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비에스> 교양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에 나온 여러 달인의 모습이다. 해물찜을 맛있게 하는 ‘해물찜의 달인’(아래 사진)과 사다리 위에서 자유자재로 몸을 움직이는 ‘인간사다리의 달인’.
장수프로 SBS ‘생활의 달인’
이사·이발·밥상 나르기 등
6년동안 달인 2500명 소개
매주 수백명 만난뒤 낙점
삼고초려·문전박대 감수도
이사·이발·밥상 나르기 등
6년동안 달인 2500명 소개
매주 수백명 만난뒤 낙점
삼고초려·문전박대 감수도
‘달인’ 김병만은 갔어도 ‘생활의 달인’은 남아 있다. 열정과 노력으로 자기 분야 최고가 된 이들을 소개하는 <에스비에스> 교양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월 밤 8시50분)이 감동과 재미를 주며 인기를 얻고 있다. ‘떡볶이 잘 만드는 사람’ 등 특별하진 않지만, 지문이 닳고 굳은 살 박일 정도로 열심히 살아온 이들의 인생 이야기가 시선을 사로잡는다. 성실한 이웃 달인들을 통해 노동의 소중함과 평범한 것의 가치를 전해온 이 프로그램은 2005년 4월 시작한 이래 줄곧 10%(티엔엠에스미디어)대의 시청률을 유지해왔다.
<생활의 달인>은 영화 <아라한 장풍대작전>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영화 초반 큰 짐을 이고 가는 할머니, 구두 잘 닦는 구두닦이 등을 보고 여주인공 윤소이가 “저런 사람들이 진짜 도사다. 세상에는 도사들이 많다”고 말하는 대사에서 착안했다. 연출자인 외주제작사 제이와이엔비의 이상준 피디는 “2005년 파일럿(한번 내보내고 반응을 본 뒤 정규 편성 여부를 결정하는 프로그램)으로 선보였는데 바로 정규 편성될 만큼 반응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나 방영 전에는 소재 고갈로 50회를 넘지 못할 것으로 우려했을 만큼 ‘달인’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 달인 찾아 삼만리 <생활의 달인>은 6년 동안 달인 2500여명을 소개했다. ‘2005년 4월25일 ‘이사의 달인’을 시작으로, ‘이발의 달인’(2010년 7월14일), ‘라면의 달인’(올해 2월23일), ‘진학상담의 달인’(12월5일) 등이 등장했다. 대부분 영세 자영업자들로 평범한 이웃들이다. 달인의 기준은 기술, 됨됨이, 사연 순. 누리집 게시판 등에서 제보를 받고, ‘어디에 누가 있다더라’는 ‘카더라’ 통신의 근원지를 직접 찾아가 확인한다. ‘인형 눈 잘 그리는 사람을 찾아보자’는 식으로 소재를 먼저 생각하고 물색하기도 한다. 보통 사람은 상상도 못하는 부업을 소개한 사이트가 가장 유용하다고.
회당 만나는 수백명 가운데 달인이 될 확률은 낮게는 1%. 5일 방송한 ‘전자계산기의 달인’은 은행 100곳을 돌아다닌 끝에 발견했다. 이 피디는 “적임자를 찾더라도 자격이 있는지 다른 사람들과 비교해 봐야 한다”며 “달인 1명을 찾기위해 보통 50~100명을 만난다”고 밝혔다. 5일 방송한 ‘메주 빚는 달인’은 1년 동안 찾아 헤맸다. 격파의 달인이라고 연락이 와서 만났더니 벽돌은 안 깨지고 손만 깨진 사람 등 의욕만 앞서거나 장난 전화를 거는 이들도 많다.
■ 물심양면에 삼고초려 달인을 찾았다고 끝이 아니다. 카메라 앞에 서는 게 싫고, 주변에 알려지는 게 싫어 꺼리는 이들도 많다. 제작기간 14일 중 섭외는 3~4일 안에 끝내야 한다. 이 피디는 “삼고초려해 측은지심을 자극하는 방법뿐”이라며 웃었다.
서울 우이동 계곡에서 ‘밥상 나르는 달인’(2005년 8월15일)을 섭외하려고 식당에서 4~5시간 설거지를 했고, 문전박대 당해도 문 앞에서 무작정 기다리기도 한다. 가장 어려운 섭외는 공장의 달인들. “공정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기술이 유출될까봐 꺼리죠.” 화제가 됐던 ‘자취의 달인’(4월13일)은 각 대학 학생회나 제작진의 대학 선후배 등 알음알음으로 어렵게 만나 가장 기억에 남는 달인이라고 한다.
뜻밖의 보람도 남는다. ‘밥상 나르기 달인’은 <놀라운 세상 스타킹>(에스비에스)에 출연하는 등 스타가 됐다. “창피하다”며 인터뷰를 거절하던 ‘미더덕의 달인’ 의 아들은 방송 뒤 아버지가 그렇게 고생하며 자신을 키운지 몰랐다고 말해 제작진에게 뿌듯함을 안겨줬다. 5년 전 방영한 ‘김 굽는 달인’은 지금도 명절이면 김을 보내온다. 이 피디는 “달인들에게 출연료 50만원을 주는데 형편 어려운 다른 달인에게 써달라고 부탁하는 마음 따뜻한 달인들이 많다”고 전했다.
■ 달인 찾는 달인 달인 찾는 제작진도 이젠 달인이 됐다. <생활의 달인>은 피디와 작가, 조연출 각각 8명으로 모두 24명이 만든다. 회당 소개하는 달인은 보통 4명. 피디 1명당 2주에 한번씩 달인을 찾아내야 한다. 운전 때나 걸을 때나 간판이나 사람을 유심히 보는 버릇이 생겼다. 이 피디는 “식구들과 밥 먹으러 가도 습관처럼 주방을 들락거려 주인이 이상하게 쳐다본다”며 웃었다. 그러나 이런 버릇 덕분에 달인을 찾은 적도 여러번. “차를 타고 가는 데 오토바이에 돼지저금통을 주렁주렁 달고 가서 혹시나 따라갔더니 달인이더라고요.”
수작업이 사라지고 대부분 기계로 작업하는 요즘은 갈수록 달인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제작진이 가장 찾고 싶다는 ‘인형 눈 붙이기의 달인’도 작업이 100% 기계화되면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난 11월 한달간 소개한 달인 17명 중 11명이 음식에 연관돼 소재 고갈의 우려도 나온다. 제작진은 “직업에 여전히 귀천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이지만,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특별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수작업이 사라지고 대부분 기계로 작업하는 요즘은 갈수록 달인을 찾기가 어려워지고 있다. 제작진이 가장 찾고 싶다는 ‘인형 눈 붙이기의 달인’도 작업이 100% 기계화되면서 도저히 찾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한다. 지난 11월 한달간 소개한 달인 17명 중 11명이 음식에 연관돼 소재 고갈의 우려도 나온다. 제작진은 “직업에 여전히 귀천이 존재하는 대한민국이지만, 들여다보면 하나하나 특별한 보통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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