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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방송·연예

캐릭터 다양성 ‘하이킥’ 의외성·풍자성은 ‘로킥’

등록 2011-10-17 20:18

위에서부터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 중인 안내상, 윤유선, 이종석, 크리스탈, 윤계상, 백진희
위에서부터 <짧은 다리의 역습>에 출연 중인 안내상, 윤유선, 이종석, 크리스탈, 윤계상, 백진희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초반 점검
취업준비생·폐경기 주부 등
현실 반영한 등장인물 풍성
야동순재 같은 의외성 ‘아직’
88만원세대도 풍자성 약해
한달 남짓 방송된 화제의 시트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월~금 저녁 7시45분)에 대한 평이 엇갈린다. 그만큼 팬들의 기대가 큰 탓이겠지만, 그동안 <하이킥> 시리즈에 대한 반응이 대부분 “재미있다”였던 것에 견주면 다소 의외의 상황이다.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짧은 다리의 역습)은 지난달 19일 첫 방송에서 역대 최고 첫회 시청률인 12.4%(에이지비닐슨미디어리서치)로 화려하게 출발했다. <거침없이 하이킥>(2006)은 7%, <지붕 뚫고 하이킥>은 10.3%였다. <짧은 다리의 역습>은 17일까지 18회 방영분을 통틀어 줄곧 10%대를 유지했다. 시청률은 나쁘지 않은 편이다.

<짧은다리의 역습>은 몰락한 사람들이 희망을 찾아 도전하는 삶의 이야기를 그린다. 사기를 당해 빚쟁이들에게 쫓기게 된 안내상 가족이 서울 노량진에 있는 처남 윤계상의 집에 얹혀살게 되면서 부모를 잃은 여고생 김지원과 그 사촌언니인 국어선생 박하선이 사는 옆집 가족과 얽혀드는 이야기다.

■ 각양각색 캐릭터들의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의 가장 큰 재미는 <거침없이…>, <지붕 뚫고…>에 견줘 등장인물 캐릭터가 풍성해졌다는 것이다. 윤유선과 안내상, 이종석, 크리스탈의 중심 가족 외에도 착하고 엉뚱한 취업준비생 백진희, 허당 국어선생 박하선, 불도저 같은 체육교사 서지석, 공무원 준비생 고영욱, 항문외과 의사 이적 등 각양각색의 주변 캐릭터가 등장해 각자의 위치에서 현실을 이야기한다. 가령 이적을 통해 육식 위주의 잘못된 식생활을 꼬집는 식이다.

고영욱과 백진희를 통해 88만원 세대의 아픔도 드러낸다. 시청자 김경아씨는 “예전에 고시원에서 생활한 적이 있는데 고영욱을 보며 그때가 생각났다”며 “드라마처럼 환상을 심어주는 허황된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내 이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 더 재미있고 그래서 즐겨 본다”고 말했다.

동시대성도 훨씬 강화됐다. 88만원 세대뿐 아니라 폐경을 앞둔 윤유선을 통해 40대 여성의 이야기도 끄집어낸다. 폐경을 맞은 윤유선의 요동치는 심리를 에피소드로 그려내 관심을 끌었다.

김병욱 피디는 “다큐도 아닌데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다는 지적도 있지만, 동시대 우리가 사는 얘기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전 시즌보다 인물 간 소통도 강조됐다. 그 소통의 공간이 땅굴이다. <거침없이…>는 1층에서 이민용(최민용)의 방이 있는 2층으로 타고 올라갈 수 있는 봉이 있었고, <지붕 뚫고…>에선 윤시윤(준혁)의 방으로 들어가는 개구멍 같은 출입구가 나왔다. 이번엔 땅굴이 윤계상(윤계상)의 집 다용도실 바닥과 박하선(박하선)의 집 화장실을 연결한다. 땅굴을 통해 윤계상이 박하선 집으로 건너가 백진희를 진료하고, 스모키 화장법이 전수되고 맛난 김치가 오간다.

김 피디는 “땅굴은 누군가에게는 숨는 장소이지만 문화가 오가는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 ‘중심’ 없어 약해진 ‘킥’ 김 피디는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 젊은 세대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했다. 이를 위해 <하이킥> 시리즈에 늘 등장하던 할아버지와 어린아이 역을 빼버렸다.

그러나 그 점이 외려 이야기 중심을 잃게 했다는 평이 나온다. <거침없이…> <지붕 뚫고…>에서 이순재는 가족내 서열상 가장 위에 있는 ‘권력자’로 무슨 일이든 ‘무대뽀’로 강요하며 재미를 줬는데 그 재미가 사라진 것이다. 대중문화평론가 하재근씨는 “아직은 이야기가 중심을 잃고 산만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캐릭터들의 의외성이 적다는 것도 단점으로 꼽힌다. <거침없이…>에서는 근엄한 이미지의 배우 이순재를 ‘야동순재’로 만들었고, <지붕 뚫고…>에서도 날렵한 이미지의 정보석을 장인 이순재에게 늘 무시당하는 바보 같고 지질한 남자로 만들었다.

하재근 평론가는 “이번 시리즈에서 망가지는 역할의 핵은 안내상인데 그는 주말극에서 늘 봐왔던 연기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문화평론가 차우진씨는 “88만원 세대의 아픔도 익히 봐온 틀에서 풀고 있어 전 시즌에 견줘 풍자성이 약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 속단은 이르다. <하이킥> 시리즈는 늘 회를 거듭할수록 진한 리얼리티를 뿜어냈다. 가슴 두근거리는 ‘러브라인’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거침없이…>에서는 이민용과 서민정, 정일우의 삼각관계, <지붕 뚫고…>는 황정음, 신세경과 최다니엘, 윤시윤의 4각관계가 그렇다.

<짧은 다리의 역습>에서는 이제 윤계상과 백진희, 김지원의 사랑이 시작된다. 서지석과 박하선의 러브라인도 싹을 틔웠다. 시청자 게시판엔 “서지석과 박하선을 연결시켜달라”(시청자 정현정씨)는 시청자들의 요청이 벌써 밀려든다.

이야기가 산만하다는 지적에 대해 김 피디는 “지금은 엔(N)분의 1로 한명 한명의 얘기를 풀고 있다”며 “얼핏 산만할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이야기 구심이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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