장하기도 했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군주를 지키며 신하의 도리를 아는 영웅들이 등장했고 또한 혁신과 개혁을 꾀하다 사라진 비운의 왕들이 등장했다. 참여정부 이후 인조와 정조가 인기였던 것도 그런 맥락으로 살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재미있자고 하는 얘기다. 하지만 사극이 ‘정치’를 다룬다는 점에서, 또한 역사가 현재를 기준으로 ‘재해석’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사극에 대한 감상은 필연적으로 현실의 정치를 환기할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2008년 <대왕세종>(한국방송)은 역사적 사실과 현대적 균형감을 지키며 세종을 복원했다. 집현전과 한글이란 키워드로만 소환되던 세종에게 ‘고뇌하는 리더’라는 가치를 더해 브라운관으로 불러온 것이다. 그런 점에서 <대왕세종>은 분명히 혁신적이었다.

그런데 <뿌리 깊은 나무>에는 몇 가지가 더 첨가된다. 인간다우면서도 의욕적이고 고집이 세며 자기 확신에 가득 찬, 그야말로 현대적인 의미의 리더(한석규)를 죽도록 증오하는 인물(장혁)을 집어넣는다. 세종이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극복하고 21세기형 리더십을 구현하는 한편으로 강채윤(장혁)의 복수극이 작동한다. 이 나선형 구도는 극에 특유의 긴장감을 형성하는데 시청자로서는 세종 이도(한석규)의 역사에 더해 가상인물 강채윤(장혁)과 소이(신세경)의 운명의 방향이 어디로 흐를지 집중하게 되는 것이다. 이 덕분에 퓨전사극의 분위기를 가져가면서 정통 역사극의 맥락을 지켜나간다.

물론 이 드라마는 <한국방송>의 <대왕세종>뿐 아니라 <추노>와 <성균관 스캔들>에도 얼마간 도움을 받는 게 사실이다. 강채윤 역의 장혁과 무휼 역의 조진웅이 <추노>를 환기하므로 새삼 반갑고 성삼문의 현우와 박팽년의 김기범이 <성균관 스캔들>을 연상시키므로 또한 즐겁다. 무엇보다 한석규의 복귀가 기쁜데 ‘저잣거리의 말’을 귀히 여기는 왕의 능청맞은 말본새를 이토록 자연스럽게 보여주는 연기를 언제 또 볼 수 있단 말인가. 아, 그리고 덧붙이자면, 송중기는 분명 더 중요해질 배우다.

차우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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