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서울 홍대 앞의 한 아이스크림가게에서 방송인 주병진을 만났다. 그는 <주병진 토크콘서트>(문화방송)를 자극적인 집단토크 프로그램 사이에서 진정성 있는 정통 토크 프로그램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MBC `토크콘서트’로 돌아온 주병진
12년 만의 진행 “감 잡는 중”
“녹화 전 알고 하는 반응은 연기”
강용석 의원 녹화했지만 불방
“전두환 전대통령 초대하고파”
12년 만의 진행 “감 잡는 중”
“녹화 전 알고 하는 반응은 연기”
강용석 의원 녹화했지만 불방
“전두환 전대통령 초대하고파”
“아직은 정신 못 차리겠어요. 달라진 방송 환경에 적응을 못했어요. 발동이 늦게 걸리는 편이라 한 4~5주 지나면 감 좀 잡겠지요.”
문화방송 토크 프로그램 <주병진 토크콘서트>(목 밤 11시5분)로 12년 만에 진행자로 복귀한 방송인 주병진은 이 프로 두 번째 녹화를 마친 뒤의 자신을 이렇게 평가했다. 2회 방송을 앞둔 지난 8일 오후 서울 홍대 앞, 그가 운영하는 아이스크림가게에서 말끔한 정장 차림의 주병진을 만났다. 그는 깍듯이 예의를 갖추어 질문에 답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시면 된다 안 된다 결론이 날 겁니다.(웃음)”
<토크콘서트>는 진행자가 초대손님과 일대일로 대화를 나누는 ‘정통 토크프로그램’을 표방한다. 야구선수 박찬호를 초대한 첫회 시청률은 8.5%(에이지비닐슨)를 기록했으나 배우 차승원을 등장시킨 2회에선 4.9%로 저조했다. 주병진은 1990년대 일대일 토크 방식의 <주병진쇼>(1993) <주병진의 데이트라인>(1999)으로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새로이 방송 진행자로 나선 그는 과거의 주병진을 깨기보다 익숙한 방식으로 주병진이란 이름을 되새기게 하는 전략을 택했다. 방청객 300명이 함께 하는 방식을 택한 이유도 “현재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방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예전에 공개방송이나 대학축제에서 진행할 때 방청객이 있으면 제 능력이 갑절이 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강심장> <승승장구> 등 초대손님 여럿을 불러놓고 메인·보조 엠시가 공동 진행하는 ‘집단 토크’ 프로가 대세가 된 상황에서 단독 진행은 다소 단조롭다는 반응도 있다. “집단토크 프로에 익숙해진 시청자들의 고정관념을 깨야겠다는 생각이에요. 집단토크 프로가 나쁘다는 게 아니에요. 균형이 필요하다는 거죠. 출연자들이 많다 보면 튀려는 사람들이 생기고, 자극적인 말로 이어지고 폭로가 난무하게 되죠. 날카로운 질문은 앞으로 보완해야 할 부분이죠.(웃음)”
그는 <토크콘서트>에 연예인뿐 아니라, 정치·경제계 명사들도 초대할 계획이라고 했다. “현재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세 자녀(이재용, 이부진, 이서현)와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출연 요청을 했다”고 한다.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잖아요. 많은 분들이 궁금해할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예전보다 섭외가 힘들어요. 요즘은 에스엔에스나 매스미디어가 발달되다 보니 괜히 나와 책잡힐 수 있다는 부담을 갖는 것 같아요.”
자칫 친기업, 친여 편향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겠다는 질문을 던지자 그는 “그게 가장 힘들다”고 했다. “이번주는 오른쪽, 다음주는 왼쪽 분이 나온다는 것을 동시에 알려야 욕을 안 먹어요. 한번에 두 분을 섭외해야 하니 이중고를 겪죠.” 그는 이런 균형을 맞추려고 “강용석 의원은 녹화까지 해 놓고 방송을 내보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방송에서 그분의 얘기를 듣는 것 자체가 그분을 도와준다고 오해할 시청자도 있을 것 같아 자체 회의를 통해 내보내지 않기로 했어요.”
주병진은 솔직했다. 함께 자리한 <토크콘서트> 외주제작사 대표가 기자에게 “강 의원 이야기는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자 주병진은 “뭐 어떠냐”며 “나는 긁으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초대하고 싶은 정치인으로는 “전두환 전 대통령”을 꼽았다. “격동의 시대 가장 핵심적인 인물로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답은 안 하겠지만 재산 관련 이야기 등 국민들이 갖고 있는 호기심을 저도 갖고 있으니까요.”
그는 연예인의 겹치기 출연에도 쓴소리를 날렸다. “방송을 장사로 생각하는지 어딜 틀어도 나온다”고 혀를 내둘렀다. 12년 전보다 출연료가 많이 올랐느냐고 묻자 “예전에 나보다 인기 없던 후배가 제작진과 싸워 돈을 더 많이 받는 걸 보고 ‘대단하다’고 생각했다”며 이 후배 진행자의 실명을 거론하기도 했다.
이런 솔직함은 1990년대 그를 최고의 진행자로 만든 원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주병진은 1976년 고등학교 갓 졸업 뒤 당시 통기타 다방에 갔다가 우연히 무대에 올라 솔직한 입담을 인정받았고, 그 뒤 라디오 초대손님으로 나가면서 방송에 데뷔했다. 그는 자신만의 진행 비법은 “초대손님에 대해 모르는 것”이라고 답했다. “어떤 분들은 초대손님에 대해 공부하고 방송하는데, 시청자들이 모르는 것은 나도 같이 몰라야 시청자와 공감할 수 있어요. 현장에서 듣고, 진심으로 감탄하고 슬퍼하고 기뻐하는 거죠. 만약에 알고 들어간다면 그런 감탄은 다 연기예요.”
그는 <토크콘서트>를 하면서는 무대에서 진짜로 반가워하기 위해 녹화 전 대기실에서 초대손님을 만나지 않는다고 했다. “<토크콘서트>가 나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요. 예전의 영광을 되찾게 해달라고 매일 기도합니다.”
남지은 기자 myviolle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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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병진은 솔직했다. 함께 자리한 <토크콘서트> 외주제작사 대표가 기자에게 “강 의원 이야기는 쓰지 말아달라”고 부탁하자 주병진은 “뭐 어떠냐”며 “나는 긁으면 솔직하게 다 이야기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토크콘서트> 장면. 문화방송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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