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문화방송>(MBC)의 <뉴스데스크> 화면. 누리집 갈무리
노조 “박원순 후보 의혹만 부각·나경원 후보 검증 소홀”
보도본부 “내부 정상적 편집과정 거쳐…동의할 수 없어”
보도본부 “내부 정상적 편집과정 거쳐…동의할 수 없어”
지난 17일 밤 <문화방송>(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는 서울시장 선거전을 다뤘다. ‘서울시장전 갈수록 치열…집요한 후보간 검증 공방’이란 제목의 1분42초짜리 보도였다. 권재홍 앵커는 나경원-박원순 두 후보 쪽을 가리켜 “서로가 상대방이 아파하는 부분을 집요하게 공격하고 있다”며 뉴스를 시작했다.
뉴스 제목과 앵커 멘트만 보면 양쪽이 상대 후보를 향해 쏟아내는 공세 내용을 소개할 듯 보였지만 실제 내용은 그렇지 않았다. 먼저 보도에서는 나경원 한나라당 후보 쪽이 제기하는 박 후보의 병역 및 집안 과거사 의혹을 신지호 한나라당 의원 인터뷰와 함께 35초간 상세히 소개했다. 반면 그 뒤 35초 동안 이어진 박원순 무소속 후보 쪽 ‘공세’의 내용은 나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한나라당이 제기해온 박 후보 경력 의혹 등에 대한 반론 성격이었다. 나 후보가 ‘아파하는 부분’으로 여길 만한 부친의 사학 운영 관련 비리 의혹이나 한나라당 대변인 시절 봉하마을 사저 관련 발언 등에 대해서는 배경 설명이나 박 후보 쪽 인터뷰 없이 “(박 후보 쪽은) 나 후보가 언급을 회피하고 있다고 주장했다”는 기자 멘트로 처리하고 넘어갔다. 제목은 ‘후보간 검증 공방’이었지만 주된 내용은 나 후보 쪽의 의혹 제기와 박 후보 쪽 ‘해명성’ 반론이었다.
문화방송 노동조합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는 문화방송의 서울시장 후보 검증 관련 보도가 형평성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18일 낸 ‘선거보도 모니터’ 보고서에서 “뉴스데스크가 박 후보의 의혹만 부각하고 있다”며 “나 후보에 대한 검증 보도는 거의 없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나 후보는 뉴스데스크의 덕을 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실위 보고서를 보면 뉴스데스크의 박 후보 관련 의혹 보도는 지난달 21일부터 지난 17일까지 모두 375초 분량으로 나 후보에 관한 의혹 보도의 분량(65초)보다 6배 가까이 많았다. 또 의혹 보도에 대한 박 후보 쪽 반론은 249초에 불과해 의혹 제기 분량보다 126초 짧았다. 민실위 관계자는 “이 자체도 형평성에 맞지 않지만 더 중요한 것은 ‘공세적’ 의혹 제기에 따른 ‘수세적’ 반론이 시청자에게 주는 인상”이라며 “(이런 보도 태도로는 박 후보 쪽의) 이미지 추락은 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민실위는 박 후보 쪽에 대한 의혹 보도 태도와 달리 <뉴스데스크>가 나 후보의 대통령 사저 관련 발언, 트위터 자화자찬 논란, 부친의 사학 감사 제외요청 의혹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거나 언급하더라도 대부분 10초 미만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장겸 문화방송 보도본부 정치부장은 19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서울시장 후보 검증 관련 보도는) 보도본부 내부의 정상적 편집과정을 거쳐 내보낸 것으로 민실위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며 “(노동조합이) 공정방송실천협의회 개최를 요청했다고 하니 거기서 (편향성 여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성진 기자 cs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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