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 <개그콘서트> 연출을 맡고 있는 서수민 피디(왼쪽)와 ‘애정남’·‘사마귀유치원’ 꼭지를 통해 풍자 개그 전성시대를 이끌고 있는 개그맨 최효종이 6일 오후 서울여의도 한국방송 사옥 희극인실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서수민 PD·개그맨 최효종
‘강용석 패러디’ 시청률 25%
첫 여성 PD로 개콘 전성시대
“서 PD 힘은 누나 같은 소통”
“효종은 생활 공감개그 달인”
‘강용석 패러디’ 시청률 25%
첫 여성 PD로 개콘 전성시대
“서 PD 힘은 누나 같은 소통”
“효종은 생활 공감개그 달인”
“개그계의 잔다르크예요.”
6일 서울 여의도 <한국방송> 희극인실에서 만난 개그맨 최효종은 함께한 <개그콘서트> 서수민 피디를 이렇게 표현했다. 지난달 17일 강용석 의원이 <개콘> ‘사마귀 유치원’에서 최효종이 국회의원을 모욕했다며 고소한 뒤 서 피디가 전면에 나서 그와 개콘 개그맨들을 ‘보호’한 것을 두고 한 말이다.
서 피디는 강 의원의 고소 이후 “최효종이 위축될까” 걱정해 변호사와 함께 적극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그뿐이 아니다. 개콘 27일 방송분에서는 상당수 꼭지에서 ‘강용석 사건’에 대해 당당하게 패러디와 풍자로 대응해 시청률 25%를 찍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개콘 멋있다”는 글이 쏟아졌다.
서 피디는 “이번 사건은 특정인의 문제가 아니예요. 그들이 포함된 집단이 코미디를 우습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번은 강하게 쐐기를 박아주고 싶었어요. 개그맨들은 그렇게 함부로 다룰 수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그런데 이렇게 화제가 될 줄은 몰랐어요.(웃음)”
개콘 최초의 여성피디인 그는 또한 개콘의 가파른 시청률 상승세를 이끌었다. 최고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의 성가를 더욱 탄탄하게 다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개콘 지휘봉을 잡은 뒤 9개월 만인 지난 10월부터 시청률을 20%대로 끌어올렸다. 1999년 시작된 개콘은 2003~2005년 시청률 30%를 넘나들었지만, 지난해는 줄곧 10%대에 그쳤다.
■ 꼭지가 아닌 사람을 키워라 서 피디의 성공은 “꼭지가 아닌 사람을 키우겠다”는 전략이 맞아떨어진 덕분으로 보인다. 개콘 피디를 맡았던 당시 김병만, 이수근, 김준호, 김대희 정도를 빼면 꼭지마다 메인으로 나설 수 있는 개그맨이 없다고 생각해, 한국방송 개그맨 공채 가운데 중간 기수를 키워보자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실행에 옮겼다. 그 ‘수혜자’가 지금 대표 꼭지인 ‘애정남’의 최효종, ‘비상대책위원회’의 김원효, ‘생활의 발견’의 김준현이다.
서 피디는 “최효종은 사람들의 심리를 건드려 공감을 자아내는 토크코미디를 잘 한다”며 “‘애정남’도 처음부터 완성된 꼭지를 짜왔다”고 최효종을 칭찬했다.
서 피디는 개콘 지휘봉을 잡은 뒤 ‘봉숭아학당’, ‘달인’ 등 오래된 꼭지를 내리고 새 꼭지들을 대거 선보였다. ‘발레리노’는 7개월 만에, ‘꽃미남 수사대’는 3개월 만에 폐지하는 등 반응이 좋아도 시청자들이 지루해할 즈음이면 막을 내렸다. “개콘은 12년 된 프로예요. 이름 자체로 낡아 보일 수 있어요. 그걸 뛰어넘으려면 새로움으로 승부를 해야 해요. 재미없는 ‘봉숭아학당’보다 재미없는 새 꼭지가 낫죠.” 그러나 지난달 김병만을 스타로 키운 ‘달인’을 내릴 때는 두렵기도 했단다. 그는 “일반인들의 시선에서 개그를 짜야 하고, 시청자들이 현실에 빗대 볼 수 있는 꼭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걸 가장 잘 하는 게 최효종이라고 했다. 최효종도 “생활 속에서 나오는 디테일한 개그를 시청자가 좋아할까 의문이었는데 ‘애정남’을 하면서 바로 반응이 와 놀랐다”고 말했다. 서 피디는 “코미디가 궁극적으로 갈 곳은 콩트”라며 “앞으로 ‘감수성’ 같은 콩트를 늘려 콩트로 성공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최효종이 “나는 콩트에 약한데 교체되면 어쩌나”라고 말하자 서 피디는 “내 숙제는 최효종에게 콩트를 하게 하는 것”이라고 화답했다.
■ 편안해야 진짜가 나온다 최효종은 서 피디가 “누나처럼 편해서 소통이 잘 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라고 말했다. 딱딱한 남자 피디들과 달리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개그맨들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낸다는 것이다. 개그맨들의 어려움을 자기 일처럼 해결해주려는 성격도 믿음을 사고 있다. 개그맨들의 적은 출연료는 요즘 그가 해결하고 싶은 숙제다. 개콘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가 회당 150만원이다. 개콘에서 인기를 얻어도 버라이어티 진행자가 되지 않으면 생활이 빠듯하다. 서 피디는 “그게 가장 큰 문제예요. 개그만 해도 먹고 살 수 있어야 합니다.” 최효종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버라이어티에 얼굴을 내비쳐야겠다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다.
서 피디는 학창 시절 연극반 활동을 하며 배우를 꿈꿨다. “중고교 때 주인공만 맡다가 대학교 때 할머니로 밀려나며 현실을 깨닫고” 드라마 작가를 꿈꿨으나 중도 포기했다. 1995년 한국방송 공채로 입사한 뒤 “우연히 예능 피디가 돼” 개그프로그램만 8년을 했다. <코미디 세상만사>(1998) 등 조연출을 거쳐 2003년 <폭소클럽>으로 입봉했다. 그는 “세트 코미디 형식의 시트콤을 하는 게 장기적인 목표지만, 지금은 개콘을 잘 해서 개그맨들이 앞으로 20년, 30년은 더 할 수 있도록 터전을 마련하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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