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오실 분들이 있으니 안으로 더 들어가 주세요.”
더 들어갈 자리도 없는데 계속 들어가라고 채근을 받은 ㅇ사 카메라 기자 얼굴에는 난감한 표정이 떠올랐다. 더 이상 비집고 들어갈 틈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몇 분 뒤 정말 몇몇 카메라 기자들이 허겁지겁 더 들어왔고 ‘좌로 밀착’으로 조그마한 공간이 더 생겼다. 카메라 기자들은 어깨를 맞댔다.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국세청 본청 브리핑실에선 ‘종편(종합편성채널) 존재감’이 온몸으로 느껴졌다. 시청률 0%대가 보여주듯, 계열사인 신문이 연일 종편 광고성 기사를 실어도 느껴지지 않던 종편 존재감이 이곳에선 뚜렷했다.
이날 국세청은 연말정산과 관련한 브리핑을 했다. 일반 직장인들의 생활과 관련 깊은 주제를 다루다 보니 언론의 관심도 높았다. 듬성듬성하던 ‘펜 기자석’도 아침 일찍부터 절반 가까이 들어찼다.
종편 존재감이 느껴진 시각은 브리핑 시작 30분 전인 오전 10시30분부터. 종편이 개국하기 전까지만 해도 방송사 카메라 기자들은 브리핑 시작 10~15분을 앞두고서야 모습을 드러내기 마련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그보다 훨씬 이른 시간에 카메라가 등장했다. 그 이유는 시간이 지날수록 금세 알 수 있었다.
국세청 브리핑실에 카메라 기자들에게 허용된 공간은 폭 1.5m, 길이 7~8m 정도 되는 취재기자석 맨 뒷줄이다. 이날 브리핑 촬영을 위해 온 카메라를 손으로 꼽아보니 모두 12대였다. 국내에서 뉴스를 보도하는 방송사 중 ‘티브이(TV) 조선’을 제외한 모든 매체가 영상팀을 국세청에 보냈다.
좁은 공간에 카메라가 많이 들어서다 보니 눈치 빠른 카메라기자들은 평소보다 10~20분 일찍 브리핑실을 찾은 건 일종의 생존전략이다. 일찍 온 채널에이(A)와 <한국방송>(KBS)이 브리핑석 정면을 바라보는 명당에 자리를 잡았지만, 가장 늦게 온 <문화방송>(MBC)은 출입문 앞 구석에 카메라를 겨우 세울 수 있었다.
기자들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할 책임이 있는 국세청 공보실 직원들도 난감하기는 매 한가지. 한 직원은 “이미 자리를 잡은 카메라 기자들에게 안으로 계속 들어가 달라고 거듭 말하기가 미안했다”며 “브리핑실 공간을 더 늘릴 수도 없는데…”라고 말했다.
국세청 공보실엔 종편 개국일에 하루 앞선 지난달 30일 뉴스 모니터용 티브이 영상기가 4대(종편 3개+보도채널1개) 더 늘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종편용 영상기는 모두 꺼졌다. 지상파와 와이티엔 등 기존 방송 채널용 영상기 5대(KBS·MBC·SBS·YTN·MBN)만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종편용 영상기는 주요 뉴스 시간대에만 켜 놓는다. 또다른 종편의 존재감이다. 이날 오전 10시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정부과천청사 안 국토해양부 기자실에서도 종편 카메라 기자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했다. 이날 기자실은 평소보다 카메라 수가 늘어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한 매체 기자가 앞쪽에 자리를 잡자 뒤늦게 뒤쪽에 카메라를 설치한 기자들이 시야를 가린다며 언성을 높이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전 9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내정자 발표가 예정된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5층 강당에서도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각 매체의 취재기자 60여명이 한쪽 객석에 모여 앉았지만 방송 카메라는 몇 대 놓여 있지 않았다. 9시30분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이 강당에 등장하자 카메라 기자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너댓대의 카메라가 열심히 찍어댔다. 제이티비시, 채널에이, 티브이조선 등 하나 같이 종편채널들의 카메라다. 어쩐 일인지 케이비에스, 엠비시 등 지상파 카메라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지상파 기자는 “삼성 사장단 인사는 방송 기사용으로는 기사 가치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팀장이 10여분 인사 내정자 명단과 인사 배경을 읽고 간략한 질의응답을 하는데, 이른바 방송용 ‘그림’이 될 리 없어 보였다. 종편 카메라들이 진을 친 까닭은 뭘까. 또다른 지상파 기자가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방송 뉴스용으로는 별로 그림이 안되지만 자료 화면은 필요하다. 예전 와이티엔이 만들어졌을 때도 지상파 카메라기자들이 그쪽으로 많이 옮겼는데 개국 초기에 지상파에 있는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요구한 게 ‘자료 화면’ 좀 달라는 거였다. 아마도 화면 자료로 만들어둘 겸 온 게 아닐까 싶다.” 종편 개국 초 참담하기 짝이 없는 시청률도, 지상파 카메라가 관심 갖지 않는 취재에 종편 카메라가 나선 이유라는 풀이도 나왔다. 또다른 한 지상파 기자는 “시작한 지 얼만 안됐는데 시청률이 저조하니까 기업 광고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겠고 아무래도 관계자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지 않겠냐. 더구나 삼성인데”라고 말했다. 김경락 김진철 박영률 기자 sp96@hani.co.kr
국세청 공보실엔 종편 개국일에 하루 앞선 지난달 30일 뉴스 모니터용 티브이 영상기가 4대(종편 3개+보도채널1개) 더 늘었다. 하지만 불과 일주일도 안 돼 종편용 영상기는 모두 꺼졌다. 지상파와 와이티엔 등 기존 방송 채널용 영상기 5대(KBS·MBC·SBS·YTN·MBN)만 영상을 내보내고 있다. 종편용 영상기는 주요 뉴스 시간대에만 켜 놓는다. 또다른 종편의 존재감이다. 이날 오전 10시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발표된 정부과천청사 안 국토해양부 기자실에서도 종편 카메라 기자들의 자리다툼이 치열했다. 이날 기자실은 평소보다 카메라 수가 늘어 시장통을 방불케 했다. 한 매체 기자가 앞쪽에 자리를 잡자 뒤늦게 뒤쪽에 카메라를 설치한 기자들이 시야를 가린다며 언성을 높이는 소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앞서 오전 9시 삼성그룹 사장단 인사 내정자 발표가 예정된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5층 강당에서도 이색 풍경이 펼쳐졌다. 각 매체의 취재기자 60여명이 한쪽 객석에 모여 앉았지만 방송 카메라는 몇 대 놓여 있지 않았다. 9시30분 이인용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장(부사장)이 강당에 등장하자 카메라 기자들이 갑자기 바빠졌다. 너댓대의 카메라가 열심히 찍어댔다. 제이티비시, 채널에이, 티브이조선 등 하나 같이 종편채널들의 카메라다. 어쩐 일인지 케이비에스, 엠비시 등 지상파 카메라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 지상파 기자는 “삼성 사장단 인사는 방송 기사용으로는 기사 가치가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사실 이 팀장이 10여분 인사 내정자 명단과 인사 배경을 읽고 간략한 질의응답을 하는데, 이른바 방송용 ‘그림’이 될 리 없어 보였다. 종편 카메라들이 진을 친 까닭은 뭘까. 또다른 지상파 기자가 나름의 해석을 내놨다. “방송 뉴스용으로는 별로 그림이 안되지만 자료 화면은 필요하다. 예전 와이티엔이 만들어졌을 때도 지상파 카메라기자들이 그쪽으로 많이 옮겼는데 개국 초기에 지상파에 있는 동료들에게 가장 많이 요구한 게 ‘자료 화면’ 좀 달라는 거였다. 아마도 화면 자료로 만들어둘 겸 온 게 아닐까 싶다.” 종편 개국 초 참담하기 짝이 없는 시청률도, 지상파 카메라가 관심 갖지 않는 취재에 종편 카메라가 나선 이유라는 풀이도 나왔다. 또다른 한 지상파 기자는 “시작한 지 얼만 안됐는데 시청률이 저조하니까 기업 광고에 신경쓰지 않을 수 없겠고 아무래도 관계자에게 눈도장을 찍어야 하지 않겠냐. 더구나 삼성인데”라고 말했다. 김경락 김진철 박영률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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